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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아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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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14: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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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한국인에게 3.1절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특히 올해는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전국에서 성대하고도 엄숙하게 기념식전이 거행됐다. 31년 전 처음 한국에 왔던 내게는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가 생소하고 신기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강한 애국심이었다. 저녁 6시가 되면 길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고 부동의 자세를 취하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일본 근·현대사에서는 1945년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을 ‘전전(戰前)’, 이후를 ‘전후(戰後)’로 나눈다. 4년에 걸친 전쟁으로 일본의 도시라는 도시가 모두 불에 타고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시민까지 합쳐서 3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뿐인가. 그 몇 배가 되는 물질, 인명, 정신적 피해를 주변 국가와 그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나는 전후 16년이 지난 1961년에 태어났다. 내 성장기는 일본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나 경제적 발전을 이루며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해 나가는 시기였다. 그런데도 내게는 자라면서 한 번도 공식행사에서 국기게양이나 국가제창을 한 기억이 없다. 학교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공중의 면전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부문율의 금기였다. 대일본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전전에 행해진 일들은 모두 악의 소산이요 부정의 대상이었다.

26년을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에 오게 된 나는 처음 접하는 한국인들의 강하고 곧은 애국심에 한 동안 어리둥절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정은 조금씩 변해갔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 엄마, 아빠, 형제자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조국을 당당하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너무나도 부럽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충청남도 천안이다.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독립기념관이 있고 거기서 10분만 더 달리면 유관순 열사의 고향 병천(竝川)이다.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날에는 국가적 행사가 치러지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16세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바친 소녀 유관순. 그녀의 고귀한 희생이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놓았고, 그 정신은 지금도 살아서 한국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한 줄기 애국의 강이 돼서 흐르고 있다.

3.1절은 내게도 역시 중요한 날이다. 일상생활에 매몰돼서 툭하면 무뎌지거나 잊어버리기 쉬운 일들을 이날만큼은 생생하게 생각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애국,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을 왜 일본인들은 자신 있게 못하는 것일까? 청산할 때 청산해야 할 것을 청산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과연 일본은 진정한 의미에서 종전을 맞이한 것일까?

건강한 애국심은 국가를 살리고 지탱하는 근간이다. 애국을 못하는 나라와 민족에 과연 어떤 미래가 있을까? 나는 어린 애국 소녀의 목숨을 빼앗은 나라에 태어났고, 그녀가 목숨과 맞바꿔서 지켜내려고 했던 나라에서 살고 있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지만 최선을 다해 고민해 보는 것이 나의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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