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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구석에는 고무신 때워주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신발모형의 무쇠틀이 장착된 바이스를 한 두 대 씩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손님들이 떨어진 고무신을 가져오면 먼저 고무조각을 붙여야 할 부분을 줄로 문질러서 부드럽게 만든다. 그들이 때워주는 검정고무신은 주로 발가락 부분과 뒤꿈치 부분이다. 타이어를 자른 고무를 떨어진 곳에 아교풀로 부치고, 불을 때서 열을 받고 있는 바이스로 조인 다음에 물에 식혀주는 곳으로 공정은 끝난다. 어물전을 지나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복 종류나 한복이며 이불이나 파랗고 빨갛고 노랗게 염색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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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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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永同)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높지는 않지만 사철 아름다운 곳이다. 조선후기의 문신 이중환도 택리지 '팔도총론' 충청도 편에서 영동을 산악 지방에 있는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영동은 속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있다. 동쪽에는 추풍령이 있는데 덕유산에서 뻗어 나온 맥이 지나가다가 정기를 멈춘 곳이다. 비록 고개라 부르지만 실상은 평지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비록 산이 많다고 하나 심하게 거칠거나 웅장하지 않으며 또 몹시 낮거나 평평하지도 않다. 바위와 봉우리가 윤택하고 맑은 기운을 띠었으며 시내와 산골 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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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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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는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손등으로 입술을 쓰윽 닦았다. 오랜만에 포식 좀 해 보자는 얼굴로 개고기가 익었는지 안익었는지 확인도 안하고 덥석 집어서 볼이 미어터져라 입안에 밀어 넣었다."젠장, 어뜬 놈은 부모 잘 만나서 나보다 시 살이나 어린놈이 부면장 질을 하고, 어뜬 놈은 제우 쥐똥만한 동리 구장질이나 하고…… 가구 수나 많아? 제우 서른 몇 가구뿐이라 봄가을로 구장수곡 걷어 봤자 출장 온 면서기들 닭잡아 주다보믄 등골만 희고……""그릏게 억울하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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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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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전이야 굉장했쥬. 솔직히 후지모토 앞잽이를 함서 우리들한티 을매나 지독하게 굴었슈. 바늘로 찔러서 피 한방울 안 나오는 건 냥반이고, 칼만 안들었지 완전히 날강도였잖유. 오죽하믄 모산 이복만이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소문이 났을까.""못할 짓 많이 했지. 나락이 영글 때 답품 나오믄 꼭 너무 잘 익어서 나락 알이 대추처럼 탱글탱글한 걸로만 골라서 도조를 계산했었잖여. 저울질은 돼지장사 들이 울고 갈 정도잖여. 집에서 분명히 팔십 키로 한 가마를 담아 갔고 같는 데도 이복만이가 저울질을 하믄 꼭 삼사키로 씩 모자랑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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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1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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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방이 되든 전 해 말여.""해방이 은제 됐드라? 오랜만에 개괴기를 먹응께 창새기가 환장을 했는지 해방이 은제 됐는지 생각도 안나는구먼."김춘섭이 고기를 썰어 돌판 위에 얹으며 말했다."단기 사천이백칠십팔 년에 해방이 됐잖여. 올해가 사천이백팔십구 년 잉께 해방 된지 딱 십일 년 됐구먼. 그 전 해믄 십이 년전 야기잖여. 우리가 스물니 살 때 일이구먼. 그라고 봉께 우리 상규낳고 한 해 뒷일이니께 딱 맞구먼. 시방 상규가 열시 살이거든.""그때가 일본 놈 말로는 소화 십 사년 이고, 단기로는 사천이백칠십칠 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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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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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 먹고 뒈진 개 한 두 번 먹어. 언진가 순배 영감네 개도 이 시간쯤에 캐 먹었잖여. 그래도 정 찝찝하믄 짭짤한 손가락 안주삼아 탁주나 마시든지……"황인술이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윤길동에게 따라주며 말했다."순배 영감도 부를 걸 그랬나?"잠자코 앉아 있던 박태수는 동네를 바라본다. 면장댁의 불이 꺼진지는 한참 됐다. 면장댁의 불이 꺼진 동네는 먹칠을 해 놓은 것처럼 불빛 한 점 없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문득 옥천댁도 잠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가슴이 울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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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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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때나 사용하는 교자상을 멍석 가운데 여러 개 붙여놓는 동안 막걸리를 실은 자전거가 나타난다. 남정네들이 해장술로 분위기를 돋우는 동안 아낙네들은 펄펄 끓는 사골 물을 버리고 물을 새로 담아서 중불로 끓이기 시작한다.