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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오랜만에 야외로 나가 산야를 바라보니 한해로 애태우던 농민들이 폭우로 전답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고향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교직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보낸 세월들,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있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 한다"는 화두(話頭)를 시작으로 단재교육연수원에 재직할 때엔 1년에 3,000여명의 학생에게, 교장으로 재직 시에는 1,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늘 상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歲月不待人)"고 학생시절에 열심히 공부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7.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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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성공적인 은퇴 후의 삶을 규정하는 데 있어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조건은 편안함이다. 은퇴 대비 교육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강사들이 강조하여 주장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현역으로 수십 년 열심히 노력했고 고생했으니 당연히 쉬어야 하고 대접도 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은퇴하고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게 100세 시대의 주문이다. 그 많은 시간을 편안함으로만 어떻게 영위할 것이며 설혹 치밀한 노력으로 추구한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한 인생의 의미는 아닐 것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7.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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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여러 계층의 집단이기주의가 만연된 가운데 각종 범죄로 채워진 신문기사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성공하는 비결은 원만한 인간관계에 있다고 한다. 맹자(孟子)는 천시불여지리(天時不如地利) 지리불여인화(地利不如人和)라고 하여 인화(人和)가 조직을 이끌어 가는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서산(西山)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부자굴(不自屈) 부자고(不自高)라고 "비굴하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라"고 했다. 전습록(傳習錄)에 인생대병지시일오자(人生大病只是一傲字), "인생에서 제일 큰 병은 오만이라는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7.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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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지난날 우리는 대가족 제도 아래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들을 키우며 하루 세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사랑하며 살아왔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핵가족으로의 변화 속에 나이 드신 부모님들이 설자리를 잃고 노년을 어렵게 보내고 계신다. 예기(禮記)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효유삼(孝有三), '효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여 대효존친(大孝尊親), '대효(大孝)는 어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고, 기차불욕(其次弗辱), '둘째는 욕되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7.1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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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겨우 1m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손녀가 뒷짐을 지고 걷는다. 왼손바닥 위에 오른손등을 얹어 허리 뒤로 돌리고는 느릿느릿 걸으며 덩달아 두 발도 갈 짓 자 비슷하게 흉내 내는데 담뱃대만 물면 영락없는 옛날 선비 걸음이다.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배우는 나이인지라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데 그런 걸음걸이까지 어디서 배웠을까 하고 바라보는 어른들끼리 킬킬거리다가 아뿔싸 할아버지가 그렇게 걷는다고들 얘기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그 부모를 똑 닮는다. 신체적인 것은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물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7.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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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점심 식사를 어디서 해야 할까?' 하는 게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매일매일 먹는 점심이고, 사방에 식당이 널려 있는데 무엇을 먹을까, 어느 식당으로 갈까를 결정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입맛과 가격대, 거리 등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거기다 다른 동료들의 취향까지 일일이 고려하다보면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가장 인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의 메뉴를 선택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다. 바
신찬인칼럼
충청일보
2017.07.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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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하여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한 후에야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언행이나 편가르기식 처신이 화제가 되고 최근 들어 고위층 인사들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인사 관련 부서의 검증을 거친 후 청문회를 열게 되고 더러는 낙마하는 모습을 보니 삼가재상(三可宰相)이란 말이 떠오른다. 세종 때 청백리로 알려진 황희(黃熹) 정승은 명재상으로 사람을 대할 때는 너그러웠는데, 어느 날 퇴청하여 집에 돌아오니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6.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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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빨래 건조대에서 빨래를 한 보따리 걷어와 거실에 펴놓고 개다 보면 희한하게도 양말 한두 개씩은 꼭 짝이 없다. 며칠 지나 다시 찾아봐도 여전히 혼자 굴러다니는 게 있는데 아깝기도 하고 보기도 좋지 않다. 신발도 누군가 잃어버린 것은 꼭 한 짝만 돌아다니며 이 발길 저 발길에 차여서 이내 못 쓰게 된다. 양말이나 신발도 짝이 있어야 보기 좋고 쓸모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어떨까. 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집도 혼자 살기 좋게 작은 집을 지어 분양하면 잘 팔리고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6.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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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계절의 변화 속에 차려입은 여인네들의 옷을 바라보니 서시빈목(西施嚬目)이란 말이 생각난다. "옛날 중국의 월(越)나라에 절세미인인 서시(西施)가 병이 있어 눈을 찌푸리고 있었더니 이것을 본 못난 여자가 눈을 찌푸리면 아름답게 보이는 줄 알고 눈을 찌푸리니 더욱 못 생겨 보였다"고 한다. 이는 아무런 비판 없이 남의 것을 흉내 냄을 이른다. 지난날 우리는 절대왕권의 획일적인 통치하에서 통제 받고 살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원화된 다가치사회(多價値社會)에서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며 다양한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6.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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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무덥던 날씨가 한줄기 소나기에 꺾이고 창밖의 소나무는 푸르름을 더해가고 생기가 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니 고향에서 함께 뛰놀던 옛 친구들이 그리워지며 진달래 피는 봄이면 친구들과 뛰놀다 해질녘에야 집으로 돌아오고, 여름이면 매미를 쫓고 냇가에서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즐기던 지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이웃 간에 정(情)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 왔는데 그 옛 친구들은 생업을 찾아 고향을 떠나고, 오늘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살아가지만 리이즈먼이 지적했듯 "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6.