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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뭐가 좋아서 그리 기를 쓰고 떠나려 했을까. 빨랫줄 집게에 물려 끝자락만 흔들리고 있는 속옷을 접다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흘러간 노래를 듣는다. 너도 나도 배낭을 꾸리는 휴가철이 된 모양이다. 새벽부터 옆집은 우당탕거리며 온 가족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며칠 동네가 조용해질 것 같다. MT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과별여행이나 서클 수련회를 갔었다. 하룻밤 단체로 자고 오는 건데도 왜 그리 많은 짐을 꾸렸는지. 누가 볼 것도 아닌데 속옷은 왜 사러 다니고 언니의 옷 한 벌 얻으려고 왜 그리 굴욕을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8.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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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한 개인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경쟁력이다. 지금은 사소하게 보이는 일들이 모두 미래의 비전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하루하루는 활기차고 감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명확한 비전은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을 대하는 태도조차 변화하게 한다. 명확한 비전은 에너지를 집중시켜주며,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비전은 잠재된 힘을 발휘하게 해주며,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8.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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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내가 사는 곳은 청주시 모충동이다. 모충동이라면 아는 사람이 많지만 고당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우리 집이 고당 날망에 있다고 하셨다. 잘은 모르지만 고당은 무심천 변의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라는 뜻일 것이다. 높은 곳이라면 바람이 잘 통하고 시야가 탁 트인 비싸고 좀 사는 사람들의 집을 상상하겠지만 여기는 아니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초가집만 있었던 초라한 동네이다. 조선시대에 양민들과 어울려 살 수 없는 아주 신분이 낮은 갖바치들이 모여 사는 곳이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7.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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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 서원대 교수] 막 4월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하고 들어오던 남편이 일이 밀려 같이 나가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있던 내 손에 작은 꽃 두 송이를 건네주었다(꽃을 꺾은 것은 미안합니다). 갑작스런 꽃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꽃을 들여다보다 너무나 진하고 깊은 향기에 또 한 번 놀랐다. 모양이나 색상은 보통 보던 벚꽃이랑 거의 비슷했다. 벚꽃이 향기가 원래 이런가 놀라, 매화인지 벚꽃인지 궁금해져 검색해보았더니 설명이 자세히 나온다. 매화가 벚꽃보다 일찍 피는 것 말고도 생김새로도 두 꽃을 구분할 수 있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7.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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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어제는 참으로 많은 말을 했다. 사무적인 이야기도 했고 칭찬도 했고 말싸움도 했다. 이런 말들의 순서가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한동안의 날들이 달라진다. 말싸움을 먼저하고 칭찬을 하는 날이었다면 그 다음날이 무겁지 않을 테지만 순서가 바뀌어 칭찬 먼저 말싸움 나중이면 영락없이 그 다음날을 망친다. 어제가 그런 날이다. 소나기 오락가락하는 매지구름 가득한 날처럼 맘이 어둡고 두껍다. 누구나 평생을 따끔하게 듣는 가르침이 어디서나 말조심하라는 말 아닐까. 나도 지금까지 들어온 가르침이고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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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7.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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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인생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언어의 힘, 즉 말의 힘은 인간의 사고체계까지도 지배한다. 대뇌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말은 뇌세포에 98퍼센트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가난이 나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말로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날마다 숨 쉬듯이 사용하는 말을 제대로 디자인 하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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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7.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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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며칠 전 어머니와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네발 달린 지팡이를 짚고 계셨다. 무얼 사달라고 하시는 적도, 무얼 부러워하는 적도 없는 어머니가 그 지팡이가 갖고 싶으셨나보다. 한번 만져본다고 청을 넣더니 이리저리 둘러보고 들어서 무게를 측량해보고 잘 서는지 여기저기 놓아보고 꼼꼼히 살피신다. 어머니의 외발 지팡이는 가벼워 가져다니기는 좋지만 구석에 기대 놓지 않으면 혼자 서있질 못한다. 자꾸 넘어지는 것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에겐 귀찮을 때가 있었나보다. 오늘은 어머니가 쓰실 지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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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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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어머니의 병이 점점 깊어진다. 