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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 교원대 교수90세를 넘기신 아버지는 치매가 진행되면서 총기를 잃어가신다. 내가 열심히 설명하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들으신 다음 “성혜야, 그런데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구나.”라고 말씀하신다. 그래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계시니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 어느 날 아버지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연락이 안 된다면서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는 화를 내신다. “내가 몇 번을 말했어요. 그분 풍으로 쓰러지셔서 지금 병원에 있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 연락이 안 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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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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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벌써 입춘과 우수가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경칩이 다가온다. 어느덧 양재천변 산책로에는 뉘엿뉘엿 봄기운이 시나브로 찾아왔다. 지나가던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풀과 나무에는 여기저기 새싹이 돋아나는 듯하다. 겨울 내내 한산하던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움츠러든 몸을 풀고 있다. 우수가 지나고 추위가 조금 풀리면서 냇가에 흐르는 물이 청량하고 깨끗하다. 당분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처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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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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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사회학자인 샘 리처드 교수의 동서양의 문화를 다루는 강의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 강의 중 하나에서 동양 문화권의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단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두며, 자기 비판적 태도를 통해 자신의 평판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자기 개선 의지가 성공적인 삶으로 이끈다고 생각한다.한편, 서양 문화권의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평판을 높이려 노력하고, 높은 자아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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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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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올 겨울 갑자기 닥쳐오는 매서운 추위가 예사롭지 않다. 수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한파가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양재천변 길가에 병풍처럼 펼쳐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가 무성한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발가벗은 채 회색빛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고 있다.지난 계절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잎이 터널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앙상한 줄기와 가지만 남았다. 스스로 완전히 벗어버림으로써 덕지덕지 붙어있는 세상의 온갖 탐욕과 욕망을 비워내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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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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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2023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유난히 마음이 설레는 기분이다. 시작은 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무엇인지 모를 앞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요즘처럼 매우 길고 추운 겨울은 눈이 내리는 날도 많지만 짙은 안개가 끼어 눈앞의 풍경이 희미하게 보인다. 회색빛 하늘은 좀처럼 해가 나지 않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오래 지속된다. 추위를 느끼는 만큼이나 새해를 맞이하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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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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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TMI는 'Too Much Information(너무 많은 정보)'의 약자이다. 그 뜻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를 지나치게 많은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은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상대방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너무 많은 정보가 이해를 방해하거나 오해를 만든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말실수를 하거나 말을 다른 의미로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쉽다. 어떤 경우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쓸데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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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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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갑자기 한파가 몰아치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겨울옷을 아직 옷장에서 꺼내지도 못하여 얇은 옷을 입고 외출하는데 조금 몸이 서늘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찬바람에 손발이 시리고 흘러내리는 콧물에 마스크가 적셔져 얼굴이 차갑다. 어렸을 때 겨울 날씨가 영하 20도 이상 추위에도 그다지 움츠러들지 않고 지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추위가 느껴져서 여간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힘들어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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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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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세월이 정말 빠르다. 벌써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중순이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지만 추워지기 전에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마음이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울긋불긋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테헤란로 길가의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이 어지러이 바람에 흩날린다. 여름 내내 넓은 잎을 파란 하늘에 두고 말없이 푸른 꿈을 간직하였을 것이다.플라타너스는 사람처럼 누군가를 사모할 줄 모르지만 누군가를 위해 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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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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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필자는 습관적으로 어떤 일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래야 어떤 때는 안심이 된다. 걱정하지 않다가 화를 당하면 두려움에 떨면서 경황이 없어져 큰 실수를 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일을 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어난 경우에도 미리 걱정했기 때문에 나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결국, 내가 어떤 일이 잘못될까 봐 미리 걱정하는 것은 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에 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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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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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가을비가 내린 후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멀리 보이는 관악산 너머 파란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신선한 아침 공기가 근처에 있는 나지막한 앞산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우거진 소나무 숲에서 내뿜어지는 향긋한 내음을 맡으니 온몸이 편안하다.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이 울긋불긋한 색깔로 물들어가고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고운 빛깔을 듬뿍 담은 국화꽃이 사랑의 눈빛으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쩌면 초조함을 견뎌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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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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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시간 여유가 있을 때 유튜브를 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요즈음 보는 내용이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이다. 