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쓸데없는 짓인 줄 왜 모르겠는가. 그러면서도 연초가 되면 늘 궁금해지는 것이 올해의 운세이다. 마음에만 있고 자주 오가지 못하던 친구가 찾아왔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적이 없는 그녀가 갑자기 하룻밤 자고 가겠다니 불안한 그림자가 밀려왔다. 예전에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화를 삭이고 싶을 때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 묵기도 했었기에 그녀도 그런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했다.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자모로 만나 가족 모두 더없이 친밀하게 지냈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 생면부지의 강원도에서 서로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8.01.17 13:54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해를 돌아보니 우선 각각의 일에서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만은 후회 없이 내 전부를 쏟았다 싶은 게 있나 떠올려보니 어느 하나 온 정성으로 한 게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지내는 동안 정말 행복했던 일들도 물론 있었지만, 많은 경우 해야만 되는 일로 강박에 쫓겨 겨우겨우 처리해나갔지 애착과 열정이 부족했다. 빅토르 위고의 (1831)에 나오는 시인 그랑그루아는 "군인이 되었지만, 난 충분히 용감하지 못했어요. 수도사도 되어보았지만, 난 신앙심이 깊질 못했어요.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8.01.10 14:14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오랫동안 먼 길을 끌고 다니던 구두가 나를 버리려나보다. 아이들 학교로 백화점으로 놀이동산으로 일터로 하루도 쉼 없이 나와 동행을 했고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했던 낡은 가죽 구두가 이제는 기운 허리를 감당 못하겠는지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 이리저리 수선할 길이 없는지 살펴본다. 가죽은 낡을 대로 낡아 허옇게 트고 갈라져 속살을 드러내고 기울어진 선체마냥 뒷굽은 한쪽으로 닳아 없어졌다. 오랜 동안 편하다는 이유로 계절에 관계없이 끌고 다니며 혹사를 시켰나보다. 다른 구두가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8.01.03 14:18
-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코칭이란, 개인이나 그룹이 개인생활과 조직에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그 중 비즈니스 코칭의 목적은 소속되어 있는 조직 안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하여 새로운 역량을 찾고, 내재된 잠재력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비즈니스 현장에서 최고의 비즈니스맨을 길러내는 과정이 비즈니스 코칭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 심각하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을 하면 이후부터는 그 행동을 고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즉, 결과가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2.27 13:40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겨울 조팝이 피었다. 팝콘을 일구어 놓은 듯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오종종 하얀 꽃잎이 내려앉는다. 바람도 없이 소리죽여 눈 내리는 날 가슴 저 밑에서 살며시 밀려 오르는 그리움이 발길을 들로 내몬다. 눈은 이미 사방 천지에 근사한 동양화를 커다란 화폭에 그려 놓았다. 새하얀 융단이 깔린 길에 검은 발자국을 찍어내기가 민망하여 살금살금 걸음을 옮긴다. 추위에 떨던 나목이 하얀 누비적삼을 걸친 듯 포근한 미소를 짓는다. 한 여름의 갈증을 견디며 키워 낸 곡식을 모두 내어주고 빈 가슴을 벌리고 있는 밭에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2.20 16:12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올 봄인가, 다시듣기로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친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곡이 끝나자 진행자는 그 음악이 찰리 채플린의 자전적 영화 의 주제곡이라고 하며 그 곡을 채플린이 직접 작곡하였다고 소개하였다. 채플린이 이런 아름다운 곡을 작곡도 했었나 놀라며 다시 듣곤 하였다. 라임라이트는 영화의 배경인 1914년 당시 무대조명으로 요즘의 스포트라이트에 해당한다. 테마곡은 두 가지 멜로디로 되어 있는데, 시작할 때 한동안 약간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드는 하강적인 멜로디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2.13 16:50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창 넓은 커피숍 한 켠에서 햇빛을 훔치고 있다. 누구에게 주려고 이 따스하고 밝은 빛을 내려 보내는 것일까. 허락 없이 남의 집에 펼쳐진 햇살을 훔치다가 '나도 도둑이구나, 너도 도둑이구나, 도둑이 아니 사람이 없구나.' 어찌 보면 저 고운 빛으로 잎을 물들인 나무도 땅의 진기를 훔치고 빛을 훔치고 비를 훔쳐 제 몸빛을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훔쳐 생계를 이어가고 농부는 땅의 힘을 훔쳐 작물을 길러낸다. 그러면서 한 번도 자연의 것을 훔쳤다는 생각을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2.06 15:17
-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비전을 소유한 사람은 많지만 비전을 성취한 사람은 많지 않다. 비전을 소유한 사람은 그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략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전략이란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과 비전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말한다. 비전을 성취하고 싶다면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방향을 정한다는 것이다. 목표 지향적으로 살면 미래 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미래에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1.29 14:59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습관처럼 집에 들어서면 TV를 켠다. 정적만이 감도는 집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내가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소리는 강아지가 나를 반기는 소리, 용변을 보고 싶으니 베란다 문을 열어달라는 끙끙대는 소리뿐이다. 노인들은 늘 누군가가 그립다. 사람의 온기를 바라는 것도 사치가 되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잠이 들 때까지 TV를 끄지 못한다. 나도 TV를 켜놓고 잠드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전화를 해주는 날은 소리의 톤이 천장에 닿아있다. 자식의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1.22 13:53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 추석 연휴 즈음이다. 다른 내용을 검색하다 우연히 최동원 선수 어머니 시구 기사에 눈길이 닿게 되면서 그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하게 되었다. 알다시피 그는 1984년 한국시리즈 7경기 중 5경기 출전, 40이닝 투구, 4승 1패의 전설적인 기록을 세우며 그해 자기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투수로서의 최동원은 롱런하지 못하고 32살 선수로 한참 활동해야 할 나이에 유니폼을 벗게 된다. 그것은 1984년 한국시리즈의 불가사의한 기록이 말해주듯, 당시 수년간 팀 운명이 한 선수 개인의 지속된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1.16 15:48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편지를 부쳐 본 적이 언제였던가. 참 오랜만에 우체국에 와 본다. 시간의 흐름이 우체국을 건너 뛰어갈 리는 없을 터,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 노래가사에 나오는 계단의 베고니아 화분도, 창가에 놓여있던 칸막이전화기도 흔적이 없다. 엽서를 사서 옆에 사람이 볼까봐 손으로 가리고 사연을 쓰던 구석진 자리의 창턱도 사라지고 환하고 밝은 햇살이 거침없이 쏟아져들어 온다.우편물을 부치는 간간이 너른 창문을 바라본다. 전화가 귀하던 시절 우체국에 와서 장거리 전화를 신청해 놓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었다.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1.08 12:55
