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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벼르던 영화가 종영되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다음 영화의 티켓을 구매했다. 혹성탈출이다. 인간이 유인원을 이용해 치매치료제를 연구하다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한다. 그로인해 유인원은 날로 진화한다.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진화한 리더 시저는 유인원을 몰살하려는 인간군 대령에 의해 가족과 동료들을 잃고 분노한다. 대령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고 믿는다. 대령은 시저의 아내와 아들을
백목련
충청일보
2017.09.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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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거리를 나서면 건물만 빼곡하다. 요즘은 건물주를 조물주보다 위인 갓물주라 부른다. 사람보다 물질이 우선이다. 그럴수록 사람과 사람사이는 점점 멀어져간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던 것들이 문득, 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어디에 두고 온 걸까? 요즘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서민들의 밥상이 어지럽다. 좁은 장소에서 닭을 키워 경제적인 효과를 보자고 한 것이 국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되었다. 물질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계란 몇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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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노래에 재능 있는 4명을 모아 남성중창단을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석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인 한 참가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대표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를 불렀다, TV화면으로 보고 있던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녀의 역할을 넘나들고, 감정을 담아낸 손짓과 눈빛은 어떤 프로배우보다 매력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그의 무대가 끝나고 문득 든 생각은 "저렇게 끼가 많은 사람이 어떻게 참았을까?"이다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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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불의에 직면했을 때 못 본 척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지 도우려 애 쓰는 사람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자氏가 후자에 속한다. 장애를 갖은 빈곤한 이를 보면 행정기관에 문의하고 그에 합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선다. 본인을 포함한 시민의 불편사항이 있으면 그 또한 관철 될 때까지 타당성을 내세워 민원을 제기한다. 가로수길을 지나다보면 휴암 버스승강장이 보인다. 산뜻한 모습이 보기 좋다.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고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버스의 도착시간을 알려주어 마음 놓고 기다릴 수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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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아들 같이 생각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거나, 보냈던 어미의 입장으로선 도저히 감당해 내기 힘든 말이다. 아들같이 생각을 해주지 않아도 좋다. 대한민국의 군인이라는 근본적인 면만으로 대해 주었어도 이렇게 가슴이 메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그랬다면 그 사병 역시 공관병으로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필자는 공관병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군대를 가지 않는 여인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처음 듣는 단어일 것이다. 공관병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연대장 이상의 지휘관들에게 주택이 제공되는데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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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정책의 내용은 첫째, 투기 과열지구 지정, 둘째, 다주택자 규제강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셋째, 청약자격 강화 등이다. 현재 분위기는 부동산가격을 리드하던 재건축(특히 서울 강남)이 주춤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이다. 충청권에서는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 중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되었다. 이전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는 정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를 포함하지 않은 채, 투기를 막으려 했던 것과, 정부정책이 자본의 욕심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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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두 손을 꼭 잡았다. 손끝에 봉숭아 꽃잎이 내려앉았다. 무채색의 매니큐어를 덧발라 반짝이는 어머니의 손이 사랑스럽다. 수줍은 미소가 가득한 표정도 주홍빛 봉숭아꽃 색이다. 유년의 기억 속에 있는 어머니는 새벽부터 들에 나가셨다. 그래선지 나는 어머니가 들에 나가지 않는 비 오는 날이 좋았다. 부엌에서 어머니가 그릇을 만지는 소리도 정겨웠다. 애호박, 감자, 양파를 채 썰고 부추를 넣어 전을 부치는 냄새는 군침을 돌게 했다. 수제비를 한 솥 끓여 집에 오는 손님들도 한 대접씩 드시게 했다. 상을 물리고 나면 옥수수를