여기에는 상상도 못한 다양한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오은영 박사의 눈이 사뭇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놀라게 되는 것은 그가 보는 관점의 새로움이다. 누구나 공분을 사게 할만한 행동도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들어있는 그 사람 내면의 고통을 꺼내기 때문에 행동을 한 사람도, 같이 살면서 고통을 받는 사람도 모두 공감하게 된다.하나의 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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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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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바야흐로 가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기분이 느껴진다. 여름 장마가 지나가고 구슬비가 내린 후 아침 공기가 더 없이 맑고 시원하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남부지역에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내려 큰 피해를 가져왔다.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을 재촉하는 비라서 한편으로 반가웠지만 집중호우로 재해가 발생하여 또 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안겨준 것이 못내 아쉽다. 천만다행으로 태풍이 북상하지 못하고 동해를 비켜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번 수해로 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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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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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기상관측 이래 강우량이 최고 기록을 나타냈다는 보도가 있다. 늦은 장마 비가 갑자기 시간당 140mm 이상 내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와 전국에 걸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온종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 침하 및 정전과 단수가 발생하여 큰 혼란을 초래했다. 일부 지하철 역사와 선로에 빗물이 차면서 곳곳이 멈춰섰고, 간선도로 침수지역도 늘어나면서 출퇴근길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또한 하수관로 역류로 인해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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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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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우리에게 익숙한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만 있다. 뛰어난 수학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한다. 1949년 27쪽짜리 박사 논문으로 150년 동안 지속해 온 경제학 이론을 뒤집고 신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이야기를 담은 ‘뷰티풀 마인드’ 영화를 보면, 수학자이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하지만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 그 대신 수학 분야에는 필즈상이 있다.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년마다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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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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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 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주변이 온통 초록빛으로 짙어져 가는 여름의 한복판에 들어선 느낌이다. 눈부신 햇살과 신선한 초록의 향연들이 어우러져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더불어 계속되는 장마로 인한 무더위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인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온몸을 축축하게 적신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 산책로에 들어서니 초록의 숲이 저절로 가슴속에 꽉 들어차는 듯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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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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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유튜브를 찾다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림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여기에 표현된 예수는 근육질의 건장한 청년으로 묘사되는데, 그의 모습은 큰 구렁이에게 감기어 고통스럽게 두 아들과 함께 죽어가는 라오콘 군상을 닮았다.이 작품을 그린 루벤스는 벨기에의 플랑드르 출신으로, 십자가에서 내림이라는 작품은 플랑드르 지방을 배경으로 한 플란다스의 개라는 소설과 관련이 깊다. 기억이 안 나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하면, 플랑드르에 사는 어린 주인공 네로는 외할아버지와 우유를 배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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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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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엊그제 유월이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한 여름에 다가선 느낌이다. 하늘을 뒤덮는 초록빛 잎으로 치장한 나무를 바라보면 여름을 녹음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만하다. 봄이 꽃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잎의 계절이다.요즘 푸른 나뭇잎으로 우거진 산하의 풍광이 너무나도 신선하고 아름답다. 산과 들을 지탱해주는 나무에 잎이 없으면 세상이 맑고 푸르지도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다가 며칠 전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후 나뭇잎 색깔이 선명해지고 잎사귀는 쑥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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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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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산등성이가 신록의 절정에 다다른 듯 연노랑 빛깔 나뭇잎으로 치장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산하의 풍광이 자연의 빛깔로 향연을 베풀어 주는 듯하다. 그야말로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고 신선한 푸른 광채를 발산하고 있다. 그래서 신록이 우거진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오월의 산에 들어가면 왜 신록예찬이나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라는 시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노란 비단이나 푸른빛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부드럽고 화려하여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 자연의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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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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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은 데카르트가 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와 비슷한 생각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도 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생각은 서양 철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을 멈출 때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놀랍게도 이렇게 말한 사람이 바로 숭산스님이다. 달라이라마와 틱낫한 스님, 마하고사난다와 함께 4대 생불로 불릴 만큼 사랑과 존경을 받았던 숭산스님은 국내보다는 해외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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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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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중국 칭화대학 한국캠퍼스 교수파란 하늘과 산을 치장하고 있는 연두색 나뭇잎이 산중턱에 피어있는 산 벚꽃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준다. 연분홍 꽃잎이 지고 난 후 남아있는 녹갈색 꽃받침과 새잎들이 다채로운 색깔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근교로 떠나 산자락에 붙어있는 오솔길에 길게 이어지는 꽃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무념무상하게 숲으로 걸어가는 길가에 느지막하게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들이 수줍은 미소로 반겨주는 듯하다.가끔 갑자기 찾아가서 맘껏 숨을 들이마시며 쉴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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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