-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21세기는 지식혁명시대이다. 이 시대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려면 평생학습자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도전해야 한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문맹자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하고 교정하고 끊임없이 재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 홍수 시대이자 첨단 지식과 정보를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인 지금은,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1.01 16:24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생일은 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미리 받은 장미와 리시안셔스가 마음까지 핑크핑크하게 한다. 늘 사는 일에 바쁘다보니 내 생일을 챙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연초에 달력에는 생일을 커다랗게 표시해 두지만 나도 가족들도 잊고 지나가버린다. 내 생일을 잊고 지내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 해도 가족들의 생일이나 친구들의 생일도 잊고 살았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꼭 내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들이 늘었다. 나도 신경 써서 그들의 기념일을 챙기고 작은 선물과 꽃을 주고받는다. 사람과의 관계가 이런 것인가 보다. 정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0.25 15:02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어느새 스웨터를 걸쳐야 한다는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추석 명절이 지난 후 우르르 몰려 왔던 아이들이 또 우르르 몰려 떠났다. 아이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던 자리에 낙엽이 몰려다닌다. 열흘이나 되는 긴 휴가로 더러는 더 힘들었다는 부모들도 있고 더러는 손주 얼굴 구경도 못했다는 어르신도 계신다. 젊은 부부들은 유럽으로 러시아로 관광을 떠나고 노인들은 여전히 빈 집을 지키고 있다.벌써 어깨가 시리다. 가을부터 내년 봄이 오도록 스웨터를 둘둘 감듯 걸치고 겨울을 나야 한다. 얼마 전에 넘어져서 다친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10.11 15:08
-
[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에 따라 살아야 한다.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과거 혹은 현재 속에서 우리가 삶이라 부르는 것에 얽매여 우리의 고유한 색깔을 잊거나 퇴색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가?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길을 가겠는가?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우리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가? 등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우리의 고유한 색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거나 그것을 잘해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9.27 17:23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여중생들의 폭력 동영상을 보면서 무섭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엽기도 하다. 어쩌다 저렇게 되도록 부모도 학교도 친구들도 방관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주로 하는 말이 '우리 애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일 것이다. 예전에 아들이 중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다. 장난이었는지 고의였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지만 다른 아이가 밀어서 다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말로 시작해서 끝까지 그 말을 주장하다가 갔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9.20 15:11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스테인드글라스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건축에서 창안되었지만 첨두아치와 버트라스가 건축에 도입되면서 높은 천정과 큰 창을 낼 수 있게 된 고딕 양식에서 더욱 발전하고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인 파리 노트르담 사원에 들어가면 햇빛의 조명 아래 다채로운 색상으로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는 엄청나게 크고 웅장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높은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쪽, 서쪽, 북쪽 높은 벽면에 있는 장미창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원형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조각으로 빚어낸 빛의 예술의 걸작이다. 흡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9.13 14:26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오늘도 엄마랑 병원을 가는 날이다. 어릴 적 등교하기 전에 요일을 확인하고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챙겨가듯이 눈 뜨면 오늘이 무슨 요일인가를 먼저 확인한다. 왜냐하면 요일별로 가는 병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신경과, 어느 날은 가정의학과, 한방병원, 재활치료과 등등. 오늘은 치과다. 수명 100세 시대에 맞추려면 엄마에게는 아직 15년이 남았다. 병원을 순례하다 보면 일주일이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간다. 가끔 내가 지쳐 투덜대보기도 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모시고 다니는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9.06 15:01
-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한여름 흘러내리는 땀만큼 성가신 것이 모기다. 가려운대로 벅벅 긁다보니 모기에 뜯긴 곳은 겨우 바늘 자국 만큼인데 발등에 피나고 부은 자국이 강낭콩만하다. 긁을수록 더 가렵다. 모기가 나를 물고 간 것이 아니라 나를 중독 시키고 간 것 같다. 미친 듯이 긁어도 가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며칠 지나고 보니 상처위에 가슬가슬 딱지가 앉기 시작한다. 긁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잊고 마구 긁어댔다. 막 앉으려던 딱지가 떨어져나가고 진물이 흐른다. 그 작은 모기 한 마리가 참으로 성가시게 한다. 상처 위에 앉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8.23 14:09
-
[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주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하는 모리스 드 블라맹크(Maurice de Vlaminck, 1876-1958)전을 보았다. 이제까지 이 화가의 작품을 특별히 주목해보지 못했던 터라 8월 20일 전시가 끝나기 전에 볼 기회가 생겨 설레며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많은 풍경화를 둘러보는 동안 드는 첫 인상은 그림이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풍경을 그린 그림 소재도 평범하고 약간 어두운 톤의 색조나 두껍고 거친 붓 터치도 단순하고 평범해보였다. 그런데 작품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8.16 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