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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거나 조언을 구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나면 어느 새 마음도 평온해지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농을 해도, 중년의 나이와 상관없이 아버지 눈에는 마냥 귀엽게만 보시니 이보다 즐거운 일이 없다. 내가 고민을 얘기하면 아버지는 절대로 중간에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사랑이 지나친 나의 어머니는 내가 첫 문장을 떼기도 전에 "왜 그랬냐?", "그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며 꾸짖음과 해결책이 동시에 내 놓으시니, 결국은
백목련
충청일보
2017.05.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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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극심한 가뭄은 작은 불씨로도 큰불이 난다. 강한 바람으로 불길을 잡기가 힘들다. 여기저기 나는 산불이 그러하고 사소하게 여겼던 것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일이 그러하다. 재앙 같은 시간이 지나고 황사로 눈만 빼꼼히 내민 사람들이 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유권자들이다. 얼마 전 문학회에서 회장선거를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날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 중 두 번째로 연단에 선 후보의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누가 자신을 추천해서 회장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협회에서 궂은일을 하다 보니
백목련
충청일보
2017.05.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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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오래전 내비 없이 전라도 고흥방면에서 해는 지고 어두운데, 넓은 벌판에 집한 채 보이지 않는 시골길을 헤맨 적이 있다. 갈림길이 어찌나 많았던지,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길옆으로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요란했다. 사전정보 없이 어둠이 내린 낯선 곳에서 정말 난감했다. 내비 없이 초행에 갈림길을 앞에 두고 상대방에게 전화를 하면 연세가 있는 분이라 그런지 달만 따라 오라고 했다. '달 따라 쭉 오다보면 연못이 보이고 연목 왼쪽 첫 번째 집'이라고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초행길
백목련
충청일보
2017.05.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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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어머니의 젓가락이 분주하다. 봄나물 덕분이다. 입에 맞으실 만한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두리번거리다 인절미를 발견하고 접시에 수북이 담았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인절미를 자주했다. 할머니가 밥보다 떡을 더 좋아하셔서다. 정성을 들여 떡을 해도 이삼일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게 된다. 어머니는 화로에 굽거나 솥뚜껑을 뒤집어서 기름을 두르고 이리저리 굴려 노릇하게 구어 주었다. 속은 쫀득쫀득하고 겉은 고소해서 쉴 새 없이 손이 간다. 봄이면 살고마니 고개를 내민 애쑥으로 쑥떡을 한다. 할머니는 조청에 찍어 드시며 당신은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2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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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2004년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이란 드라마는 가난한 여자가 부유한 재벌2세와 똑똑한 엘리트 청년사이에서 사랑 받는 클리셰가 강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그 장면에서 똑똑하지만, 재산과 배경이 없는 소지섭이 재벌2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캔디 하지원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계급은 중세시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 놈들의 헤게모니가 우리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을 뿐이지.” “물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행복하다면 할 말은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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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길을 가다보면 수많은 일들을 보고 듣고 겪으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살다보면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가끔은 오해도 생기고 때론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한다. 그런 모든 일들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쉬운 것 같으면서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수월할 때도 있다. 관점이 다르니 서로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일이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우연히 화분을 선물 받게 되었다. 난도 아니고 옥수수 잎을 닮은 것이 볼품이 없어 베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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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겨우내 비실대던 장미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린다. 