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되는 한파에 내린 눈이 빙판을 이룬 길을 걸으며,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을 시베리아 땅을 상상하며 생각의 나래를 편다. 어쩌면 남극과 북극의 얼음산처럼 지구 전체가 하나의 얼음덩어리가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닌가. 인류의 가슴 속에서 계속 사랑이 식어간다면….소, 돼지, 닭, 오리 들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방역작업, 예방주사와 백신 같은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재난임을 감지한 교회들이 금식기도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선에서 구제역 방역을 담당한 사람들의 고통이 연일 보도되고 그들을 돕
백목련
박순희
2011.01.11 17:19
-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딸아이가 새해를 맞아 첫 출근을 했다. 아직도 품안을 벗어나지 못한 어린애 같은데 벌써 사회 초년생이 된 딸아이다. 사회 첫 발을 내딛는 딸아이에게 어미로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면 남을 대접 하라'라는 24세기 전(前) 중국에서 공자가 강의한 내용이 그것이다. 특히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를 보는 딸이기에 민원인들을 친절히 대함은 물론 공무원으로서 봉사 정신을 잊지 말라고 타일렀다. 또한 공직자로서 봉사 정신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백목련
김혜식
2011.01.06 16:59
-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해를 돌아본다. 분주하고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은데 뒤 돌아보니 한 발작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제자리 뛰기만 한 것 같다. 언제나 다시 시작할 때는 좀 더 발전된 나를 생각하며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후회뿐.나이 오십을 넘기고 보니 나의 소망보다는 우리의 자식들, 우리의 이웃, 나라의 안정을 먼저 생각 하게 된다. 태풍 곤파스로 천안함 사건으로 연평도 폭격으로 우리 모두 힘겹게 한해를 넘어왔다. 올해는 폭탄 터지는 소리에 놀라 비명을 지르는 끔직한 일이 더 이상 없기를, 하늘같은
백목련
김용례
2011.01.02 15:48
-
하얗게 피어난 설화가 눈을 황홀케 만든다. 여인네들의 장신구인 그 어떤 보석들에 비할까! 태초의 순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듯 한 설화가 청솔바람에 제 몸을 녹여내며 푸른빛으로 날이 서는 겨울 산을 오르고 있다. .조붓한 오솔길로 사람들이 지나갔나보다. 앞서 간 그들이 떨구고 간 상념들처럼, 하얀 발자국들이 포개지거나, 앞을 향해 가지런하거나, 그렇게 나도 그 길을 걷고 있다.사람들이 묻혀 온 세상 분진들을 털어내기라도 할 요량인가?하얀 눈 위에 상흔처럼 남겨 진 자국을 훑으며 빈 나무 가지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살갗이 얼얼하게
백목련
육정숙
2010.12.30 15:16
-
글 쓰는 일을 자신 없어 하는 문우에게 귀엣말로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위로받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글을 쓸 이유가 있는 거예요"라고 속삭여 주시는 분의 목소리를 곁에서 들으며 나도 힘이 솟았다. 한 사람이라도 살리고 세우는 것이 우리 문인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모인 모임인지라 100% 공감이 되었다.우리는 살려고 버둥거리는 생명체인데 때로 남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성경을 읽다 보니, 창세기 4장 23절에 가인의 6세손인 라멕이 두 아내에게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
백목련
박순희
2010.12.28 15:56
-
초대장 여백에 꼭 와야 된다고 꼼꼼하게 써서 보낸 칠순잔치에 갈 수밖에 없었다. 일행도 없이 혼자 나서기엔 좀 서름하지만 서울 p호텔 31층이 처음이 아니라서 머뭇거림 없이 들어갔다가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엄청난 축하객에 놀라고 축하객들이 풍기는 귀품에 놀랐다. 게다가 내빈소개의 첫 번째로 하나뿐인 아들 생명의 은인을 소개한다며 나를 일으키는 바람에 어쩔 줄 몰랐다. 수년 전, 그 때는 내 직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하도 민망해서 눈을 내리깔다가 내 시선을 다 흡수해버린 것은 주인공 가슴에 달린 커다란 호박단추. 나는 늘 호박을 소나무
백목련
오계자
2010.12.26 13:21
-
그리스도 탄생 축하 의식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 날은 그리스도 탄생 기념일이자 전 세계적인 공휴일이기도 하다. 그리스도 탄생 축하 의식은 3세기에 들어와서부터 행해졌다고 한다. 게르만족과 켈트족 등이 봄을 기다리며 벌였던 축제가 그 기원이라는 크리스마스, 이때 모닥불과 양초를 켰었다. 그때 형식의 일부가 남아있어 세상(어둠)을 밝히는 양초(빛-하느님의 아드님)가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한다는 의미에서 그리스교에선 오늘날에도 양초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어린 날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으로 양초 같은 여인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백목련
