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들었다. 12년 만에 3만 불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부는 왜 평균을 내는 국민소득에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통상 3만 불이 선진국 진입의 기준선으로 언급되지만 내실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눈에 띈다.

명목 국민소득 증가폭은 5.4%(1605달러)로 전년(7.5%, 2064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3만 불에 도달하는 시간도 12년으로 긴 편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3050클럽(인구 5000만, 국민소득 3만 불 이상)에 진입한 6개 국은 2만 불에서 3만 불까지 평균 9.7년이 걸렸다. 지난해 환율이 연평균 2.7% 하락한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 작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 불이 주는 의미는 매우 가치 있는 숫자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미래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향후 3만 불을 뛰어넘어 4만 불시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3만 불 시대를 못 지키고 그 이하로 뒷걸음 칠 것인지 여부다. 이 선택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달려있다.

1950년 6.25전쟁 직후 국민소득은 67불 이었다. 세계 최빈국이었다. 헐벗고 가난했다. 굶기가 다반사였다. 1970년 국민소득은 225불이었다. 우리는 경제개발에 국가최고 가치를 두고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만성 수입역조현상을 극복하고 흑자국으로 전환된 것이다. 중화학공업과 철강 산업을 육성해서 그 토양에서 선박과 자동차 반도체산업이 발전했다.

이제 3만 불의 고지를 넘었다. 그러나 이 3만 불이 계속 유지되고 지켜지리란 보장은 없다. 스페인, 그리스, 키프로스가 그 사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목표를 잃고 우쭐대거나 샴페인을 마구 터트리는 일이 일어날 때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작년에 이룩한 3만 1349불은 그동안 산업화 세대의 굶주림과 허덕임에서 나타난 과실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8년 말 현재 소득 3만 불 이상인 국가는 34개국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만도 23개국이나 된다. 그러나 이들 다수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인구 소국들이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는 국가는 9개뿐이다. 인구 5000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6개 국가뿐이다. 한국이 소득 3만 불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세계경제 ‘30-50클럽’의 일곱째 멤버가 된 것이다.

앞으로 미래의 과제는 성장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계속 살려나가는 것이다. 성장 동력이 꺼질 때 각종 산업과 사회현상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 안 된다고 본다. 현재 우리 잠재성장률은 3% 미만이다. 앞으로 2% 이하로 더 낮아질 수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바쳐왔던 중심기업 중 다수는 이미 정점을 넘었다.

수출이 우리경제의 중심축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거나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추격 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은 각각 2004년과 1992년에 이미 소득 3만 불을 돌파했다. 그러나 아직 3만6000불대와 4만 불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유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포용성장의 지름길이다. 3만 불 시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반드시 확충해나가길 당부한다.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맞춰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이 제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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