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지인들과 여행을 다니다보면 회비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뤄진다. 모두 함께 여행을 같이 한 경우엔 일괄적으로 회비를 내면 되지만,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한 경우에는 셈법이 다르다. 최근에 3박 4일 여행을 했는데, 6명중 한명만 3박을 했고 1명은 1박, 4명은 2박을 했다. 2박 3일을 한 4명중 3명은 금요일 출발해 일요일 돌아왔고, 1명은 토요일 출발해 월요일 돌아왔다.

이 여행에선 회비를 미리 내지 않고 지출한 이후 n분지 1 하기로 했는데, 여행 일정이 다르고 사용항목도 제각각이어서 정산이 복잡했다. 여행비용을 총괄했던 총무가 내놓은 해답은 다음과 같다. 일단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좌변에는 지출한 항목을 차례로 기입하고 우변에는 사람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지출한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 앞으로 비용을 적었다.

예를 들면, 금요일 출발해 금요일 저녁을 같이 먹은 4명의 경우 식사대 10만원을 2만5000원씩 부담하게 했다. 차 렌트비, 숙박비, 식대 등등을 이렇게 대입하니, 말 그대로 수익자 부담 원칙과 더치페이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졌다. 다만, 공용인지 사비인지가 애매한 경우가 문제였다. 예를 들어 토요일 출발한 2인이 목적지까지 택시를 이용했는데, 이 비용이 공용이냐 아니면 뒤 늦게 출발한 이유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느냐이었다. 총무가 내린 결론은 뒤 늦게 출발했으니 사비로 처리했지만, 애매한 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정산은 복잡했지만, 여행이 행복했기 때문에 함께한 지인들은 흔쾌히 비용을 지불했다. 여행비용 처리를 보면서, 비용을 정확하게 청구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조금 넓혀보면, 다른 비용처리 방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수혜를 입은 쪽(사람을 포함해 기업, 지역사회, 국가 등)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혜만 입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불하는 경우는 공정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해 많은 수익을 냈다고 치자. 그 사회적 인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국가 운영은 국민세금으로 이뤄진 것이니 대기업은 많은 수익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외교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남북한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통일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핵 폐기, 경제개발, 상호방문 등등을 쭉 나열해 보고, 거기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고, 남북이 얼마나 부담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평화가 이뤄지면서 남북한 번영이 얼마나 더 커질지도 예상해 봐야 한다.

평화가 보장된다면 조금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쪽이 더 많은 부담을 해야겠지만, 양쪽에 윈-윈이 된다면 흔쾌하게 더 많은 비용을 낼 수도 있다. 행복한 여행을 함께 하자면 회비에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함께 행복한 여정을 하는 것이 낫다. 한반도가 평화여정을 걷자면, 비용을 좀 더 부담하더라도 행복한 여정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평화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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