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낙엽이 내려와 흩날리며 쌓인다. 여름 내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 가로수 잎도, 담장 위에 무성하던 호박 덩굴도, 황금 옷을 자랑하던 은행나무 잎들도 된서리가 내리니 속절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하루아침에 온갖 식물을 시들게 하는 지엄함이 있기에 옛날에 상감마마의 명을 추상(秋霜)같은 어명(御命)이라 했을 것이다. 이런 자연의 섭리에도 눈보라 칠 때까지 버티는 국화의 강인함도, 늦가을에 떨어지는 잎을 보며 흘린 어느 노인의 인생무상의 눈물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떳떳이 살고 은퇴하는 겸손함도 배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11.23 15:27
-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만약에 가을걷이할 것이 없다면?' 생각만 해도 허전하고 을씨년스럽다. 다행히 필자의 집은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서 소량이지만 대추와 감도 따며 수확의 기쁨을 아는 가을맞이를 할 수 있어 마음이 넉넉해진다.청주에서 가까운 지역이지만, 어렸을 때 고향에서 살 때 그곳은 지대가 높고 북쪽이 트여서인지 감나무가 자라지 않았다. 가까스로 얼어 죽지 않은 나무도 감 대신 고욤이 열릴 뿐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마당이나 집 부근에 주렁주렁 감이 열려있는 집이 그렇게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11.09 15:56
-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요즘 하늘을 바라만 보아도 참으로 행복하다. 애국가 가사처럼 가을 하늘이 공활하다. 올가을에 유난히 하늘이 드높은 것은 시월 중순 무렵, 북동쪽에 오래 체류한 고기압 덕분이라니 자연의 위력이 경이롭다. 이런 날씨에 월요일마다 등산을 하는 친구들과 속리산을 등반했다. 마침 단풍도 절정을 앞두고 있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충전하고 싶어 우리 고장의 명산부터 설레는 가슴으로 다녀왔다. 어떤 사람은 법주사를 보고 속리산을 다녀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도 세심정, 복천암을 서둘러 돌아보고 속리산을 다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10.26 15:07
-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처럼 한가위는 부족함이 없는 풍요로움과 넉넉함의 상징이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익는 수확의 계절이기에 사계절 중 가장 먹을 것이 푸짐한 계절이라 가난했던 옛날에는 더욱 반가운 계절이고 추석이었다. 농경민족인 우리 조상들이 수확의 기쁨과 함께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마음이 풍족하였고,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좋은 계절이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만'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추석 전에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10.12 16:05
-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유난히 극심했던 가뭄, 폭염, 폭우도 파란 하늘과 선들바람에 자리를 내주었다. 가는 곳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물론 모든 도로까지 잘 정비되어 무척 자랑스럽다. 그러나 훌륭한 여건에 부끄럽게 일부 운전자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할 때가 많다. 얼마 전, 필자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화들짝 놀랐다.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기도 하고, 안전거리를 100m쯤 확보해야 하는데도 바짝 따라붙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음주운전 사고 사례도 떠오르고 식은땀이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9.21 14:27
-
[김진웅 수필가] 살충제 달걀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발생한 AI(조류독감)로 천문학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어, 달걀과 병아리까지 수입한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또 이런 파문이 일어났기에 더욱 타격이 크다. 농가의 어려움과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초, 유럽의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살충제 오염 달걀이 발견되어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보도되었을 때, 식약청은 우리나라에는 살충제 달걀이 없다기에 믿고 안심했었는데……. 살충제 달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8.24 10:56
-
[김진웅 수필가] 유난히도 극심했던 가뭄에 이어 폭우가 쏟아지더니 연일 폭염 경보도 내려지고 있다. 논밭이 마르다 못해 갈라지고, 저수지 바닥에 잡초가 우거지는 가뭄이었기에 장마 아니 태풍이라도 기다렸었다. 시냇물의 노래도 멈춘 지 오래였고, 바닥엔 말라 죽은 물고기와 다슬기의 단말마의 비명도 들리는 듯하였다. 지난 7월 16일, 생명수로 반겼던 비는 불청객인 수마(水魔)로 바뀌어 할퀴고 간 상처는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아물지 않고 있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을 뼈저리게 되새겨보게 한다. 충청 지방, 특히 청주를 중심으로 내린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8.10 16:11
