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전해지는 우화에 따르면 새들은 처음에는 날개가 없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깃털과 고운 목소리 외에 특별한 재주가 없는 새들을 안타깝게 여긴 조물주가 날개를 만들어 "자 이 짐을 어깨에 져 보아라." 라고 새들에게 말했다. 새들은 조물주의 명령을 따르기를 주저했지만 곧 순종하여 그 짐을 어깨에 얹었다. 그 짐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움직이는데 많이 불편했지만 새들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한동안 짐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짐을 진 무거운 몸이 이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드디어 어깨에 졌던 무거운 짐이 날개로 변해 그때부터 새들은 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앞의 무거운 짐을 보면, 그 짐을 지지 않을 방법만 이리저리 찾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의 어깨에 메어야, 비로소 그 짐이 날개로 변해 날 수 있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세상을 살다보면 이러한 상황을 많이 접하게 된다. 맡겨진 일이 너무도 생소해 왜 이 일이 자신에게로 떨어졌는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잘 해낼 자신도 없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신이 왜 지금 이런 고통을 감당하고 있어야 하는지 억울한 감정도 느끼겠지만 아무튼 일은 언젠가는 끝나게 되고 일이 마무리된 후에는 그 동안의 고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된 자신을 발견하곤 그동안 별거 아닌 일에 괜스레 힘들어 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산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1000미터 넘는 산을 오를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근육은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면 조금 전의 고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거칠게 내쉬었던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리근육의 피로도 풀려 어쩌면 다음에는 좀 더 높은 산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삶에 정말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는 기뻐할 만한 한 가닥 희망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어려움이 닥치는 그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모든 시련에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 적어도 앞으로 유사한 시련을 겪게 될 사람들과 그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은 얻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인생의 공식 하나는 지금 당장은 아주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시련들이 자신이 장차 중요한 일을 하는 데는 꼭 필요한 지혜와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주변을 보면 부모님의 극진한 보호 속에 자라나서 그런지 조금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지레 겁을 먹고 맡은 일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식을 경험해 보지 않은 청년들에게 이 공식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힘든 일이 내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힘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남들이 힘들어 꺼려하는 힘든 짐을 기꺼이 수용하는 용기는 장차 자신에게 힘차게 비상할 수 있는 튼튼한 날개를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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