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민주적인 스타일의 부모는 자녀를 잘 가르치기 위해 몇 가지 특이한 방법을 사용하는 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스스로 배우게 하는 훈련’이다. 이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결과에 직접 책임지도록 하고 체험을 통해서 왜 특정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깨닫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가 있을 때 대개의 엄마는 먼저 ‘더 투정하면 밥을 안 주겠다.’고 협박을 한다. 그런데 그래도 투정을 하면 안쓰럽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여 결국엔 원하는 반찬을 주고 만다. 이때 아이는 ‘투정을 부리면 원하는 반찬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민주적인 부모는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에게 부드러운 표정으로 밥을 치우고는 다음 끼니까지 온전히 굶긴다. 아이는 ‘반찬 투정을 하면 밥을 굶는다.’는 것을 알게 되며 다음 끼니에는 그 반찬을 다시 주어도 감사하게 먹게 된다.

또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뒤로 넘어가며 울어 젖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의 부모는 이때 달래거나 협박하다가 더 세게 울면 원하는 것을 허락한다. 그러면 아이는 ‘억지를 부리면 얻어낼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민주적인 부모는 이런 아이에게 무시하거나 ‘울음을 멈추면 안아 줄게요.’라고 말한다. 더 세게 울어도 같은 방법으로 대한다. 아이는 어리둥절하거나 혹은 기력이 빠져서 멈추게 된다. 이때 즉시 아이를 안아주고 기뻐하며 격려해 주는 것이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아이도 보통은 달래고 달래서 겨우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늦게 일어나도 어떻게든 부모가 책임져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민주적 부모는 알람을 사 주고 깨우지 않는다. 나중 일어나 허겁지겁 학교에 갔으나 늦어서 선생님께 혼나게 된다. 아이는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면 일찍 일어나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 하는 시간을 어기는 경우 용돈을 깎기도 하다가 또 어기면 싸우다가 나중엔 지쳐서 어쨌든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놔두게 된다. 이때 아이는 ‘다른 것을 희생해서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규칙을 어기면 한 달간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그래도 다시 어기면 아예 창고에 넣어버리면 ‘규칙은 어길수록 손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투정을 부린다고 아무 물건이나 주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할 필요가 있다. 과보호를 제거하고 자녀의 행동이 잘못되었을 때 벌을 주는 대신 현실을 경험하게 하여 자기가 결정한 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함으로써 성장을 돕는다. 전제할 것은 부모가 서로 협의하여 아이가 다소 가혹하게 느껴지는 현실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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