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진화는 가장 포괄적 원리다. 몇해 전, 필자가 괴산증평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 지방기능직 공무원 약간명 모집이 있었다. 경쟁은 예상 외로 후끈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불길한 예감도 지울 수 없었다. 학력 격차를 뛰어넘는 눈물어린 접전 앞에 임용시험 매뉴얼은 준엄했다. 열 번도 모자르다 싶어 예상 문제점을 협의 확인, 점검하며 출제에서 발표까지 3겹 보안 속에 전형을 마무리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고졸 취업현장을 찾은 대통령의 격려 뉴스를 보았다. '특성화고 방향은 현실적으로 대학진학 보다 취업반이 더 많아야 한다'는 현장스펙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5.01 18:21
-
봄에는 약속을 한다/ 파란 하늘만큼 마음 키우기로./ 봄이면 꼭, 품게 되는 바람/ 아기볼 부풀리고도 다리까지 축여/ 면허받은 걸음/ 엄마손 놓기로./ 봄을 만나 실비를 적시면/ 줄기마다 달라붙는/ 엄청난 약속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커갈 것만 같은./ 필자의 동시 '봄에 한 약속' 전문이다. 봄을 맞으러 나온 병아리와 새끼오리의 삶이 새롭고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시한부 운명처럼 예측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철새나 오리 같은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I로 지리한 전쟁을 치뤘다. 잠자리와 세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4.17 17:57
-
후보의 명시적 신호인 출판 기념회를 두고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글 한 번 제대로 쓴 적 없는 사람까지 서두르다 보니 표절, 대필, 재탕이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걸 가리켜 '책을 써서 여는 출판 기념회가 아니라 출판 기념회를 열기 위해 책을 낸다'는 화살 여론이다. 몇 줄 편지조차 이모티콘을 찍어 대신하는 변화시대에 책 한 권의 출산은 생명이 탄생하는 고통과 비유된다. 그러나 책에 담긴 내용보다 행사 참여 인원과 중량감 있는 인사의 영향력을 곤두세운다. 3년 전, 출판 기념회를 생략한 도서 가운데 '발소리가 큰 아이들'은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4.03 18:07
-
한 등성이 넘으면 또 한 등성이/ 개구리 먹은 뱀인가 불룩했다 가는 길/ 어디 뒤 돌아 '야-호'불러보자/ 메아리도 숨차서 꽃거품 풀어내고/ 군데군데 부스럼되어 옹이처럼 깎인 길/깨진 산바위 몇 쪼가리/ 부지런한 빗물따라 도리질로 부시다/ 필자의 시 '사람 길'의 전문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요즘 건배구호는 6·4지방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후보자 이름 석자의 운을 떼며 어느 새 당선증이라도 받은 것처럼 달구는가 하면 부끄러운 신조어까지 그럴싸하게 상위 랭킹을 지킨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기 모임에선 참석자 34명 모두 돌려가며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3.20 18:17
-
하품하는 바람 곁에/ 노란 꽃대 수직으로/ 하나 둘, 묵화를 일탈하고/ 생명이란 놈/ 물기오른 시어로 살아올라/ 흥건한 침묵 쓰다듬으며/ 오후 눈꺼풀을 나른하게 끌어내리고 있다./ 필자의 시 '봄날 오후'전문이다. 해질 무렵, 꿈에 떡맛 보듯 볕구경하는 꺾어진 응달은 아직 군데군데 잔설로 누운채 멀찍이서 불러온 3월, 썰렁했던 학교에 이제 훈기가 채워진다. 새내기 입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새내기 학부모까지 듬성듬성 낯설다. '百里又同風'이라 했던가? 배꼽에 붙은 때를 애써 덮으려 물려입은 티셔츠며 다 쓴 잉크병을 찾아 민들레를 꽂던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3.06 18:24