돼지머리와 사골에 붙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쿡쿡 눌러서 다 익었다 싶으면 건져낸다. 돼지머리와 돼지 뼈에 붙은 살을 발라내는 동안 성질 급한 남정네들은 이미 취해 있기 일쑤다. 그 동안 사골국은 염소젖처럼 뽀얗게 변해있다. 거기다 작년 가을 김장때 무청을 새끼로 엮어 말려 만든 시래기를 듬뿍 집어넣는다. 파를 듬성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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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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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 말은 상규하고 진규하고 같은 날 신발을 사 줬는데 왜, 상규 것은 말짱하고 진규 것만 떨어졌냐 이거여.""그야, 상규는 시간이 있으믄 죙히 앉아서 책이나 읽는 승질이지만, 진규는 산으로 또랑으로 쏘 댕기기를 좋아 항께 그렁 거 아뉴?""에미가 자식 승질을 모를까. 에미 말로는 진규 그 놈이 고생 좀 해 봐야, 난중에는 신발 아까운 걸 안다능겨.""잘났다. 넘들한티 우세를 시킬라고 아주 작정을 했구먼. 새걸 사주기 실으믄 고무신 때우는데 가서 몇 푼만 주믄 되능걸 갖고 드럽게 우세를 떠는구먼. 남들이 보기에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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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0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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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달빛이 흘러 들어오던 방안에 금방 어둠이 차올랐다. 어둠속에서도 익숙하게 재떨이를 끌어 당겨 곰방대를 톡톡 털었다. 불이 붙은 담뱃재가 재떨이에 먼지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매캐한 냄새가 풍겼다."옛날부텀 오죽하믄 말이 많으문 과부된다는 말이 생겼을까.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끼니 걱정 덜하고 사는 것도 죄다 면장어른 덕이여. 지발 부탁하는데 앞으로는 말 좀 애껴. 우째 생겨 처먹은 여핀네가 영감 칭찬하는 거는 금쪽같이 여기믄서, 남말 하는 거는 왜 그리 푸짐하게 인심이 존지 모르겄어.""면장 어른 덕도 무시할 수는 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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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5.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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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지지바를 낳드라도 다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앞에 난 승철이처름 금이야옥이야 얌전하게 키워야지 워쪄. 인제서 아들 못 낳는다고 친정으로 내쫓을 수도 읎는 노릇이고……" 박평래는 만약 이번에도 옥천댁이 아들을 낳는다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될 거라는 생각에 말꼬리를 흐렸다."좌우지간 개 죽은 거 땜시 부정타지 말고 지지바를 낳든 머스마를 낳든 아무 탈이 읎어야 하는데……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하자믄 머스마를 낳는대도 문제유. 당신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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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4.3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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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째 한 마디 말을 하믄 꼭 열 마디로 토를 달게 맹그능겨? 내 말은 아를 낳고, 안 낳고는 사람 뜻대로 되능기 아니란 말이잖여. 작은마님도 그릏지. 머가 부족해서 그 나이에 아를 낳고 싶겄어. 자식이 영 읎는 것도 아니고 딸 섯이 짝아? 그릏다고 대를 이을 자식이 영 읎는 것도 아니잖여.""승철이가 우째서 작은마님 아들유? 호적에야 아들로 입적이 되었겠지만 엄연히 즈 친어머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멀쩡히 살아 있는데?""허허! 이 사람 즈녁을 잘못 처먹었나? 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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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4.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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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냘은 핵교 안가는 날여?""알았슈. 쫌 있다 들어갈 거유."박태수는 잔기침을 하고 사랑채를 바라본다. 달이 구름을 벗어나며 댓돌위에 있는 검정 고무신이 드러난다. 남자용과 여자용 검정 고무신 두 켤레가 달을 따라 어둠속으로 잠겨들며 크윽! 큼!! 하며 가래를 끓는 박평래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박평래는 마른입을 쩍쩍 다시며 일어나 앉았다. 아들 태수는 방으로 들어 간 모양이었다. 둥구나무 가지가 달빛을 쓸어내는 소리에 잠깐 귀를 기울이다가 뒷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이 드나드는 용도로 낸 문이라기보다 여름에 바람이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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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4.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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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봉께 그릏네.""그람 이따 봐. 난 시방 집구석에 가서 단도를 갈아 놔야 하거든.""그랴."박태수는 싱긋이 웃으며 돌아서는 김춘섭의 말에 토를 달수가 없었다. 자기 집 쪽으로 걸어가는 김춘섭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허어! 