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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어떤 이가 오늘은 아침을 먹고 봄 감자를 캐러가겠다고 말을 하면, 듣는 이들은 자기 일처럼 한마디씩 부조를 한다. "감자 캘 때 밭고랑을 완전히 까 뭉겨야 애쓰게 농사짓고 흘리는 것이 읎는 벱여." "그 말이 맞는 말여. 작년에 학산 사는 누구는 감자를 을매나 한심하게 캤는지 모를 낼라고 써래질을 하다 봉께 물에 뜬 감자만 한가마니만 건졌다잖여." "요새 감자 한가마니 값이 을매나 하는 거여." "아무리 싸도 보리 소출보다는 날겨. 나도 내년에는 저 건너 논에 보리를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9.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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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한 말 머리에 이고 장에 가서 팔아 가지고, 뭣 좀 사가지고 집에 오믄 짝게 잡아도 반나절은 걸려유. 하지만 달구지를 타고 가믄 왕복 두 시간이믄 떡을 쳐유. 모가지가 뿌러지도록 보릿자루나 콩자루를 이고 갈 필요도 읎슈. 어깨 쭉 피고 세월아 네월아 노래 부름서 가거나 한숨 푹 자고나믄 도착하게 해 준다는데야 공짜로는 심들쥬." "그려, 달구지만 있다믄 나무 해 나르기 바쁘겄구먼. 하루에 두 강다리 반이믄 한 장 도막이믄 열두 동가리 반. 열두 동가리 반이믄 쌀이 및 말이여. 두 말 가웃이믄 삼천육백환 이잖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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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녁때 못 먹어 보던 고등어 대가리를 먹더니 증신이 나갔나? 차라리 면장님 바지 속에 있는 물건을 뵈 달라고 하믄 돈 안 드는 거니께 그게 빠르지. 그 냥반이 멀 믿고 나같은 놈한티 그 비싼 소를 달랑 내 주겄어. 요새 부릴만한 소 한 마리에 십만 환씩 한다는데?" "소하고 달구지를 외상으로 주신다믄 앞으로 삼 년 동안 공짜로 일을 해 준다고 해 보셔유." "먼 일을?" "학산 방아 찧으러 갈 때나, 소 부릴 일 이 있을 때나 당신이 일당을 안 받고 공짜로 해 준다고 하믄 얼싸 좋다고 승낙하실거유. 생각해 보셔유. 당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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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장하구먼. 땅이라고는 자갈밭 몇 떼기 벢에 읎는 집에서 그 비싼 소는 워티게 사고." "면장님댁 소가 있잖유, 그걸 공짜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슈?" "며……면장댁 소라고?" 박태수는 면장댁 소라는 말에 불덩이처럼 뜨겁게 안겨들던 옥천댁의 얼굴이 떠올랐다. 꿈인가 싶으면 생시고, 생신가 싶으면 한순간의 꿈처럼 기억되는 그날이 생각나서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렸다. "당신 왜 그릏게 놀래유?" "아……아녀. 놀래긴 누가 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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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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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치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믄 정상이 아니지. 원래 딱지치기 잘하는 아는 공부를 못하게 되어있고, 공부를 잘하는 아들은 공부에 신경쓰느라 딱지는 못치는 벱여." 상규네가 금방이라도 상규를 쥐어박을 듯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박태수는 상규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규의 등을 툭툭 두들겨 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규는 상규하고 강성이네 집에 딱지 따먹기를 하러 나갔다. 인자는 상규네가 설거지를 할 동안 인숙이를 업고 밖에 나갔다. 또래 아이들은 달빛 아래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다. 인자는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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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26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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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네는 진규의 당돌한 말에 얼른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밥그릇을 잡아당기려고 하는 인자를 추스러 안으며 박태수를 바라본다. "내 땅이 읎잖여. 땅이라고는 자갈밭이라서 콩이나 메밀 벢에 심을 수 읎는 밭떼기 하나 뿐잉께, 일 할 사람이 네 명이 아니라 백 명이 있어도 뭐햐. 외려 보리쌀만 많이 들어가지." "땅이 읎으믄 딴 일을 하믄 되잖여. 꼭, 농사만 짓고 살라는 법은 읎는데 우리는 농사나 짓고 살면서 고등어는 국물만 먹고 살아야 하능겨?" "딴 일?"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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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수는 상규네하고 왈가불가해 봐야 결국은 상규네에게 밀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고등어 대가리를 들었다. 그것을 상규네의 양푼 그릇에 던지듯 내려놓고 밥그릇을 한 손으로 가린다. 