노환이라 그러려니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겠거니 하고 어머니의 고통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끝내 척추 수술은 받지 않으신다니 재활치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팔십 중반의 노인에게 러닝머신 위에서 걷기나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찌릿한 전기 자극은 살을 찢어 놓는 것 같다고 하신다. 옆에서 고통을 잊으라고 재롱을 떤다. 자꾸 아프다고 상을 찡그리는 엄마의 눈꺼풀도 손가락으로 벌려보고 주름도 당겨 펴보고 다리도 주무른다. 어린 시절 병원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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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6.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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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로 대변되는 성공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짐작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만 많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없다거나, 혹은 유명해질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자칫 잘못 결정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곧 가치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너무도 당연한 목표 같지만 사람들은 곧잘 잊어버리고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의 대부분은 하고 싶어 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통하여 어떤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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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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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올해는 꼭 운동을 열심히 하겠노라고 작심하고 봄을 그냥 보내고 여름도 그냥 보낼 것 같다. 이러다 가을도 보내고 겨울도 흘려보내고 말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방안 가득한 운동 기구들은 오늘도 빨래를 말리고 있다. 허리가 아프고 관절이 삐걱거릴 무렵 큰맘을 먹고 러닝머신을 사들였다. 날이 궂어도 집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면서 열심히 달릴 거라는 거대한 꿈을 안고서 말이다. 몇 번이나 달려봤을까.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러닝머신이 애물단지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싼 돈 주고 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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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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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 4월 학회가 있어 경주에 간 김에 휴가삼아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경주에서 보냈다. 올라오는 날 보문호수 근처 예전에 가본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갔더니 대기자가 수십 명이나 된다. 기다리는 데만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았다. 먹고 싶었던 메뉴는 포기하고 경주 구시가지에 있는 황남빵집에 들렀다 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1층짜리 나지막한 가게들이 이어진 정겨운 구시가지 골목길을 지나며 보니 군데군데 작은 식당들이 보였다. 마침 돼지찌개집이 괜찮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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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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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날이 갑자기 더워졌다. 지난여름의 찜통 속을 생각하면 벌써 겁이 난다. 설상가상 에어컨이 고장 났었던 여름이다. 올해는 일찌감치 에어컨을 장만했고 시름시름 앓는 냉장고도 손봐야겠다. 냉장실을 0도로 맞춰두고 있는데 영 시원하지 않은 것 같다. 수리를 불러도 이상이 없단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이상 없다는 말처럼 답답한 말은 없다. 냉장실에 온도계를 두 개 넣어두고 수리를 불렀다. 8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를 내밀었더니 쭈뼛거린다. 온도계 숫자가 거짓말하겠냐고 했더니 온도계가 고장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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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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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우리는 현재, 미래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준비된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두려움을 갖고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2030년까지 30대 그룹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내수 시장위축은 이미 예측된 상황이며, 한국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었던 제조업 기업의 역량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다. 취업과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생각했던 외국어 구사능력 또한 미래에 필요한 실행력이 아니며, 기술 지식 역시 그다지 중요한 경쟁력이 되지 못할 것이다. 세계화의 가속화로 언어 장벽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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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5.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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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머리가 빙빙 돈다. 아니 땅이 도는 것 같다. 술값을 들이지 않고도 땅이 돌게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한 재주가 생겼나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겼단다. 병을 핑계 삼아 며칠 쉬고 나왔는데 거리가 시끄럽다. 