기특하게 피워 낸 붉은 꽃에 눈길이 머문다. 문득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루한 생각이 비집고 들어선다. 어떤 이는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나누어 말한다. 그러나 삶은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 건너에 이상향이 있다면 강가에 다 달아야 만이 비로소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널 수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기위해 축지법이라도 쓰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언제쯤이면 갈수 있을까. 가끔은 바람도 불고 비가 내린다. 그런 날에는 내가 왜 이 길을 걷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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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2017년 4월 3일 한국최초의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가 영업을 시작하였다. 인터넷은행은 365일 24시간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게 적용할 수 있다. 4월 6일 오전 8시 기준 10만 6379건의 가입이 집계되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엄청난 기세이다. 예금의 경우는 시중은행보다 높지만, 은행마다 이벤트 예금이 있어, 차별화가 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중금리대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3~4%대이나 등급 간의 격차가 최대 4배이다.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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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오랜 침묵의 시간 속에서 육중한 몸체를 드러냈다. 녹슬고 처참하게 무너진 선체는 반잠수선에 묶여 천천히 바다를 떠나고 있다. 긴 시간동안 거칠게 몸부림치던 파도의 절규 속에서 슬픔을 그리움으로 노랗게 애태우던 팽목항도 이제는 한 세월 속에서 상처를 보듬으며 쓸쓸히 역사 속으로 아물어 가야겠지! '흔들리는 하얀 파도를 타고 바람에 실려 내 다시 바다로 가리'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휘날리는 갈매기의 날갯짓과 몸부림치며 거칠게 울어대는 파도의 부름에 아이들은 바다로 달려간다. 그들의 힘이었을까! 새
백목련
충청일보
2017.04.0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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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여섯 살 차이가 나도 같이 늙어가니 조카님이라 부른다. 우리남매와는 한가지처럼 자란 작은조카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어렵게 공부하여 취직을 했었다. 얼른 성공하려는 마음으로 퇴사 후 사업에 뛰어들었다. 비빌 언덕이 없어선지 잘 풀릴듯하면 헛디디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니 사람 하나만 보고 결혼한 조카며느리의 고단한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조카는 자신이 청소년기에 겪었던 암담함을 잊을 수 없어 수입의 십프로를 기부한단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렇게 해 왔다는 조카의 말에 나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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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2008년 KBS '엄마가 뿔났다'는 당시 인기 드라마 중 하나였다. 주인공인 백일섭 김혜자 부부와 강부자는 충청도 출신으로 서울에 살면서도 충청도 방언을 그대로 사용했었다. 드라마가 처음 시작하던 날 TV를 보던 나는 울면서 드라마를 시청했다. 1995년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쓰시던 단어, 말투와 억양을 드라마를 통해 생생하게 들으니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올라왔기 때문이다. 작가인 김수현 씨가 청주출신이라 그런지 그 분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쓰는 충청도 방언은 정말 일품이다. 드라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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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바람도 불지 않아 물결이 일지 않은 수면위로, 가느다란 줄 하나! 푸른 새벽에 빨대처럼 꽂혀있다. 보이지 않는 물속으로 미끼하나 던져놓고 고고하게 먹이를 기다리는 눈빛이 수면위로 염치없이 둥둥 떠다닌다. 침묵 같은 긴 기다림의 시간은 먹이를 가운데 두고, 서로 먼저 먹으려는 짐승의 눈빛을 닮았다. 손끝을 타고 내리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마에 핏줄로 곤두선다. 은빛비늘 반짝이며 물길을 차고 다가오는 커다란 실루엣이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으라차차' 고함소리에 먼데 하늘이 새벽을 걷어내고 물속으로 붉은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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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마주한다. 주로 직업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 공간에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이 있다. 가끔은 바람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구구절절 사연을 나누며 눈물바람을 일으킬 때도 있다. 섣불리 마음의 문을 열었다가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그런 날은 서둘러 문을 잠그고 주변인처럼 겉도는 방관자가 되려 한다. 상대의 따뜻한 미소에 마음 문을 열고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한보따리 챙겨 보낸다.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고 그가 즐거워해서 내가 행복하다. 