-
연일 최저 기온으로 치닫던 겨울 품새도 봄맞이로 당황한다. 여기저기 꽃다발을 든 졸업생과 문구점 앞에 몰린 새내기의 발길따라 계절은 그렇듯 자연스레 배턴 주고받는 연습에 분주하다. 해마다 입학예정자 숫자가 줄면서 학교별 마케팅 전략과 다를 바 없는 학생 유치 노력은 눈물겹다. 대학에까지 겨울을 풀어낼 시린 이야기로 기온보다 몇 배 춥다. 여러 해를 두고 눈살 찌푸리게 했던 졸업 추태가 차분한 지도와 예방으로 자취를 감췄다. 새것을 쥐면 헌것은 무조건 팽개치는 아이들 앞에 '묵은 것을 뿌리로 새것을 얻을 수 있다'며 손때 묻은 전통과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2.20 17:21
-
필자가 여러 해 전, 모 잡지사 청탁을 받아 발표한 시 3편 중 '세월 그리기'를 글자 한 자 고치지 않고 초등학교 3학년 딸은 방학숙제로 베껴냈다. 나중에 알았으나 '글 도둑은 나쁜 도적질과 다르다'며 웃어넘기고 말았다. 도용한 내용치고는 너무 황당했다. 다른 두 편이 아닌, 하필이면 노부부의 가녀린 신세를 그린 작품을 찜했을까? '할머니 할아버지를 곁에서 도와드려야 한다는 걸 같은 반 친구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란 그럴듯한 이유를 붙였다. 요즘 아이들을 가리켜 동심의 실종이라는 엄청난 질책을 쏟아낸다. 아이는 되레 어른 걱정이니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2.06 18:04
-
저마다 꾸미고 그린 독특한 말의 위용에 꺾였던 날들을 다시 세우며 한껏 부풀어 있다. 5060세대의 초등학교 때 유행하던 말타기 놀이는 요즘 승마를 뺨쳤다. 팀을 위한 희생과 인내가 부족하면 무조건 지고 만다. 혼자보다 함께를 일깨운 메시지다. 말은 생각처럼 쉬운 12지가 아니며 평소 깨끗하고 지각이 특출해 신사 동물로 통해왔다. 잔머리 굴릴 줄 모르니 떼를 이룰수록 굽소리도 우렁차다. 사람사회 역시 다를 게 없다. '가족'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개인'이 '우리'보다 머리 끝에 서려니까 연일 시끄럽다. -'왜가리' 웃음 세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1.23 16:45
-
날마다 맞는 날도 자고나면 새 날이지만 /여기저기 앉아 꽃물되어 번질 빼곡한 희망/ 기다림의 거친 숨을 경작하고 있다./올려보면 높이 뜬 구름끼리, 내려보면 세월씻는 소리에 /누군가 침묵하나 붙들어 두고 /얼간이 같은 부적 몇 장을 쓴게 분명하다 /그래, 돌아돌아 그리움과 만나는 굴렁쇠 되어 /넘어져도 아주 눕지않고 구르고 또 굴러 순명같은 새살 /내가 키울 차례다. 이제, 내가 꽃이 될 차례다. / 필자의 시'굴렁쇠' 전문이다. 풍설(豊雪)을 군데군데 안은 채 나목의 잔가지를 뚫고 육십갑자 중 갑오년 청마(靑馬)하늘이 눈부신 햇살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4.01.09 18:07
-
누구에게나 첫과 끝은 유독 설렘이 짙다. 엊그제 같은 2013 계사년도 역사 속으로 묻히고 있다.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 때문에 가슴을 졸였고 또 어떤 일로 웃음이 벙글었는지 마무리 일기장은 아쉬움으로 얼룩진다. 교육·경제·사회·문화·정치를 아우른 사자성어가 해마다 유행처럼 넘쳐나지만 속내는 대부분 네탓의 귀결이다.2004년 교수신문은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무조건 다른 편을 배격한다는 뜻으로 당동벌이(黨同伐異)를 선정했다. 그후 10년이 지난 종합 성적 F학점에 누구하나 의아해 하지 않는다. 어쩐 일일까? 시(是)의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2.26 18:11
-
