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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그러는기 좋을 껴. 형 주량 모르는 건 아닌데 만에 하나 실수를 하믄 또 다시 징역 들어 갈 수도 있잖여." "목소리 죽여.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했잖여." 시훈은 징역이라는 말에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별빛이 은은하게 내려앉고 있는 거리는 텅 비어있다. 커튼 안쪽의 인기척에 귀를 기울인다. 주인여자는 금세 또 잠이 든 모양이다. 코 고는 소리가 가볍게 들려온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는 얼굴로 속삭였다. "좌우지간 형이 그 안에서 고생한 대가는 받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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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훈이 징역을 살고 있는 동안 경훈은 뒷바라지를 하느라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남대문 시장에서 등짐을 날라주는 짐꾼 노릇에다, 남산 계단 밑에서 번데기 장수도 하고, 밤에는 찹쌀모치 장사에, 비가 오는 날은 우산도매상에서 비닐우산을 받아다 거리에서 뛰어 다니며 팔기도 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한 덕분에 먹고사는 것은 걱정이 없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추석이나 설 때 고향에 가지 못했다. 혼자 내려가면 아무래도 부모님이 이상하게 생각을 할 것 같아서 아주 연락을 끊고 살았다. 동네가 큰 것도 아니다. 겨우 삼십 여호 남짓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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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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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훈은 입안에 가득 고여 오는 침을 모아서 뱉았다. 주머니에서 파랑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경훈이 소매 끝을 잡아당긴다. 시훈은 담배를 피우려다 말고 인천양곡상회를 응시했다. "시팔, 빽만 있어도 억울한 징역살이를 하지는 않았을낀데……" "틀린 말이 아녀. 젤 츰에 고향이 워디냐고 묻드라. 그래서 충청도 산골이라고 했지, 그 담에는 핵교를 워디까지 나왔느냐고 묻는 거여. 국민핵교 다니다 중퇴를 했다고 항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촌놈의 새끼 여기가 워딘 줄 아느냐며, 느닷읎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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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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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클 때만해도 보통학교만 졸업해도 면서기 해 먹는 데는 문제가 읎어.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거여. 너는 집구석에만 처 박혀 있는 방안통수라서 세상이 워치게 돌아가는지 모를껴. 요새는 각 동리 마다 중학생 한 둘 읎는 집이 읎어. 당장 저녁에 처먹을 양석도 읎는 집구석들도 자식새끼 앞날을 생각해서 장리쌀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중핵교를 보낸다 이거여. 당장, 우리 동리만 해도 중학생이 및 명인지 알어? 그 머셔. 구장 둘째 아들하고, 태수 큰 아들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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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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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훈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대학생이믄 연기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동하는 대청마루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집안 사정도 그릏고 해서 일찍 다녀 올 생각이유. 그라는 기 훨씬 낳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유." "그람, 우리 승철이……아……아니,부…… 부면장님의 자제분은 워틱하고?" 승철이 군대를 간다는 말에 흥분을 한 들례가 옆에 이동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동하의 눈빛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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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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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애자의 맹랑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담배를 눌러 끄며 일어서서 화재를 돌렸다. "아버지, 제 말부터 대답을 해 주세요. 정말 들롄가 하는 그 여자 정리 하실거죠? 아버지 말씀 믿어도 되는 거죠? 어서 대답해 주세요. 네?" 이동하가 두리뭉실 넘어가려는 기미가 보이자 애자가 벌떡 일어섰다. 이동하의 앞을 가로 막으며 손을 잡았다. 애자는 들례 때문에 늘 얼굴에 그늘이 져있는 옥천댁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떡하든 이동하의 마음을 돌려야 옥천댁이 예전의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간절한 얼굴로 이동하를 바라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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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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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엄마가 반찬 해 가지고 오셨잖아요. 그 때 엄마한테 들었어요. 아버지가 자유당에서 공천을 받으시게 되면 민의원 후보로 나설 계획이라는 말을요." "그려 맞는 말이이군, 원래는 군수를 해 볼 생각이었구먼. 하지만 니가 알다시피 내가 일개 면의 부면장 아니냐. 부면장 주제에 군수후보로 나스믄 다른 면의 면장이며 부면장들이 우습게 볼 것 같아서 아예 국회의원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이동하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읎지. 