상규네가 고등어 대가리를 도로 자신의 밥에 얹을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돈 및 푼 벌었다고 탁베기 사마시고 싶으믄 탁베기 마시고, 고등어 비린내 맡고 싶으믄 고등어 사오고, 권련 사 피우고 싶으믄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배짱 좋게 권련 사 피우믄 언지 돈 모아서 언지 인숙이까지 자식들 공부 갈킨대유?" "옛말에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는 가랑이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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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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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확 피어오르면서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보리밥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삶아 놓았던 보리쌀이어서 푹 퍼진 것이 쌀밥 못지않게 먹음직스럽다. "상규야, 해룡네에 얼릉 가서 즈녁 다 됐다고 아부지 뫼셔오니라."정지와 안방 사이에는 숭늉그릇이 드나 들 정도의 작은 미닫이창이 있다. 상규네는 미닫이창을 열고 안방 안을 살펴본다. 방에 있을 줄 알았던 상규는 없고 일곱 살짜리 인자가 막내둥이 인숙이를 돌보고 있다."응."상규네는 인자가 제 상체크기 만한 인숙이를 등에 업고 나가는 모습을 흘낏 바라보며 밥을 푸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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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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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안에는 등잔불이 없었다. 둥구나무거리에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데 정지 안은 벌써 어두컴컴하다.상규네는 화를 참느라 볼을 실룩실룩 거리며 자반고등어 한 손 중에 한 마리만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그것을 사등분으로 잘랐다.몸통 하나와 대가리만 뚝배기에 집어넣고 나머지는 나중에 먹을 생각으로 소금 독에 묻었다.비싼 꼬춧가루 들어가, 꼬추장 들어가, 마늘은 꽁짜로 생기는 건가? 간장 한 가지만 있어도 밥 먹는데는 지장이 읎는데, 엄한 간장 들어가 무수 들어가, 고등어가 읎어도 밥 못 먹겠다고 숫갈 내려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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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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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 즈녁먹고 와서라도 햐……히히, 대장이다."딱지에는 이등병부터 원수까지 계급이 있다. 광성은 자기 몫의 딱지를 뒤집었다. 별 네 개 인 대장그림이 나왔다. 대장이면 이길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히죽 웃으며 진규 몫의 화투를 뒤집었다."헌병! 히히, 헌병이 대장까지는 이기잖여.""씨발."광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딱지 삼십 장을 헤아려 진규에게 건네줬다. 남은 것은 50여 장 뿐이다."자, 인제 광성이 형이 갈 차례여."선이 진규에게 넘어왔다. 진규는 능숙하게 딱지를 쳐서 두 몫으로 나누어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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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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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어매! 이 일을 워쩐댜. 만약 그릏게만 된다믄 쌀 열가마니를 더 내 준다고 해도 아나도 안깝구먼. 쌀 열가마니가 문제가 아니지. 땅이라도 및 마지기 줄 수도 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겄지?"들례는 꼬막네의 말에 금방이라도 이동하의 첩이라도 된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분했다."허긴, 면장댁의 며느리가 된다믄 돈 및 마지기가 대술까. 하지만 그릏게 되기는 쉽지가 않을껴. 개를 죽이는 건 쥐약 처바른 멸치만 주믄 끝나지만 옥천댁의 방에 못질을 하는 건 명분이 읎잖여.""오&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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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네가 단정을 짓듯 말하고 들례를 노려본다. 들례도 얼굴을 피하지도 않고 마주 노려본다. 보통 여자 같았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거나 눈썹을 내려 까는 것이 보통이다. 세모꼴로 서 있는 눈빛을 볼 때마다 들례의 몸에도 신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똑똑한 신이라면 들례는 벌써 마당에 오방기를 꽃을 팔자다. 그렇다고 맹탕 허주신도 아니다. 어느 정도는 기가 있는 신이라서 들례의 몸 상태에 따라서 들쑥날쑥거리며 붙어있는 신인 것 같았다. 허긴, 신이 들리지 않았으면 근본도 모르는 주제에 부면장의 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를 쓰지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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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네는 들례를 더 초조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릇에 남은 설탕물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핥아 먹으며 딴청을 피웠다. "우리가 이런 걸 사먹을 팔자나 되남. 부면장님께서 군수님한테 선물하시겄다고 대전까지 가셔서 미제 설탕 열댓 근 사 오신거여." "으메, 그람 이게 미제라는 거여? 미제는 똥도 좋다는 말이 실감나는구먼. 간사한게 사람 주등이라고 하드만 한 근에 백 환짜리 설탕잉께 확실히 맛이 다르구먼. 하긴 아무리 미제가 비싸다고 해도 맛이 우리거나 똑같으믄 사람들이 미제를 찾을 이유도 읎겄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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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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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례는 더 이상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옥천댁에 대해서 계속 물었다가는 술상이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옥천댁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까 이상하게도 긴장이 되던 기분이 착 갈아 앉는 것 같았다. 