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지금 우리 사회는 맞벌이를 요구한다.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외벌이로는 아이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기혼 여성의 절반이 둘째를 포기한다. 그리고 첫째를 출산한 여성의 3분의 2가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 출산 휴가 대신 사표를 쓰라는 직장이 비일비재하고, 육아 휴직 후 중요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부서 이동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에서 출산 및 육아 휴직 후 안전하게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여성은 전문직과 공무원뿐이다. 이처럼 여성의 육아 휴직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는데 남성의 육아 휴직을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할 수 있다.

2001년부터 남성의 육아 휴직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사용자는 해마다 늘어 1만 명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 전체 육아 휴직자의 10% 미만이다.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그것도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3년까지 쉴 수 있는 건 일부 공공기관뿐이다. 아직 한국 남성의 육아 휴직은 ‘그림의 떡’이며, 휴직률이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복지 중심의 선진국일수록 남성의 육아 휴직률이 높고 복직 후에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직원의 편의를 위해 가능하다면 재택근무를 허용하여 업무 효과를 높이고 있다. 육아 휴직 후 겪는 불이익 자체가 불법이고 위법 시 회사가 엄청난 손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의 육아 휴직을 당연시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학은 그 도시에서 낳은 아이의 아빠에게 한 학기 동안 둘 중 한 가지의 유급 육아 휴직을 허용한다. 첫째는 네 과목 중 두 과목만 강의하는 것이다. 두 과목을 하루에 배정한다면 일주일에 하루만 강의하면 된다. 둘째는 학기의 반은 쉬고 반은 원래대로 네 과목을 강의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일조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의 육아 휴직은 제도만 놓고 보면 선진국 못지않다. 육아 휴직은 남녀 불문하고 법이 정한 노동자의 권리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는 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육아 휴직을 거부할 때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법은 법조문 안에서만 존재하고 현실에서는 유명무실하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승진에서 불이익을 감당하면서까지 육아 휴직을 과감하게 쓰는 ‘용감한 아빠’가 그리 많지 않다. 비록 일정 기간이지만 중요한 시기에 남보다는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아빠가 아이를 돌본다면 엄마는 직장에 전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떤 제도가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여성의 육아 휴직이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남성의 육아 휴직조차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인구 절벽을 우려하게 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