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13일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전국 1823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이 선거로 전국 1344개 조합의 대표자가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충청권의 경우 충북 73개, 충남 156개, 대전 16개, 세종 9개 조합 등 총 254명의 조합장을 선택했다. 당선된 조합장은 오는 21일부터 4년 동안 조합의 선장 역할을 맡게 된다.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혼탁한 조합장 선거의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번 선거에도 잡음이 발생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상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전에 300여명의 불법 행위자가 발생하는 등 일부에서는 혼탁한 선거판이 되기도 했다.
선거를 '축제'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합원들의 축제의 장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후보자들의 당선을 위한 무분별한 불법행위는 이제 사라져야 할 유산(?)으로 남겨야겠다.
충북의 경우 농협이나 축협은 도민에게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금융기관이다. 이번에 선거를 치룬 조합은 농업이나, 축산업, 산림업에 종사하는 조합원의 생산력 증진과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만큼 조합원들에 대한 마음을 바로 알고 있는 조합장이 필요한 것이다.
수많은 조합원들의 지지로 당선된 조합장은 다양한 특권이 부여된다. 지역의 대표 단체장으로서의 지위와 고액 연봉과 판공비, 직원들의 인사권, 각종 수익사업 등 금융권 실세로 자리잡게 된다. 보는 관점에 따라 '알짜'라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조합장을 바라보는 조합원의 시선은 마냥 따뜻하지는 않다. 조합원들의 복지 증진과 조합의 수익확대, 생산이나 판매 등 운영하는 사업 사이에서 수많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일부 조합에서는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조합장 후보자들은 당선 이후 조합원들에게 조합의 미래와 조합원들을 위한 노력에 포인트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무늬만 조합장'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못한다'는 말이 있다. 큰 꿈을 꾸고 당선됐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항상 후보자 시절의 진심어린 마음과 조합을 위한 절박함을 가져야 한다. 정도(正道)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정도는 스스로를 과대포장하기 위한 치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남에게 하는 약속보다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매 순간 스스로 다잡았던 마음을 되돌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선거로 인한 주민간 불협화음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사분오열된 조합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화합의 장이 마련돼야 하며, 적대적이었던 후보자나 조합원들에 대한 포용도 필요하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축제 이후에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당선자들이 후보시절 가졌던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조합원들의 화합과 많은 숙제(?)를 활기차게 펼쳐나가는 조합장을 기대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항상 간직하길 기대해 본다.
- 기자명 충청일보
- 입력 2019.03.1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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