-
[김진웅 수필가]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수원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여자배구대회 2그룹 예선 3주차 경기가 수원체육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세계 여자배구의 활성화를 위한 FIVB의 공식 대회로, 세계 상위 32개국의 여자 대표팀이 3그룹으로 나누어 자웅을 겨루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2그룹에 속해있다. 유럽과의 시차(時差)로 때로는 밤중에도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되새겨보았다. 또한, 매사에 그렇듯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처럼 무슨 일이든지 평소에 철저히 준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7.27 16:13
-
[김진웅 수필가]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란 말처럼, 얼마 전 전북 남원시 대강면 문덕산과 약수정사를 다녀왔다. 전라북도 남동부에 있는 남원 지역은 백두대간 지리산 능선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산악지대이다. 부근을 흐르는 남녘의 젖줄인 섬진강 주변의 푸근한 경관에 마음도 넉넉해지고, 암벽과 암봉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하는 문덕산, 아기자기한 재미와 함께 소담함을 느끼는 문덕봉(598m), 소금배와 얽힌 전설이 있는 고리봉(708.1m)은 조망도 좋지만 거대한 바위병풍처럼 웅장한 산세를 과시하고, 소나무가 울창한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7.13 15:31
-
[김진웅 수필가] 요즘 극심한 가뭄에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다보니,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던 장마가 기다려질 정도이다. 이런 때 불쾌지수가 높을 수 있다는 방송을 듣고, 국어사전(금성출판사)을 찾아보니, 기온과 습도에 따라 인체가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이고, 지수가 70이면 10% 정도의 사람이, 80이상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욱하다'란 낱말도 '차분하게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말이나 행동을 불끈 내놓다'라고 씌어있어 많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6월에만 해도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6.29 17:27
-
[김진웅 수필가] 지난 주말,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충북수필문학회 행사로 충청남도 서산시 일원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기행은 말 그대로 현장체험을 통하여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을 성찰하고 견문을 넓히고 글의 소재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행사이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풍광을 보고 가슴 설레었다. 언제 보아도 또 보고 싶은 푸른 바다, 바다처럼 초록 물결이 드넓게 펼쳐진 서산목장…. 어느새 즐거운 마음도 무거워졌다. 가는 곳마다 오랜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제법 규모가 큰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6.15 13:31
-
[김진웅 수필가] 요즈음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큰 걱정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FIFA U-20 월드컵 2017을 보며 갈증을 해소하고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과 희망도 보게 되었다. 이 대회를 우리가 유치하는 데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프랑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내로라하는 12개국이 2013년 이전부터 신청하여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유치할 수 있었다. FIFA U-20 월드컵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것은 1979년 일본 대회 이후, 38년 만이고 아시아 지역 전체로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6.01 16:31
-
[김진웅 수필가] 지난 4월 하순, 매주 등산을 하는 친구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다. 몇 번 다녀왔나 모를 정도로 여러 번 간 곳이지만 해외(?)라서 그런지 갈 때마다 새롭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지코지, 우도 등 가는 곳마다 경관이 수려하고 우리를 반겨주었고, 특히 한라산 등반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하고 값진 체험이었고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백두산 천지는 두 번이나 가보았지만, 한라산 백록담을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해서 항상 미련이 남아있었는데 이번에 한라산 등반을 주목적으로 제주도를 갔으니 어느 곳보다 기대가 컸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5.18 13:35