무한경쟁을 주도할 변화와 혁신 앞에 나눔과 소통, 융합과 창조가 강조되는 시대다. '있을 때 잘해'란 노래가 선거철 특수로 파고든다. 잘난 척하는 사람, 꼬투리 잡기의 달인, 약삭 빠른 사람, 숨길을 막는 먹통, 결단력이 특유한 외골수 등, 어설픈 이름표 앞엔 환청처럼 들릴 수 있는 유행가다. 평소 의롭게 주위 온도를 높여온 사람일수록 기다린 시간이 길어도 소리내 닥달할 줄 모른다. 있을 때 잘한 사람이야 여기저기서 추대의 손길을 모으지만 반대인 경우 '그 땐 그랬었지'로 읊조려 생경한 망부석과 무엇이 다르랴.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2.12 18:48
-
필자의 칼럼 '교육감을 하고 싶다? (1)'을 읽은 독자 전화 중 '만약 후보자가 한명도 없다면 어떻게 되는거냐?'며 걱정했으나 내 의무사항 밖이라서 웃고 말았다. 예상후보자를 놓고 이미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학연과 지연, 보수와 진보, 초·중등 대학간 두드러진 쏠림이나 선두주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직은 도토리 키재기란 표현이 맞다. 생각 같아선 교육감 숫자를 열명 쯤으로 늘리면 어느 정도 욕구충족에 근접하련만 희망사항일 뿐, 표로 연결돼야만 수용하고 반대면 곧 뱉어 버리는 선거판은 내 편 만들기가 첫 번째 승부수다. 다음으로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1.28 18:49
-
충북교육감 후보군이 타천보다 자천 중심으로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고 봐야 확실하겠지만 지금으론 절대강자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일찌감치 다리품 팔며 종횡무진 뛴 사람, 학연과 지연을 업었으나 운명의 역설에 시달리는 사람, 기호추첨 대박을 노려 밑져야 본전일 사람, 이것저것 뜻대로 안되니 화가 끓어 일 저지르는 사람, 계절병처럼 명함 띄워놓고 합종연횡에 재미 볼 사람, 어리버리하다 이 핑계 저핑계로 슬쩍 빠질 카멜레온 등 유권자 입맛과 무관하게 인물 풍년이다. 엄청난 짐을 스스로 택하려는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선거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1.14 18:10
-
아직은 물러서기 싫어 한낮 열기를 뿜지만 /머잖아 준비된 고추잠자리 퇴역이 볼거리다. /나이 든 나무들 틈으로 불어온 갈바람 하늘 높일 때 /정돈된 철새들의 남행, 하나 둘씩 떠나도 /공차는 아이들은 계절이 없다./으뜸이 아니어도 꼭대기가 아니어도 /신발 두 짝까지 하는 오른다. 필자의 동시 '야, 어디로 차는 거야'전문이다. 올 가을도 예외없이 독서에 대한 현수막은 여기저기 내걸리고 행사로 봇물을 이룬다. '지식기반사회'는 국민의 지식과 사고수준이 곧 국가 경쟁력이란 전제다.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책은 고사하고 외모 가꾸기에 골몰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0.17 19:36
-
10월은 자연이 보낸 소식을 먼저 받는다. /들꽃 대접은 커녕, 성가신 잡풀로 밀려났던 개망초도 /붙박이 잔뿌리로 붓칠하며 하얀꽃 되어 뽐내던 여름을 보내고 /산들바람 앞세워 그림자 길게 세운다./가냘픈 불씨 몇개 모두 태워 슬픈 그림자로 만들어진 날 /그림자는 자신의 어둠이 아니라 빛의 밝음임을 비로소 깨닫는다./그늘이 뿌리를 푸르게 적시는 동안 /나무는 제 그림자를 수직으로 세워 /하늘 속으로 흘러든다.수혈을 마친걸까? /한 방울 엎지르지 않고 /다시 제 몸에 열매를 실하게 키워 /젖은 날개를 말린다. / 필자의 시 '가을 마중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10.03 17:01
-