봄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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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추운 2016년 크리스마스 날, 성안길은 대통령 탄핵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약 200M의 길을 매운 그들은 남녀노소가 없었다. 나는 일면식도 없는 이웃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했다. 대전에 사는 지인은 그곳도 많이 모였지만, 서울 광화문의 거대한 촛불에 비하면 인구비율로 따져도 너무 적다고 불평이다. 그러나 난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뭐 하나를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조심스럽고, 옆에서 큰소리 높여 싸워도 침묵하며 신중하고, 상대방이 화를 내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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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 내가 가장 좋아 하는 일이 산을 오르는 일이다.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결이 좋아서다. 산길을 걷다보면 피부로 눈으로 들어오는 자연이 복잡한 일상들을 잊게 해준다. 세월 탓인지 걸을수록 묵직해지는 몸을 어찌어찌 달래가며 산의 정상에 나를 세웠다. 저 아래 멋지게 보이는 풍경들이 모두 다 내 정원이요 성냥갑 같은 집들은 내 정원들을 관리 하는 정원사들의 집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순간 내 간이 큼직하게 부어올랐다. 세상이 작아 보인다.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될 듯싶은. 작은 산은 살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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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창밖은 눈이 흩날린다. 봄의 눈이다. 거친 바람에 나무들은 활처럼 휘어져 사투를 벌인다. 그 처연함은 얼마 전 우리 가족이 겪은 일 같아 애잔함이 느껴진다. 이사준비에 가족들이 모두 들떠 있었다. 인테리어며 가구를 보러 다니느라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어지간히 마무리 되었다 싶은, 이사를 이틀 앞두고 출근 준비 중이던 남편이 사고를 당했다. 척추 3,4번이 금이 갔단다. 그대로 입원하여 하루를 보냈다. 의사의 시술 권유를 뿌리치고 퇴원하여 새집에 작은아이와 있겠단다. 의사는 특별한 처치가 필요 없다며 누워있는 다는
백목련
충청일보
2017.03.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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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온 대지가 시린 바람 속에서 가뿐 호흡으로 빗장을 풀었다. 겨우내 갇혀있던 시간들이 여린 가지 끝으로, 터질 듯 봉긋하게 솟아오른다. 북풍한설을 견딘 꽃눈들을, 시샘 하듯 차디 찬 바람이 나무 가지들을 마구 흔들어대었다. 그러나 봄은 소리도 없이 어느새 방안 깊숙이 들어 와 앉았다. 겨우내 꼭꼭 닫아 두었던 창문들을 활짝 열었다. 온 집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이나 하듯 휘젓는다. 햇살 속으로 먼지들이 열을 선다. 툭툭 건드리니 아우성을 쳐댄다. 내친김에 대청소를 했다. 집안 구석구석 잡다한 것
백목련
충청일보
2017.02.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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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사회복지사] 한 미국인이 이발하러 찾아간 곳은 충청도 이발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이발사는 "왔씨유?" 라고 물었고, 미국인은 What see you?(뭘 보니?)로 듣고 미러(mirror, 거울) 거울보고 있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 이발사가 빡빡 머리를 밀었단다.화를 잘 안 내는 충청도 사람과 싸우다 약이 오른 사람이 그의 팔을 잡았다. 충청도 사람은 놔유. 라고 했다. 그러자 팔을 더 비틀었다. 아퍼유. , 그러자 더 세게 팔을 비틀었다. 부러저유. 그리고 그 사람은 더 확 비틀었다. 거봐유, 부러졌잖유.도로에서 앞
백목련
충청일보
2017.02.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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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수필가] 햇살이 겨우 한 자락 남은 오후, 전자매장에 들어섰다. 익살스런 얼굴이 화면 가득하다. 지난해 연예대상을 받은 김종민 씨다. 그는 십대 때 유명 가수의 백댄서로 출발했다. 혼성그룹의 리더이며 주로 춤을 담당하는 춤꾼이다. 본격적으로 예능프로에 얼굴을 내민 그는 백치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입담 좋은 사람들 속에서 본인의 바보스러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오히려 감초가 되었다. 그런 그도 평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대한의 남아로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급기야 한 프로그램
백목련
충청일보
2017.02.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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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숙 수필가]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하는 햇살은 기쁨이다. 축복이다. 신은 또 하루를 내게 선물했다. 스트레칭으로 온 몸을 잠에서 깨우고 아침준비를 하며 부지런을 떨어 집을 나섰다. 어둠을 뚫고 달려 온 아침햇살이 새로운 하루를 축복이라도 하듯 온 대지로 보석처럼 내린다. 내게 주어진 하루! 또 하나의 하루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하고 멋진 하루이길 바라며 새로운 하루를 향한 두근거림으로 페달을 밟는다. 늘 맞이하는 아침이었고 날들이었지만 이제는 아침을 새롭고 경건하게 맞이하고 있다. 그 무렵부터다. 그날도 게으름을 떨며
백목련
충청일보
2017.02.10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