-
[김진웅 수필가] 요즈음, 거리에 나가면 제19대 대통령선거 현수막과 유세 차량을 만나고, 선거 방송이 넘치는 중에 색다른 소식이 있었다. 지난 17일, 어느 라디오 방송의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고, 25일에는 TV의 남북의 창에서 '여자 축구 평양 원정기'를 시청하였다. 평양에서 금의환향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악전고투 끝에 쟁취한 승전보를 흥겹게 접하고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때에 온 국민은 신선한 희망과 감동을 받았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기까지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를 듣고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4.27 15:51
-
며칠 전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셔주었다.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자라나 하루가 다르게 산과 들이 연둣빛 신록이 어우러지기 시작하였다. 봄 가뭄으로 산불 발생도 우려되고, 저수지와 대청호 수위가 낮아져서 농사철에 물 부족도 예상되고 심지어 식수난을 겪는 곳도 있다는 방송을 보고 걱정이 되었다. 냇바닥이 보일 때는 우리 마음도 쓸쓸하고 허전했는데, 며칠 전 내린 단비는 냇물에 물이 넘실넘실 출렁이는 것처럼 우리 마음을 푸근하고 흐뭇하고 행복하게 하여 주었다. 지난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4.13 15:02
-
[김진웅 수필가] 지난 3월 24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을 상기하면서 서해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우며, 국토 수호 결의를 다질 목적으로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서해 수호의 날은 백령도 근처에서 1200톤급 천안함 침몰 사건이 2010년 3월 26일 금요일에 일어난 점을 고려해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로 지난해 지정되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벌어진 전투이며, 북한의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3.30 16:40
-
[김진웅 수필가]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경사스러운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처음으로 파면된 불행한 일이다.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다면 강 건너 불구경하며 타산지석으로 삼겠지만 하필 우리가 겪어 부끄러운 구경거리가 되고 말았다. 잘못한 것을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일어난 일은 변하지 않는다. 흔한 표현으로 '엎질러진 물'이다. 뼈아픈 아픔을 그대로 흘리지 말고 거기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긍정적인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난을 딛고 내일의 희망이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3.16 14:32
-
[김진웅 수필가] 지난 2월 26일 저녁, 45억 아시아인의 '겨울 축제'인 제8회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8일간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중계방송과 폐막식을 시청하고 많은 것을 느꼈다. 홋카이도의 형태를 바탕으로 북쪽의 밤하늘에 빛나는 북극성과 눈의 결정 그리고 겨울바람을 뜻한 로고도 좋고, 32개국에서 2,000여 명 규모도 놀라웠다. 'Beyond your ambitions'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겨울의 감동을 공유하고 더 큰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었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3.02 15:47
-
[김진웅 수필가] 며칠 전, 강추위도 물리치는 모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소식에 무척 기뻤다. 지난 2월 7일, 한 청년이 부산 사하경찰서를 찾아왔다. 가장 절박했던 순간에 따뜻한 손길을 건넨 경찰에게 3만 원을 갚기 위해서였다. 이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21일 절도죄로 경찰에 입건됐다.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다 노인정에서 쌀과 김치를 훔쳤고, 미안한 마음에 청소와 설거지를 해놓고 도망갔다 한다. 청년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힘겹게 살아가다 나쁜 짓을 저질렀다. 딱한 사정을 알고 담당 형사는 조사를 마친 뒤 "밥은 먹고 다니라"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2.16 14:59
-
[김진웅 수필가] 설날 며칠 전부터 전통시장에는 설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여느 때에는 보이지 않던 현수막도 여기저기에 펄럭인다. 문구는 조금씩 다르지만 고향에 오신 분들을 환영하는 것이니 장시간 달려온 귀성객들에게 힘이 나게 하고 정(情)이 샘솟게 할 것이다. 막힌 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버스와 기차, 자동차에 몸을 싣고 떠난다. 무척 바쁘고 힘들지만 연어의 회귀처럼 고향으로 부모님 계시는 곳으로 민족의 대이동을 하는 설 명절에 많은 생각과 다짐을 하게 된다. 설날 조상님께
김진웅칼럼
충청일보
2017.02.02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