그려, 안직은 모르는 일. 옥천댁이 또 딸을 낳는다면 나한테는 더 유리한 일이 된다는 걸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지. 그런걸 보믄 난 참으로 그를 때는 둔한 년이여. 이럴 때는 이동하를 자극하지 않고 차분하게 훗날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뒤로 물러나 앉았었다. 키가 작은 꼬막네가 춘임이의 뒤를 따라서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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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와락 달려들어서 들례를 눕히고 저고리를 찢어 버렸다. 치마를 걷어 올리는 순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여체가 상류로 기어 올라가는 연어처럼 파드득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오씨! 훌륭하다. 너는 앞으로 편하게 살게 될 것이다." 들례는 다나까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속곳이 거칠게 벗겨나가는 가 했더니 생전 느껴보지 못한 타인의 살이 자신의 하체를 찢어 버릴 것처럼 달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려, 그 때가 좋았지. 내 생전 그릏게 핀한 날이 또 다시 오지는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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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제는 풍년이 들거나 흉년이 드는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마지기 당 벼 한 섬을 도조로 받쳐야 한다. 도조뿐만 아니라 지주가 부담을 해야 할 지세地稅, 수세水稅, 두세斗稅까지 소작인이 부담을 해야 하는 제도다. 만약 흉작을 하여 계약한 도조를 받치지 못하면 받치지 못한 분량은 고스란히 장리로 고리를 붙여서 내년 소출이 끝난 후에 받으면 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따라서 흉년 때는 정액제가 지주한테는 이익이 되지만 소작인들한테는 그 후유증이 몇 년, 상황에 따라서는 평생으로 이어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 들례는 수돗가에서 빨래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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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으로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고 있을 때 춘임이가 돌아왔다. "빨간 꼬추를 콩콩 찧고 대충 갈아서 맵게 담아. 부면장님은 매운 걸 좋아하싱께." 들례는 춘임을 보는 순간 상규네가 진짜로 그러드냐, 라며 묻고 싶은 충동이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그러나 조급하게 굴면 부정을 타서 옥천댁이 아들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맛있게 담으믄 맛있게 드셔야 짐치를 당그는 사람도 좋아하는 벱인데. 일주일에 두 서너 번씩만 집에서 드싱께…&helli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1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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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여! 또 이북 놈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했남? 아니믄 대낮부텀 언 놈이 질바닥에서 히야까시라도 하드냐?" "모, 모산 큰 마님이 애기를 뱄대유?" "모산 큰 마님이라니?" 한참 만에 거친 숨을 조절한 춘임이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꺼냈다. "스……승철이 어머가 임신을 했다니께유." "승철이 어머라믄? 옥천댁, 아니 모산 형님이 임신을 했단 말여?" "그……그렇다니깨유." "너, 즘심 때 뭘 잘못 먹었냐? 님을 봐야 뽕을 따고, 씨를 뿌려야 열매를 맺지. 딴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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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40년 가까이 세월을 살아온 경륜이나 있지만 애자는 이제 겨우 중학생 일 뿐이다. 그런데도 제 어머니뻘이 되는 들례에게 말 한마디 지지 않고 쏘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춘임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도 모르게 알겠구만유. 라고 대답을 하며 정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 말 똑똑히 들어요. 내 밑에 동생들이 세 명이나 더 있어요. 물론 승철이까지 포함해서 말이에요. 나는 말이에요. 그럴리야 없지만 설령 우리 엄마가 어떻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아줌마 같은 여자하고 한솥밥 먹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거든요. 아줌마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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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네의 말을 믿기로 하고 다음날 국도변에서 쌀가게 하는 배씨를 불러 쌀 두가마니를 냈다. 그 돈을 꼬막네에게 갖다 줬더니 날씨가 풀리고 난 후에 접시꽃 씨를 가져왔다. 들례는 접시꽃을 화단에 심고 거름도 듬뿍 줬다. 봄이 되자 파란 꽃대가 기분이 좋으리만큼 쓱쓱 자라기 시작했다. 6월로 접어들어서 덜 익은 목화처럼 생긴 봉우리가 성급하게 매달리자마자 목련처럼 넓적한 꽃잎을 가진 꽃이 피어났다. 키도 장대만큼은 아니지만 옥수수나 수숫대 못지않게 쑥쑥 자라났다. 그 모양이 꼬막네가 말한 것처럼 장대에 빨간색 오방기를 매달아 놓은 것처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05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