백목련
충청일보
2017.08.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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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시간, 그리고 세월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인가! 천년의 세월을 끄떡없이 지켜내고 있는 것을 보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비하지 않을 수 없다.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위치한 농다리! 고려초기에 축조된 돌다리로서 길이는 93.6m, 높이는 1.2m 국내 최고(最古), 최장(最長)이라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자태를 잃지 않고 다리로서의 본분을 지켜 왔다.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버텨올 수 있었는지 신비스럽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되어 그 어떤 뛰어난 공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쌓아놓은 것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2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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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최근 새 앨범을 내놓은 악동뮤지션의 '다이노소어(dinosaur, 공룡)라는 노래가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하우스음악(1980년대 중반 이후 전자댄스음악을 총칭)의 하위 장르인 트로피컬 하우스 풍이다. 혹자는 악동뮤지션의 개성이 덜 느껴지고 유럽의 EDM(Electronic dance music, 전자댄스음악)풍이라고 낮게 평가하기도 하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라 듣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영화, 음악, 그림 전시회 등을 찾아보는데, 최근 한국음악은 잘 안 듣게 되었다. 대부분 아이돌의 화려한 댄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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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그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누군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거려 보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무안할까싶어 아는 척을 했다. 그러자 가족의 안부까지 묻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후일을 약속하며 헤어질 때 까지도 그 여자가 누구인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그의 존재가 드러났다. 반백년을 살아내는 동안 내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사업적인 일이어서 금전적인 손해도 크게 봤다. 그 일로 오랫동안 밥맛을 잃고 깊은 잠을 이룰 수 없는 세월을 견뎌내야 했다. 믿음이 깊었기에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2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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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초록이 달음박질치는 칠월! 차창 밖으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소리에 오랜 체증이 싹 풀리는 듯싶다. 일탈의 순간이다. 짜릿한 전율과 함께 가속페달을 밟았다. 순간 저 멀리, 도로 한가운데서 흐릿하게 검은 물체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서서히 속도를 늦추었다. 어미오리와 새끼 다섯 마리다. 뒤따르던 차들도 비상등을 켠 채, 멈추었다. 차량통행이 많은 외곽도로인데 중앙선을 회벽으로 대신하여 도로를 가로 질러 갈 수가 없다. 어쩌다 어미는 어린자식들을 데리고 도로 한가운데서 이 난감한 상황을 만난 것인지! 바쁜 차량들은 경적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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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7월 3일자 브리프자료는 변화의 시대에 요구되는 직무역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평생학습역량, 둘째, 본인과 다른 직무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역량, 셋째, 신기술을 두려워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넷째, 주어진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역량 등이다. 급격한 산업변화와 수명이 길어지고, 다양한 직업탐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1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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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아들이 감기기운이 있다면서 링겔이라도 맞아야겠단다. 그날 저녁부터 며칠째 먹고 자기만 한다. 지난해 우리부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아들은 휴학을 했다. 국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 왔다면서 여유를 갖고 군 입대 준비를 하겠단다. 소속감 없이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으나 아들에게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지 싶었다.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더니 연주회며 공연 관련 아르바이트로 휴학 전보다 더 바쁘게 보낸다. 여유가 생기면 그날마저도 연습실을 차지하거
백목련
충청일보