나보다도 못한 놈들도 금빼찌를 달고 다니는데 내가 못 달믄 그건 억울한 일이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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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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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늘 토요일이니까 아버지도 오전근무만 하시는 거죠? 우리 집에 가기 전에 점심 좀 사줘. 우리 대전에서 아침 일찍 기차타고 오느라고 점심도 못 먹었단 말야." 중학교 일 학년인 말자가 응석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어려운 것이 읎지. 근데 영자는 왜 안 옹겨? 올라믄 영자 학교 갔다 온 다음에 같이 내려오지 않구." "영자는 내년에 중학교 시험 쳐야 하잖아요. 가정교사 선생님께서 공부해야 한다며 내려가지 말라고 해서 우리 둘이만 내려 왔어요. 엄마는 잘 계시죠? 할아버지하고 할머니도." 애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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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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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가 면장처럼 의자등받이에 비스듬하게 누운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총무계장을 바라봤다. "근데, 명절 끝에 산짐승을 먹어도 괜찮을까유? 스! 스! 누가 그러는데 정월에는 노루나, 자라, 잉어 같은 영물을 먹으면 한 해 동안 부정을 탄다고 하든데. 스! 스!" 계장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총무계장이 습관처럼 입술 끝으로 바람을 스!스! 하고 집어넣으며 제동을 걸었다. "그려, 나도 누구한틴가 그런 말을 들은 거 가텨." 이동하는 총무계장의 말에 허리를 천천히 일으켰다. 총무계장 아니었으믄 큰 일 날 뻔 했구먼. 장차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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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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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쌍출은 순배영감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도 목소리를 죽이며 둥구나무를 바라본다. 만약 윤길동의 딸이 살을 맞았다면 제관에게도 책임이 있다. 제관의 몸이 신성하지 못했을 경우 독한 귀신이 나와서 약한 사람을 골라서 나쁜 기氣를 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네는 잘했겄지, 하지만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어딘가 안 좋은 부적을 숨겨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잖여." "그……그려, 난 암만 생각해도 잘못 한 기 없어유. 그랑께 형님 말씀이……" "그만햐. 좋은 것도 아닌데 이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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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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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외치는 말에 모리댁이 깜짝 놀란 얼굴로 돌아섰다. 둥구나무 달그림자를 벗어난 지점에 누군가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쓰러진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빠르게 와 닿는 것을 느끼며 달려갔다. "향숙아! 향숙아! 야 가 왜 이라는겨! 정신 차려 봐라. 향숙아!" 모리댁보다 먼저 달려간 윤길동이 쓰러진 향숙을 껴안고 다급하게 외쳤다. "뭐햐! 빨리 지……집으로 데리고 가야쥬! 집으로……" "그……그렇구먼. 향숙아! 향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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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1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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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가 물러난 다음에 순배영감부터 절을 했다. 순배 영감이 물러난 후에 누구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작년이나, 그 앞 전해처럼 변쌍출이며 박평래 순으로 조용히 절을 하기 시작했다. 둥구나무가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냉기를 품은 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 갈겼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은 경박스럽게 발을 동동 구르거나, 어 춥다! 추웅께 빨리빨리 서둘러, 라고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찬바람이야 불든 말든 손가락이 얼든 말든 장승처럼 움직이지 않고 경건한 얼굴로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동네 아이들은 어른들이 엄숙한 모습으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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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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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를 기르는 집에서는 개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부정한 것을 물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묶어 두었다. 옷도 모두 빨래를 한 옷을 입고 이웃들과 말을 할 때도 큰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용조용 말을 했다. 면소재지에 나갈 일이 있어도 꼭 나가야 할 일이 아닌 이상은 내일로 미루고 차분한 마음으로 해가 지길 기다렸다. 황인술은 새해 들어서 초상집에 간 적이 없는 남정네들을 동원해서 황토를 파다가 둥구나무 주변에 고르게 깔았다. 