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탯줄을 깔아 놓은 듯 /욕망이 거세된 생명 하나가 천지를 채운다. /신발 끈 고쳐 뛰는 트리플 토룹에 /칙칙한 주름 거둔 설렘의 점프로 /내공의 떨림같은 도전과 갈채가 서린 /가장 찡한 순수와 만난다. /필자의 시 '해맞이'전문이다. 지난 해 웃음소리와 촌수가 먼 일들로 시끌시끌했던 아쉬움도 역사 속에 묻힌 채 호랑이 마스코트와 신년 덕담으로 뜨겁다.우리 조상들은 산신령 또는 산군 쯤 호랑이를 받든 기록이 있다. 날쌤을 일컬어'비호'라 했던가? 죽어서 가죽 남기는 동물은 여럿이지만 유독 속담 속 주인공으로 호랑이를 꼽은 건 선조들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12.30 18:58
-
송년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각종 모임으로 도시가 활기를 찾는 듯 보이는 한 해의 막바지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을 떠나보냈고 사회적으로도 거대 담론을 놓고 치열한 쟁투가 벌어졌다.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지만 모두가 큰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사안인지라 향후 추이에 따라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엔 유난히 끼리끼리 문화가 발달해 있다. '연고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 적절히 관계하거나 거래하는 배타적 소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12.17 17:15
-
모든 인간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꽤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어쩌면 지극히 쉬운 질문일 수도 있다. 단,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행복이다 저것이 행복이다라고 명시하지 못하는 것일 뿐. 하지만 인간의 행복은 서로의 관계 형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심신의 만족감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만큼 인간의 행복에 있어 타인과의 관계는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이다. 영어전문학원을 하는 김씨는 뜻밖에도 경찰출두명령서를 받았다. 이유는 밤 10시 넘어 교습
아침의 단상
신현자
2009.12.10 11:16
-
두고두고 가슴에서 커가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싶다."너도 어른되어 아빠하면 알지...?? 말이 그렇지 팔남매 손 벌려 다가설 때마다 차츰 휘어지신 등허리. 어미소 몸꼴 커져 새끼 날 달 채워가면 아버지 말씀도 덩달아 부자. 필자의 시'아버지 세월'의 전문이다. 청주교육청 신청사 이전 기념으로 지난 달 방송인 김병조씨를 초청하여 아버지 교육을 했다. 명심보감의 계선편(繼善篇)인 '끊임없는 선행'을 시대와 걸맞게 재구성한 열강 내내 박수의 고리를 이어갔다. "아빠는 많아도 아버지가 없다"며 진정한 아버지는 다름아닌 일상의 평범한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12.03 19:56
-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시골에 가면, 시할머니께서는 손쉽게 밥을 만들어내는 전기밥솥이 있음에도, 장작불을 지펴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지어 주셨다. 그럴 때면, 아이들과 나는 할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구수한 장작불 냄새와 쌀이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면서 뜸이 들기만을 기다렸다. 밥을 다 푼 후에 긁어 주시는 쟁반만한 누룽지와 구수한 숭늉 때문이었다. 누룽지나 숭늉은 기다림이 빚어낸 선물인 듯싶다. 기다림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연상되는 녀석……. 반나절 동안에 선생님을 수 십 번씩 찾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저학년
아침의 단상
임혜옥
2009.11.26 19:28
-
아무도 눈길주지 않던 베란다 화단 구석에 /때 아닌 들깨가 싹을 들어 올렸다. /녹색으로 늘어선 동양란에 준 물 동냥으로 살아 온 가련한 생명 하나 /아차 이를 어쩌지 /창문을 열자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톡톡톡 빗방울 /잎자루 날개처럼 벌리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감춰진 씨앗을 부른다. /필자의 시 '싸가지'의 전문이다. 본래, 싸가지는 버릇이란 뜻의 전라도 사투리로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과 섞어쓰고 있다. 어렷을 적, 김장철이 오면 꽤나 실한 무우를 광주리에 수북하게 담아놓고 '보약'이라며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11.19 19:06
-
대한민국 11월이면 어김없이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신종플루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시점에도 예외일수는 없다. 11월 12일은 전국 1124개 고사장에서 신종 플루 의심. 확진환자를 위한 별도의 교실과 의사를 두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다. 따라서 이날 관공서는 물론 기업체들의 출근은 평소보다 늦은 10시로 조정이 된다. 초중고교는 휴교다. 대중교통의 통행 횟수도 대폭 늘어난다. 물론 경찰은 시험 전날부터 고사장 부근에 비상 배치되어 발 빠르게 움직인다. 듣기평가가 시행되는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과 자동차 경적도