'도대체 몇 년 만이니, 나 죽었나 보러 온거여?' /할아버지 버럭 화내시고 사랑방에 드셨다 /'사람 맞아?'/ 제사도 끝나기 전, 삼촌은 떠나셨다./ 명절이 싫다. / 엄마까지 맏 며느리 노릇 너무 힘들단다. / 나도 큰 아들인데 다음에 어쩌지........' 필자의 시 '엉망진창'전문이다. 추석은 추썩추썩 다가온다더니 옛말 틀리지 않다. 지독했던 더위와 기습적인 국적불명의 태풍도 언제 그랬느냐 싶게 고향 포옹을 준비한다. 벌초 길 자손들 정성도 남다르다. 누가 만든 명절인지 참으로 묘하다. -어머니 말씀 1970년 봄, 애송이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09.05 19:01
-
조롱박 넝쿨이 줄타기 한다./돌돌돌 더위를 찧어 /아래 한번 안보고 꿈을 넌다/ 어쩌려나 고개도 맨날맨날 따라 올라 /더 젖히기 힘들 때 /하나 둘, 빚어내는 항아리 /그래, 옹기종기한 삶보며 /조롱박이라 작명했다지. 필자의 시 '조롱박'전문이다. 1970년 봄, 청원 부강초 새내기 교사로 첫 발을 뗀지 엊그제 같은 데 단재교육연수원장(유아교육진흥원장 겸임)을 끝으로 43년 교직에서 물러간다. 교단 일기장 마다 '내가 나를 너무 모른 바보'인 채, 부끄러운 얼룩만 빼곡해 몸살이 먼저 번진다. '사람 만들고 사람 된다는 건 기다림의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08.22 18:45
-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수련활동 중 고등학생 5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를 두고 안전 불감증의 격한 소리가 따갑다. 정말,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네 탓 내 탓을 떠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땅 위 모습은 어떤가? "횡단보도를 쌩쌩 달리고 어떤 자동차는 담뱃불도 던진다", "학교 앞에 주차된 차들 사이로 빠져다니다 죽을 뻔 했다"고 어린이들은 이야기 한다. 교통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도입된 스쿨존.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거,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위치한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 관리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08.08 18:52
-
[오병익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여름방학 초입, 아이들 설렘은 하늘에 닿는다. 방학식 뒤 선생님 팔에 주렁주렁 매달리다시피 교문 앞 횡단보도 건너까지 함께 하는 배려가 사제 간 고운 그림으로 부푼다. 어디 그뿐이랴. 방학이면 앞다투어 찾아오는 체험 프로그램을 숙성시키기 위해 이색공연과 농장체험, 놀이개발은 유아교육진흥원 몫이라며 온도를 높이는 구성원 열기에서 움쭉 자란 사랑과 만난다. 방학만의 유일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녀와 부모 간 전투'라는 의례적인 허구를 벗기 어렵다. 빼곡하게 시간표를 붙여 진통부터 밀려온다면 과정도 결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07.25 20:56
-
창의 인성교육을 닥달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인성을 겸비한 창의적 사람 만들기가 얼마나 막연한 사치성 단어였으면 정작, 교원을 제쳐두고 학교 밖에서 아우성일까? 모두 박사급 전문가인양 현기증이 서린다. 제발, 교육을 응원하고 격려하지는 못 할 망정 열정을 사라지게 하는 아픔 쯤 지웠으면 좋겠다. 골목 이용원 이발사도 인성과 새로운 기법이 받침되지 않으면 얼마 못 가 문닫아야 하는 시대다. '창의 인성'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교육은 미래사회 능동적 변화를 위해 학습자 주체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헤아리기
오병익칼럼
오병익
2013.07.11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