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정우천 입시학원장] '젠가'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게임은 직사각형 나무 블록 54개를 3개씩 나누어 18층까지 쌓은 뒤, 차례로 돌아가면서 하나를 빼내 다시 맨 위층에 쌓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한 사람이 블록을 제대로 빼내지 못하거나, 쌓지 못해 탑이 무너지면 무너뜨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게임의 속성상 시작에서 상당히 진행되는 동안에는 무너질 확률이 거의 없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탑이 무너지고 게임이 끝날 확률이 증가한다.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된 상태에서 그 게임의 결과를 예측해보면 두 가지의 접근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 게임의 전모와 진행 상황을 통괄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 블록은 점점 위험한 상태로 쌓여있고 앞으로 조만간에 탑이 무너지고 게임이 끝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을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게임의 전체상황은 전혀 모르고 이제까지 블록을 하나씩 움직였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통계적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까지 별문제가 없었다는 정보는 다음번 블록을 움직여도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률적 예측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전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도 위의 두 번째 방식과 같지 않을까 싶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지구를 거쳐 간 모든 인간 중 6% 정도가 현재 살아있다고 한다. 이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100만 명 이내의 시대였다는 것이고 현재야말로 인류사에 유례없이 가중치가 높은 시대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어떤 시대보다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심각하지만, 너무 안이한 예측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인류에게 닥쳤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번영해왔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앞으로 닥쳐올 문제도 쉽게 해결되리라 생각한다면, 전모를 보지 못하고 단순한 통계적 데이터로 젠가 게임의 다음 상황을 예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종말론적 음모론이나 인류가 직면한 위험을 자극적으로 협박해 단체 존립의 도구로 삼는 수상한 집단의 공포 조장을 냉정하게 배제한다 해도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현대문명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주로 화석연료에 의지해 유지되고 있는데 금세기 내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체되지 않으면 현대문명은 상상하기 힘든 위기에 처할 것이다.

또한 자원의 고갈에 더해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은 UN의 예측에 따르면 해안선을 바꿀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금세기 내에 맞을 전망이다. 아직 가늠조차 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4차산업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로 인한 실업과 정치적 혼란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낙관론에 기대 안이하게 손 놓고 있기는 너무도 위험하지 않은가. 화산재에 하늘은 어둡고 불길한 조짐에 뒤덮인 마지막 날, 폼페이 시가의 환락가에서 막연한 낙관론에 취해 퇴폐의 밤을 보내던 이들은 그들이 다시는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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