아침의 단상
신현자
2009.11.12 19:22
-
얼마 전 치러진 재보선 결과를 두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주례회동에서 만나 자위하듯 서로에게 던졌다는 말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나도 궁금하여 그 기사를 보았는데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대화의 내용인즉, 여당이 참패한 것이라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대통령은 '선전했다'고 위무를 하고, 거기에 여당대표라는 사람은 실제 득표에서 자당이 '이겼다'며 자못 의기양양하게 화답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한 때, 사오정 시리즈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은 과거의 버전이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11.05 18:10
-
하늘을 올려보면 어머니를 느낀다 바람이라고 생긴 건 모두 허허롭게 지나며 길을 만들고 있다. 당신이 누우신 산에까지 물무늬의 떨림같은 빈 그림자가 밀려온다. 나이만 들었지 젖내음으로 군살을 박고 아들 이름 위에 꼭 어머니를 쓴다. 생전, 부지깽이가 다 타도록 뻐꿈 담배 연기 만들며 고해하던 일도 어머니의 기인 겨울 준비란 걸 눈치못챈 바보. 서둘지 않는 걸음으로 낮은 해 어루만지며 홀로 깊어진 시간의 계단에 서서 계절 하나를 놓는다. 필자의 시 '바람 이야기' 전문이다. 지난 달 본란을 통해 '효도방정식'이란 제하로 내 글이 올려진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10.29 19:06
-
아직은 채 황금빛을 내지 못하는 노란 벼들이 익어가는 계절 10월. 출근길에 보이는 주변의 논들은 이미 색이 변하였고, 단풍도 제법 익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올 가을은 유난히 바쁘게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덕분에 매일 아침이면 현관에서 체온측정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교사들의 긴장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끝이 없다. 아침마다 혹시나 싶어 긴장하는 건 교직원들의 몫 인가보다. 사람을 측정하는 풍경주말이 끝나고 한 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아침의 단상
김기숙
2009.10.22 20:15
-
산에 재미를 붙였다. 장족의 발전이다. 일 없이 움직이는 걸 싫어하여 언감생심(焉敢生心), 산은 젬병이었는데 이제는 약속된 산행을 기다리는 애호가가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이다. 계절이 주는 축복이라고나 할까. 가을 산에 널려있는 도토리는 또 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가을이면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어김없이 뒷산에 올랐다. 망태기에 긴 장대를 둘러메고. 도토리를 따러 가는 채비이다. 나무에 올라 채 여물지도 않은 상수리를 털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아예 가지를 꺾었다. 높아서 올라가기 어려운 나무는 도끼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10.15 20:42
-
며칠 전, 귀가길에 만두를 사가지고 들어가려고 동네 만두가게에 들렀다. 늦은 시각이어서 만두가게에는 주인집 내외가 이제 장사를 정리하고 들어가려는 듯 보였고, 때마침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딸이 와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만두를 데우는 동안 기다리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대화는 딸이 자신의 선생님들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었다. 만두가게 주인 내외의 딸이 전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자신들을 가르치는 수학선생님이 문제를 풀다가 헤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학급에서 1,2등을 하는 우등생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10.08 19:16
-
우렁이 새끼처럼 우리팔남매는 조금씩 조금씩 어머니를 파먹으며 자랐습니다. 무거운 짐을 잠시도 벗지 못한 채 어머니는 한웅큼씩 털어 넣는 약에 의지한 절반의 세월로 거슬렀습니다. 그렇게 떠나야할 길이 바쁘셨나요? 삶을 마무리하는 말씀 한마디를 남기지 않으신 채, 저 세상을 향한 고운 화장이 먼저였습니다. 언제나 후렴같은 자식걱정, 이제야 귀에 살아오릅니다. 생전에 어려움을 고해할 곳이 없다면서 유심히 딸에겐 전화통화가 길었던 일도 이제야 알것 같습니다. '진정,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팔남매가 오늘과 같이 제발로 세상을 디딜수가 있었을까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9.24 19:51
-