대선을 며칠 앞둔 거리는 소음과 현란한 색채와 몸짓으로 눈을 어지럽게 한다. 된통 곤욕을 치른 국민들은 이번엔 신중을 기해 잘 뽑으려고 후보들을 꼼꼼히 살핀다. 그런데 너무 많다. 열다섯이나 되는 후보를 언제 검토하고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선택을 남에게 미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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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4.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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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 서원대 교수] 지난 연말 이사를 오면서 잘 안 쓰는 물건들은 좀 비우자 싶어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5, 6년 전 마지막으로 파리에 갔을 때 소르본 근처 지베르 조셉 서점에서 사온 프랑스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Robert Doisneau, 1912-1994)의 탁상용 365일 사진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동안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 번 꺼내보지도 않았는데 그냥 버려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한 번도 안 쓰고 버리자니 아깝기도 하고 지금 너무나 다시 가보고 싶게 그리워진 파리 골목 풍경을 사진들로라도 보고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4.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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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그래 나도 여자라고 때론 화려한 장미이고 싶은 날이 있다. 찬 없는 날 상추쌈 한 닢도 되지 못하고 한여름의 구멍 난 난닝구 한 장도 되지 못하는 쓰잘데 없는 장미 한 다발 선물로 받고 싶은 날도 있다. 단체 대화방에 그림으로 전해주는 장미꽃다발에도 흐뭇한 날이 있다. 신새벽을 여는 손길이 한없이 초라하고 한없이 남루한 나날도 있었다. 나무 등걸 어딘가에 붙은 검불처럼 거뭇한 날도 있었다. 어느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이 꽃이라면 구절초나 콩꽃 팥꽃이면 좋겠다고 한다. 가을 한철 소담한 국화도 아니고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4.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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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2M 인재개발원장] 유엔미래교육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억 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급변하는 지식과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하고 새로운 직업 또한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21C에는 한 사람이 평생에 직장을 11번 바꾸고, 직업을 최소 4번 바꾸게 된다고 한다. 새로운 직업을 갖는다는 것, 즉 직업을 바꾼다는 의미는 그것에 관련된 지식, 기술 등을 새롭게 쌓아야 한다는 의미로 끊임없이 재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갖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 현대 사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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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4.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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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시답지 않은 글을 쓰면서 얻은 것은 공짜로 받은 책들이다. 벌써 몇 번 책장정리를 하며 더러는 지인들에게 보냈지만 아직 넘쳐나는 것이 책이다. 더더욱 내 책을 출간하고도 남에게 보내지 않아 쌓여있는 것도 많다보니 슬슬 가족들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책들은 내방을 넘어 아들의 방을 점령하고 이제 슬금슬금 거실까지 기어 나오고 있다. 예부터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은 책이라고 배웠으니 버릴라치면 괜히 뒤가 켕긴다. 그중 몇 권은 마치 교과서를 파듯이 수없이 읽어서 낡은 것도 있고 더러는 첫 표지만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3.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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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 서원대 교수]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프랑스 건축가, 도시설계사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 전시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3월 26일까지 진행된다. 그가 만든 건축물 17점이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 토요일 서울 갈 일이 생겨 전시 일정이 끝나기 전에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보통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면 오랜 전통이 있는 유적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가 만든 현대식 건축물, 그것도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생활 건물들이 세
살며생각하며
충청일보
2017.03.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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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수필가] 노을을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하고 누군가는 슬프다고 했다. 하늘이 밀감빛으로 익어가다가 용광로 쇳물처럼 붉게 끓어오르는데 온기가 없다. 겨울바다라는 멋진 단어 속에서 나는 찬바람을 먼저 읽게 되는 것을 보면 감성이 부족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누가 나를 떠났다. 혼자 바닷가에 가 이를 앙다물고 모래밭에 웅크리고 앉았다. 까맣게 하늘이 눈을 감아버릴 때까지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엎어져 한 점이 되었다. 추웠다. 추위와 눈물은 반비례해서 바람이 거셀수록 눈물은 잦아들었다. 바람을 견디는 것이 눈물을 견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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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2017.03.15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