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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여의옵고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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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4  15:3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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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눈이 내리자 정원의 나무들이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또 한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게 된다. 어머님 손을 잡고 청주고 입학시험을 치르려고 청주역에 내리던 때가 어제 같은데 55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사람의 일생은 눈 깜짝할 사이의 부싯돌 불빛"이라고 한 채근담의 글을 실감하게 된다. 그동안 나는 부모님의 지극하신 사랑을 받고 耳順이 가까운 나이에 어머님께서 아들의 머리를 손수 깎아 주시고 부모님이 계시며 군자삼락을 누리는 축복 받은 생활이었다.

어머님께서 8개월에 걸친 병원생활도 보람 없이 98년 10월 8일 이승의 삶을 다하시고 영면(永眠)하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어머님의 병상을 지키면서 生老病死 愛別離苦의 괴로움을 겪는 한해였다. 채근담에 설니홍조(雪泥鴻爪), 눈 위의 기러기 발자국 같은 무상한 인생, "사람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은 한때의 머무름과 같고 죽는 것은 본 집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生寄死歸)"고 하지만 이렇게 산다는 것이 허망할 수 있을까?

地主의 맏딸로 태어나시어 사천 현감을 지내신 시조부(媤祖父)님의 청빈한 생활은 가난을 물려주셨고, 아무리 어려워도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7남매를 키워 오신 부모님의 근검절약하고 부지런하신 성품은 내 생활의 본(本)이 되었다. 어머님의 여의옵고 애통한 저희들을 많은 분들이 찾아 위로해 주시고 어머님께서 극락왕생 하심을 빌어 주시어 유택(幽宅)에 잘 모실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그 은혜 가슴 깊이 간직하고 결초보은하며 살아가리라. 산다는 게 행과 불행이 교차하거늘 기쁨을 함께 할 벗이 있고(松茂栢悅), 불행에 함께 슬퍼할 벗이 있다(蕙焚蘭悲)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리니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며 숙수지공(菽水之供) 하지 못한 불효자는 자괴지심(自愧之心)으로 하늘로 머리를 둘 수 없다. 어머님 생각에 목 메이는 불효자는 15년 전의 어머님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시던 때가 떠오르며 "늘 어머님을 걱정해 주시고 보살펴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밝아오는 갑오년 새 아침에 뜻있고 보람찬 한해가 되시고 日日是好日, 나날이 좋은 날이 되시길 빈다"고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머님께서 저희들 곁을 떠나신 지는 21년, 아버님께서 떠나신 지는 13년의 세월이 흐르고, 또 계절이 바뀌어 3월 9일에는 어머님, 21일에는 아버님의 생신이 돌아오니 부모님 생각이 간절하며 뵙고 싶은 마음에 지난날 실린 글을 여기에 옮겨 올리며 부모님께서 그동안 다하시지 못하신 말씀을 나누시고 편히 쉬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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