'사랑의 효도전화 365' 교육청에서 온 공문을 확인하다 '사랑의 효도전화 365'란 제목을 보면서 지금도 생각하면 부끄럽고 민망한 어느 날의 일이 떠오른다. "애비다. 다들 무고한 게지?" 수화기를 타고 친정아버지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송 서방도 잘 있고? 석현이도 공부 잘하고 있지? 너도 아픈 데 없지? 메일 보냈으니까 확인해보렴…." 내가 친정의 근황을 확인하기도 전에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근황을 이것저것 확인하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다. '메일이라니? 무슨 일이라도 계신가? 평생교육원에서 컴퓨터를 배우신
아침의 단상
이선아
2009.09.17 20:10
-
3개월 간격으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세상을 떠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두 분이 활약한 시대와 여건이 다르긴 하였으나, 큰 틀에서 볼 때의 정치적 지향점은 동일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통해 평생에 걸쳐 이들이 이루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남북화해, 사회적 평등에 관한 줄기찬 담론 형성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뼈아픈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지역 색이나 출신 등을 이유로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하고 제거하기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09.10 20:02
-
오랜만에 '옛날 편지'를 받았다. 처음에는 문득 생소했고 그 다음에는 반가움이 느껴졌다. 요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메일이 확산되어 우체통으로 날아드는 우편물은 대개 고지서 아니면 각종 회사의 홍보물인 경우가 많다.그런 우편물들은 우표도 없고, 일괄적으로 인쇄된 글씨이기 때문에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편물을 받는 기분도 인간의 정감을 느끼기보다는 어떤 의무를 수행하라는 사무적이고 행정집행명령서로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람 특유의 필체로 적힌, 그리고 우표에 소인이 찍힌 우편물을 발견할 때 갑자기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9.03 20:21
-
친정 올케가 조카를 낳아 축하하러 친정 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였다. 아이들의 기말고사 끝이라 자연히 아이들 공부이야기로 화제가 모아졌다. "내가 영어교사인데 순호녀석 기말고사 성적 중 영어성적이 제일 나쁘다는거 아냐, 내가 체면이 안 서요." 막내동생이 자기 아들의 영어성적이 엉망이라며 자책 반, 속상함 반을 이야기한다. 가만히 듣고 계시던 친정엄마께서 "아이들 공부 가지고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니가 영어선생님이니 니 자식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도 니 욕심이다. 한 번 실수했다고 다그치지도 말고.., 순호는 영어공부 아
아침의 단상
이혜숙
2009.08.20 20:43
-
1998년에 개봉됐던 헐리웃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를 기억한다. 경찰 내부의 비리와 관련된 음모에 휘말려 졸지에 인질범이 된 사무엘 잭슨과 사건 처리를 위해 투입된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작품,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동안 손에 땀을 쥔 채 스릴과 반전을 즐길 수 있는 이 영화는 스릴러물의 고전으로 지금도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거기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숨 막히는 대결은 이 영화의 백미로서 협상의 기술에 관한 최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모험을 감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08.13 20:56
-
전공에 따른 부서배치요즘은 일반 행정 공무원들 가운데서도 높은 학력과 전문지식을 소유한 분들이 많다. 업무와 관련한 전공의 학위를 소지한 분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런 경향은 공공기관의 질적 향상과 서비스 개선에 활기를 일으킬 수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근무하는 부서는 전공과 전혀 다른 행정부서에 소속되어 근무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른바 요직이라 할 수 있는 곳일수록 전공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이는 능률적이고 전문성이 높아 대민업무에 훨씬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시·군·도청의 문화나 문화시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8.06 20:36
-
고추 밭이 학비를 몽땅 맡았다지/ 누룽찌끼 한 술 뜨시자 마자/ 호미 하나 달랑들고/ 온종일 이랑이랑 긴 밭 매셨단다/ 작은 바람 슬며시 조롱조롱 고추 흔들면/ 잔잔한 가슴 위로 눈발까지 섰다지/ 저물 녘 밥상 위 풋고추 몇 개/ 아버지는 닳아빠진 호미를 가리키며/ 낡은 눈물에 배를 불리신다. 필자의 시 '고추 밭'의 전문이다. 다른 수입원 없이 쬐끄만 밭때기와 논 몇 마지기 경작하여 팔남매를 키워내신 부모님은 참으로 용한 분이셨다. 생각할수록 계산 상 답안은 커녕 본전에서 조금 남는 농사로 어떻게 여러 자식을 먹이고 입히며 꼬박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7.30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