김혜식
2010.12.23 17:05
-
바람은 불고 재 빛 하늘에 눈발도 날리고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심란하다. 치과도 가야하고 산부인과도 가야 한다. 병원은 다 멀리하고 싶지만 가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치과치료는 혼이 쏙 빠지게 무섭고 산부인과는 거북해서 피하고 싶은 병원이다.손거울로 아무리 입을 들여다봐도 별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왼쪽 어금니가 며 칠 전부터 시큰 거리기 시작하여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붙여 일주일째 미뤄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욱신욱신 쑤시며 아프다.그런데 또 어제는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파 기분이 나쁘더니 혈
백목련
김용례
2010.12.19 13:30
-
장에 넣으려고 두부를 써는데 3mm 정도 되는 철수세미 조각이 나왔다. 순간 심란해지며 손은 계속 칼질을 하고 철수세미 조각을 집어내어 버리고 두부를 장에 넣어 끓였으나 숟가락이 가지 않았다.두부에서 철수세미 조각이 나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다시는 그 집으로 두부를 사러 가지 말자. 가서 철수세미 조각이 나와 두부를 먹지 못했다고 말해야 되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그냥 지나가나….좀더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하고 실수했을 때마다 상대방이 와서 나의 잘못과 실수를 꼬집어 주었더라면 지금의
백목련
박순희
2010.12.14 17:34
-
얼마 전 귀하신 분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소나무 관솔로 만든 찻잔 받침이다. 향이 얼마나 좋은지 아끼느라고 신문지로 돌돌 싸 놓고 마음이 착 가라앉는 날이면 꺼낸다. 소나무는 기품으로도 으뜸이지만 영험한 생체여서 인간 세상에 많은 덕을 베풀었다. 그 예로 임진란 때 조선의 산천에 소나무가 없었다면 굶어 죽은 사람 많았을 것이란다. 2백여 년 된 소나무를 베어 쓰고 2년 쯤 후에 그 그루터기를 헤쳐 캐면 뿌리의 가지마다 눈부시게 하얀 덩어리들이 어리어 있단다. 그것이 바로 백복령이다. 둥치는 베어져 없지만 땅 속의 뿌리는 아무
백목련
오계자
2010.12.12 15:04
-
연평도 포격으로 나라는 어수선하고 바람도 차가운 금요일 오후지만 나는 내일 아침상을 차리기 위해서 바쁘게 장을 본다. 이름 있는 날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을 초대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마음이 설렌다. 우리 네 식구가 유일하게 한 자리에 모이는 소중한, 일주일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쁜 날이다. 그 시간을 즐겁게 맛있게 차리고 싶다.아버님 어머님 돌아가시고 그 빈자리가 너무나 허전 하였다. 그래서 주말 아침 만 이라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자는 우리 집만의 법을 만들었다. 2년째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고
백목련
김용례
2010.12.05 13:48
-
흔히 폐경은 여성만의 일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인식 아닌가. 양성 모두 공통의 건강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폐경기 여성들의 심신 질환을 자칫 간과하기 예사이다. 젊은 여성들에겐 온갖 찬사를 보내면서도 폐경기에 놓인 여성들에 대해선 무관심 하다. 폐경기에 놓인 아내를 곁에 둔 남편마저도 이에 무지한 탓인지 아님 으레 노화 현상으로 치부함인지 도무지 관심이 없다. 이 시기를 맞아 안면 홍조 및 식은 땀,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아내들을 남편들은 노화 현상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한다. 오히려 남편들은 아내의 폐
백목련
김혜식
2010.12.02 15:50
-
일을 해 나가다 보면 반대 의견에 부딪힐 때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관용, 포용, 개방성'의 정신이 아닐까.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을 아군으로 만들어 더 크고 훌륭한 일을 이루어내지 않을까.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평안을 누리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그런데 힘 있는 쪽에서 내편의 이익, 내편의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 꽉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일은 주먹을 꽉 쥔 채로 상대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려는 격으로 보기에 답답한 일이다.반대를 하는 사람의
백목련
박순희
2010.11.30 18:01
-
점심과 수다를 친구와 함께하고 백화점엘 들렀다. 저만치서 움직이는 한 여인에 시선이 꽂힌 나는 발걸음마저 멈췄다."나는 있잖아, 예쁜 얼굴보다 저렇게 풍기는 이미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 세련미, 교양미, 건강미를 다 갖춘 저 여인." 그랬더니 친구도 뉘집 마님인지 참 우아하다면서 나를 재촉한다. 막 그 여인 옆을 지나는데 목소리도 둬 음은 낮춰서 "언니!" 하면서 왼쪽 팔을 살짝 건드린다. 그래도 누군지 몰라서 나말이냐고 손으로 나를 가르키자 "언니 나요 2구에 살던…." 그는 30여년 전 옆 동네 살던 말