멀쩡하던 개가 쥐약을 처먹다니. 라고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었다.그려, 강아지 새끼도 아니고 다 큰 개 아녀. 저울로 달믄 못돼도 사십 근은 족히 넘을껴.박태수는 김춘섭이 했던 말을 가만히 되씹어 보니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농약을 넣은 콩을 먹고 죽은 꿩도 내장을 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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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4.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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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문짝의 사각 모서리는 움푹 들어가거나 뒤틀려서 겨울에는 한데 바람이 무시로 드나들며 방안으로 냉기를 퍼 날랐다. 그래서 겨울이면 시간만 있으면 헝겊조각이나 마른 걸레같은 걸 뚤뚤 말아서 구멍을 막는 것이 일과였다.그 방문이 열리면서 삐죽이 박태수가 밖으로 나온다.박태수는 검게 염색을 한 군복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사타구니 사이를 긁으며 뒷간 앞으로 간다. 헛간 옆에 붙어 있는 뒷간은 수수깡을 엮어서 황토를 바른 벽에 문대신 가마니를 걸어 놓는 것이 전부다.뒷간에 쪼그려 앉으면 비바람에 찢어지고 갈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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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4.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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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래는 이마에 구슬땀이 맺혀 있는 것을 느끼며 똥장군과 똥수레며 똥바가지를 지게에 지고 또랑으로 나갔다.5월이지만 냇물은 아직 찼다. 바지를 허벅지까지 동동 걷어 올리고 냇가로 들어가서 똥장군이며 똥수례와 똥바가지에 묻은 똥찌꺼기를 말끔히 씻고 나니까 땅거미가 내려앉았다.빈똥장군을 지고 쪽문을 들어서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점순이가 뒤안으로 안내를 한다. 저녁에도 점심때와 똑같이 하얀 이밥에 고등어자반이 올라 온 상에 막걸 리가 반 되나 나왔다.박평래는 요 놈을 먹고 나믄 집에 가서 두 다리 쭉 뻗고 둔너 자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4.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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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에는 하얀색 꽃이 점점으로 피어있는 고추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박평래는 이마에서 흘러 눈썹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똥지게를 밭둑에 받쳐 놓았다. 담배 한 대 피울 겨를도 없이 조심스럽게 똥장군을 내려서 똥수례에 똥을 담았다. 똥수례를 들고 밭고랑을 걸어 다니며 똥을 뿌렸다. 어느 정도 똥장군이 비었을 때는 아예 똥장군 채 들고 다니면서 밭고랑에 똥을 뿌렸다.똥수례를 들고 다니거나 똥장군을 만지다 보면 똥냄새는 제쳐두고 손에 똥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천상 농사꾼인 박평래는 똥이 더럽다는 생각은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4.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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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합니다유."박평래는 암요, 똥이 기름져서 해 전이믄 충분합니다요.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마님이 즘심부터 먹으래유."점순이가 정지에서 나와 오리처럼 궁둥이를 뒤로 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또, 또! 저 눔의 지지바 쫑알거리는 말버릇 좀 보라지……"박평래는 갑자기 시장기가 도는 것을 느끼며 마른 입맛을 다셨다. 구부정한 허리에 뒷짐을 지고 잰 걸음으로 작약밭 앞을 돌아서 뒤안으로 들어갔다. 서늘하게 그늘이 져 있는 뒤안에는 한 해에 감을 한 동 이상 따는 감나무가 두 그루 서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4.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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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벽돌에 기와를 얹은 담벼락을 따라 스무 걸음 쯤 걸어가서 모퉁이를 돌면 당집 대문처럼 작은 쪽문 지붕이 보인다. 박평래는 바쁜 걸음으로 걸으며 쪽문을 바라본다. 점순이가 토끼처럼 쪽문 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간다. 쪽문의 문지방은 허리가 휜 소나무를 그대로 사용해서 중간이 불룩하다. 문지방 안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담장 밑에 작약밭이 있다. 동백꽃보다 크며 빨갛고 흰 작약이 송이송이 매달려 있는 작약밭 앞으로는 툇마루가 보인다.툇마루 뒤에는 방이 두 칸 있는데 한 칸은 이동하의 외동아들인 아홉 살짜리 승철의 방이다. 승철은 작년부터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4.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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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보리 냄새를 진득하게 품고 있는 들판에서 부는 바람은 따뜻했다.햇볕도 좋았다. 둥구나무 밑에서 바라보이는 들판에는 은가루를 뿌리는 것처럼 햇살이 반짝거리다 바람이 불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환해서 둥구나무 밑의 그늘은 검은색을 칠해 놓은 것처럼 그늘이 짙었다. 그늘 안에는 웬만한 집 사랑방 크기의 너럭바위가 있었다.보리논에는 보리가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모를 내기 위해 물을 받아 놓은 논에서는 실바람에서도 물 주름이 일어났다. 아직 물을 받지 않은 논에서는 쟁기질을 하고 있는 남정네들은 모락모락 피어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4.19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