새끼 꼬는 솜씨가 좋은 박태수에게는 왼새끼를 꼬게 해서 둥구나무 허리에 두르는 것으로 준비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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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0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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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1952년 7월과 1954년 11월 공포된 개정헌법에 따라 민의원民議院과 참의원參議院의 양원을 구성하려 하였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래서 4대 때는 참의원은 뽑지 않고 민의원만 뽑기로 했다. "그려, 구장이 어련히 알아서 물어 봤겄어? 그랑께 오씨나 구장 말대로 그 문제는 우리가 알고 싶지 않아도 차차 알게 될낑게 이쯤에서 그만 일어나는 것이 좋겠네. 구장네도 식구들 찌리 할 일이 있을 거잖여." "오늘 즈녁에 잠을 자믄 눈썹이 하얗게 쉰다고 하잖유." 변쌍출이 군용털모자를 머리에 뒤집어 쓸 준비를 하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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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1.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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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말씀을 듣고 봉께 제관을 하는 것도 영광이구만유. 그랍시다 머. 지가 고사는 책임 질 모냥잉께 막걸리나 들쥬." "냘 떡국 드실 때 고기 자시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쥬?" 제관으로 선정이 되면 고기 음식을 먹거나 부부 관계를 해서도 안 된다. 황인술은 변쌍출이 부부관계를 할 리는 없을 테고, 내일이 설이라 고기를 입에 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짐을 받는 목소리로 물었다. "고사를 지내고 나믄 돼지고기는 실큰 먹을 틴데 냘 하루를 못 참을까." 모산에서는 설 기간 동안 고기를 입에 못 대는 제관에게는 돼지를 잡아서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0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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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섭이 아들 형제 소식을 모르는 장기팔 심정도 아프겠지만 나도 급해 죽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랴. 내가 광일이한티 말을 해 보긴 하겠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사람 일이라는 거시 워치게 될지도 모릉께." "서울에 가믄 한동리 사람들도 동기간이나 마찬가지여. 이럴 때 돕고 살믄 난중에 반드시 그 보답을 받게 될거여. 그랑께 구장이 심 좀 써봐. 하다못해 워디서 잔심부름이나 하는데만 백혀 있어도 춘셉이는 밥숫가락 하나 더는 셈이잖여. 그기 워디요." 김춘섭과 황인술이 하는 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순배영감이 말했다.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0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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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유. 광일이 하는 말이 완전히 돈놓고 돈 먹는데가 거기라고 하데유. 요새 서울서 금 반지 한 돈에 사천오백 환 정도 한 대유. 근데 거길 가믄 삼 할을 떼고 삼천 환 정도만 내 준대유. 그란디 열에 일 곱 명은 한 달 있다가 금반지를 찾으러 안 온다지 뭐유. 담 추석에 내려 올 때는 내가 찰 시계도 한 개 사온다고 하드만유." "난도 서울 같은데서 전당포가 잘 된다는 말을 들었어. 근데 그것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드만, 금이나 은이 진짠지 가짠지도 구별 할 줄 알아야 하고, 양복을 갖고 오믄 그기 얼매짜린지 보는 눈도 있어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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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쌍출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들었다. 황인술이 변쌍출의 말을 끊으며 걱정을 하는 척 했다. "진규는 올게 오 학년 올라 강께 큰 돈 들어 갈 거는 없슈. 하지만 명년 팔월에 어머 환갑잔치를 해 드려야 할라믄 돼지 한 마리는 못 잡아도 쌀 두 가마니는 쉽게 나갈 거고. 한 푼이라도 빛을 들 질라믄 당장 명절 끝부터 나무하러 가야 해유. 소라는 거시 등치 크다고 해서 한 백 년 사는 동물도 아니잖유. 얼릉 송아지라도 나믄 심 좀 피겄는데 워티게 생겨 처먹은 소가 시 번이나 접을 부쳤는데, 접 부치는 값만 까먹고 송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1.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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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쌍출이 박태수에게 궁금하다는 얼굴로 재촉을 했다. "쌀 일곱 가마니 값을 쳐 달라는 거겠지 머." 윤길동이 변쌍출과 다르게 더 이상 들어 볼 필요도 없다는 얼굴로 말하고 술잔을 끌어 당겼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는다믄 일곱 가마니 만 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 가텨." 순배영감이 곰방대에 담배를 비벼 넣으며 박태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유. 일곱 가마니에다 외상잉께 장리 이자를 쳐 달라구 하드만유." "허! 금방 열 가마니 가웃이 됐구먼." "팔봉이 아부지 말대루라믄 고맙다고 절을 할 일이쥬." "머가 또 있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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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가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때를 만났다는 얼굴로 농담을 던졌다. 황인술이 막걸리 주전자를 들어서 장기팔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박태수에게 물었다. "자네도 요새 태수 때문에 편하게 나무장사 하고 있잖여." "히히, 그건 맞는 말씀유. 그래서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도 있잖유." 김춘섭은 변쌍출의 말에 뒷머리를 긁으면서 민망하게 웃었다. "지가 보기에도 작년 보담은 더 벌었으믄 더 벌었지 못 벌지는 안았을뀨. 좌우지간 저 놈 때문에 나 같은 놈인 맥이 팍팍 빠진다니께……" 박태수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28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