백목련
오계자
2010.11.28 16:55
-
우리는 버스 안에서 자기 집처럼 큰소리로 전화를 받는 사람을 볼 때 불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기목소리를 다른 사람이 듣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기 때문이란다. 현직 아나운서의 '내 목소리 찾기'란 강의를 듣고 알게 되었다.말하는 본인은 자기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없게 몸의 구조가 되어있어 그런 실수를 범하게 된단다. 녹음된 내목소리가 어색하게 들리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고 했다. 가장 좋은 소리를 내려면 미소를 지을 만큼 입을 벌리고 자세는 바르게 표정은 자연스럽게 할 때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 좋은 사람
백목련
김용례
2010.11.21 17:20
-
며칠 동안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니 '겨울이 자리를 잡으려고 가을을 밀어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가을과 작별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바람 지나갔어도 아직 앞산에 단풍이 곱고 길가에도 단풍잎, 은행잎 들이 눈부시도록 한창이다.여느 해보다 갈잎들이 건강해 보인다. 바람과 추위가 몇 번 더 왔다가도 끄떡 없이 견딜 만큼 튼튼해 보인다. 여름내 내린 비 덕분에 수분 공급이 충분해서일까. 여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을 견딘 선물일까. 내 발걸음을 맞이하는 흠 없고 싱
백목련
박순희
2010.11.16 18:16
-
여고(女高) 근방에 거주해서인지 생기발랄한 여학생들과 자주 마주친다. 그때마다 그들이미래의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여성이 될 거라는 점에 왠지 마음 든든하다. 특히 여학생들이 훗날 숭고한 모성을 지닌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들이 더욱 대견스럽다. 지금은 비록 꿈 많은 소녀들이지만 그들은 언젠가는 한 남성의 아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될 귀한 몸들 아닌가.어찌 귀한 몸이 이 소녀들뿐이랴. 이 땅의 가임 여성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귀한 몸인 것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고령화 시대로 치닫는 세상엔 더욱 그녀들의 존재가 소
백목련
김혜식
2010.11.11 16:38
-
oecd국가 자살률1위가 우리나라라고 한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그런 선택을 할까? 경기도 사립학교에서 감사를 받던 중 행정실장이 입으로 뱉기 끔직한 가족동반자살로 생을 마감 했다는 말을 남편이 내게 전하며 우울한 한숨을 내쉰다. 어찌 그만의 책임이랴.살면서 죽음을 생각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몇 년 전 남편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지나갔다. 나는 남편의 진실을 믿었기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믿어도 나는 믿는다는 말로 남편을 위로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믿어 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힘든 시간
백목련
김용례
2010.11.07 13:47
-
소크라테스가 남긴 유명한 말 중에 '인간은 살아 있는 자석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선인은 선인을, 범인은 범인을, 악인은 악인을 끌어당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왜 내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만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그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꽤나 냉정한 말인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인간관계에서는 일방통행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으니까
백목련
오영임
2010.11.04 18:37
-
잇몸으로 식사를 하는 어머니를 위해 햇대추 세 알을 넣어 밥을 짓는 중에 식구들 후식으로 줄 대추와 함께 씻으며 그 중 가장 작은 것 세 개를 넣어 밥을 지었다. 어느 대추를 넣을까 생각하면서 가장 작은 것으로 골라 넣었는데,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났는데, 계속 마음에 대추 세 알이 어른거린다.씻으면서 알이 굵은 세 개는 내가 먹었고, 남은 것 중 가장 작은 것을 어머니 몫으로 삼은 것을 하늘이 알고 내가 알아서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가장 큰 것을 어머니 몫으로 삼았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하는 후회가 일었다.동화?청개구리?를
백목련
박순희
2010.11.02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