2017.07.0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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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허공으로 바람이 지나고 구름이 지나간다. 이어서 꽃들이 입을 연다. 빨갛게, 노랗게, 주홍으로 그리고 핑크빛으로 제각각 할 말들을 하고 있다. 어떤 것은 잘 가꾸어진 꽃밭에서 또 다른 꽃들은 들에서, 산에서, 척박한 돌 틈 사이에서,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며 타고 난 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리곤 제 능력만큼의 열매를 맺기도 하고, 작은 들꽃들은 앙증맞은 미소로 바람을 좇다가 삶의 미련 같은 씨 한 알 단단하게 만들어놓고는 어느 날 소리도 없이 바람을 따라 가버린다. 고관절골절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육신을 뒤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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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어느 느지막한 시간 문자 한통이 왔다. 보낸 사람은 대만사람으로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가르치는 친구였다. 문화 강의를 하는데 한국도 얘기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 다음 그녀가 보낸 링크는 대만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아래는 "한국에는 성형골목(성형외과가 모여있는)이 있어?"라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바로 "한국사람 전부는 아니고, 외모를 가꾸고 싶은 사람들 중 몇몇이 그럴 수 도 있어."라고 답을 보냈다. 차 한 잔 타서 마시려는 순간 다시 온 문자는 '얼굴을 붕대로 감고 있는 여자가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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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진열대 위에 물건을 채우느라 직원들이 분주했다. 나도 채소코너의 상품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때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서너 발자국 앞에 먹구름 같은 뭉치가 귀신처럼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순간이동을 하듯이 뛰었다. 직원이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그제서야 버림받은 것이 분명한 강아지의 형상이 보였다. 허기를 못 이겨 먹을 것을 찾아 들어 온 듯싶다. 나는 평소 털 알르레기가 있어 아무리 사랑스런 강아지라도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강아지에게는 차마 그럴 수 없어 물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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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갈증이 인다. 아무런 소식도 없는 하늘이 야속하다. 논밭에 곡식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다. 물이 모자라 힘든 상황인데도 들녘을 나서보면 자연은 초록의 열매들을 풋풋하게 키워내고 있다. 요즘은 수자원시설이 잘되어 있어 대부분의 논은 이미 땅 냄새를 맡은 벼들이 초록빛을 발산하며 자라고 있다. 하지만 밭곡식들은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다. 스프링클러 시설이 되어 있는 곳도, 인력으로 물을 주는 일도 한계가 있다. 밭고랑은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먼지가 인다. 밭에서 말라가고 있는 농작물을 바라보며 타들어가고 있는 농심을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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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젊은이들은 그 자체가 에너지이자 열정이다. 요즘은 대중문화 코드가 아이돌 때문에 10대에 맞추어져 있지만, 20대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가요 등 모든 분야의 주요 타깃이었다. 10대들도 화장을 하고 다니고, 훌쩍 큰 키에 20대와 분간이 안 가지만, 예전에는 그랬다. 나의 20대 초반은 지금보다 보수적인 분위기, IMF가 있었지만 그래도 금 모으며 희망을 놓지 않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첫 번째 세대였다. 공강 시간에 캠퍼스에 앉아 "우리 30대에 뭐하고 있을까?"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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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작은 공간에 햇살이 가득하다. 서로들 아침 인사를 하느라 시끌하다. 생기가 그대로 내게 전해진다. 이런 날은 바람이 들어오도록 창문을 활짝 열고 조로 가득히 물을 담아 목욕을 시킨다. 먼지가 앉아 있는 잎사귀는 아기 세수 시키듯이 손으로 한 잎 한 잎 닦아낸다. 출퇴근 시에도 눈도장을 찍다보니 자식처럼 여겨진다. 자라는 모습을 사진 찍어주고 아이에게 만난 음식을 먹이듯이 그들에게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날부터 활짝 꽃피었던 장미가 꽃잎이 마르더니 잎사귀마저 빛을 잃어간다. 붉디붉은 장미였기에 가슴이 내려앉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0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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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요즘 강렬한 햇볕 아래서 농작물도 사람도 모두 갈증을 느낀다. 당분간 비소식도 없다고 한다. 문득 바다가 그리워지는 건 ,무의식 속! 태고의 어느 품에 연한 것일까?건조하고 푸석한 일상의 행렬에서 벗어나 ktx에 몸을 실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등짐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은 홀가분함 때문일까? 이순의 고갯마루를 내려서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떠나는 여행길은 내 생애 첫 소풍의 환희를 떠올리게 했다. 초등시절 소풍 전 날의 설렘처럼 마음이 들뜬다. 역으로 가는 도로도 출근시간보다 이른 시간인지라 여유로웠다. 삶의 흔적
백목련
충청일보
2017.06.02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