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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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조막만한 손녀가 목욕을 했는데도 욕조에 때가 가득하다. 비누칠을 한 번 하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은 게 전부인데 국수가락만큼 굵은 때가 등판 전체에 수북이 생기고 물을 한 바가지 끼얹으니 그대로 물 위에 둥둥 뜨게 되는데 아이 몸에 다시 달라붙을 정도다. 몸의 열기가 어른과 달리 뜨거워 저절로 때가 생기기도 할 것이고 종일 기거나 걷거나 뛰기도 했으니 땀도 났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많이 생긴 때가 더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때가 있을까? 형편이 나아져 매일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6.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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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때로는 힘차고 격정적으로, 때로는 부드럽고 은은하게 초록빛 나뭇잎에 손짓하고 붉은 꽃잎에 입 맞춘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가볍게 일렁인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추어 함께 박수치며 어깨춤을 추었고 대통령께서도 자연스레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청남대의 너른 호수엔 어느덧 저녁노을이 드리운다. 아름다운 풍광과 음악의 선율에 관객들의 아련해진 마음은 노을 진 호수로 살며시 잠겨든다. 청남대에 재즈음악회가 있던 날, 녹음이 짙게 깔린 호
신찬인칼럼
충청일보
2017.06.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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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50년대 전쟁 후의 어려움 속에 조반석죽으로 하루에 세끼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웃 간에 정(情)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왔다. 경제 개발을 거치며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 핵가족으로 가족제도가 변하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배금주의(拜金主義)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이웃 간에 대화가 단절된 채 인정이 메마른 사회가 되었다. 우리의 선인(先人)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수분지족(守分知足)하며 살아왔다. 채근담(菜根譚)에 "마음에 욕심이 일면 차가운 연못에 물결이 끓는 듯하여 자연에 묻혀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6.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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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TV뉴스를 보며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니 40여 년 전 결혼 초의 대학원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고 학교에서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시절,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지나서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법학을 전공한 내게 한국 경제론은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스승이신 전철환 교수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전주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시고 행정고시에 합격하시어 경제기획원에 근무하시던 중에 영국 유학을 마치시고 충남대 교수로 전직하시어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5.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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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1년 반 된 손녀가 말을 곧잘 한다. 이미 지난 몇 달 동안 옹알이를 하며 꽤 많은 단어를 익혀왔다. 처음에는 한 음절짜리 의성어를 주로 발음했다. 어른이 하는 입모양과 소리를 주의 깊게 살피고는 직접 말해보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겨우 하나씩 익혀 나갔다.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동작이긴 하지만 만약 언어환경에 놓이지 않으면 절대로 언어를 익힐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늑대에게 물려가 요행히 죽지 않고 길러져 늑대처럼 울부짖는 소년에게 말을 익혀 주려고 애쓰다가 결국 실패했다는 언어학자의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5.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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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가정의 달인 5월은 5일은 어린이날로 손녀들과 함께 3대가 자리한 시간이었지만 어버이날인 8일은 자녀들은 다녀갔지만 부모님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신지 오래이다 보니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가 되었고, 15일은 제자들과 보내고 돌아오다 보니 사제삼세(師弟三世)라는 말이 떠오른다. 가정은 삶의 보금자리요, 안식처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의 집이여, 아무리 작아도 너는 나의 궁전"이라고 했고, 독일의 시성인 괴테는 "격언과 반성"에서 "왕이건 백성이건 자기 가정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사람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5.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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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많다. 사회에는 크고 작은 조직 속에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많고 지도자와 참모의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논어(論語)에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고,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는데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것과 같이 지도자들은 덕(德)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候列傳)에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한 고조(高祖)인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한(漢)나라에 가장 위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5.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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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즐거울 때나 우울할 때나 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파도다. 거칠 것 없고 막힌 것 없는 자유 위로 달려오는 파도는 묵은 쳇증을 다 내리게 한다. 파도는 환한 얼굴로 다가오는 희망이다. 흰 이를 드러내면서 손을 내미는 초등학교 동창생이고 무너져 내리는 헛헛한 가슴을 그 끝 어디 깊은 곳부터 다시 적셔주는 옹달샘물이며 석 달 열흘 가뭄 끝 마른 대지의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다. 그리고 그 소리는 이 모든 것에 흥을 돋우는 추임새다. 아니 더욱 목청 높여 판을 키우게 하는 꽹과리 소리다. 한 뼘
이진영칼럼
충청일보
2017.05.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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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찬인 수필가·전 충청북도의회사무처장]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감미로움이 차안에 가득하다. 노래의 중간 중간에 DJ가 소개하는 청취자들의 사연 또한 사람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오늘의 사연은 결혼 10주년인데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자 누군가는 여행이 최고라고 했고 누군가는 장인과 장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빠져 있다가 불현 듯 오늘이 며칠이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맘 때 즈음이면 나도 결혼기념일인데 하는 생각에 기억을 되살려 보
신찬인칼럼
충청일보
2017.05.1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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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오래 전에 생활고를 비관한 어머니가 살려달라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드니 목숨을 버리는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어느 재벌 사장이 부도로 기업이 넘어가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살을 결심하고 해안가에 위치한 여관에 들렀는데 우연히 벽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쓰여진 낙서를 발견했다. 그렇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은 자살하려든 생각을 접었다.
김재영칼럼
충청일보
2017.04.27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