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요즘 장관후보자 청문회가 한창인데 사상이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후보자들의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지대한데, 황폐해지는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나 생각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빚의 증가속도가 빨라 세계2위수준이고, 소득대비 상환부담 상승률도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자랑할일은 아닌데 여전히 불명예를 안고 살고 있다. 북한 핵폭탄에 버금갈 가계부채가 무관심속에 내팽개쳐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3분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96.9%를 보이고 있는데 이 비율증가속도(0.9%포인트)는 중국(1.2%포인트)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가계부채비율이 100%이상으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높은 나라는 스위스,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인데 이들 국가는 가계부채비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높다는 것이 걱정스런 지표라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 경제사정이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해도 우리나라의 서민금융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서민들을 도우려고 만든 햇살론, 미소금융 등 금융상품 연체율이 높았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대출을 갚지 못하는 비중이 커진 것이다. 이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용시장 불안정으로 서민들의 빚 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햇살론의 채무자가 빚을 못갚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인 대위변제율이 9.1%로 2016년부터 계속 급등하고 있다.

신용등급 6등급이하나 소득 연 3,500만원미만인 가구가 일반 민간대출금리보다 연 5%이상 낮아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안타까운 실정이다. 새희망홀씨, 미소금융과 청년들에게 준 대학생 청년햇살론도 연체율이 증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민금융 연체율이 급증하고 정부의 대위변제액도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데 신용등급이 낮거나 소득이 일종수준이하인 서민층의 지갑이 얄팍해지고 씀씀이가 줄고 있어 서민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서민경제나 살림살이는 계속 궁핍해지는데 청문회장에 나타나는 장관 후보자들은 부동산투기나 위장전입, 불법상속증여 등의 고도화된 기법을 국민들에게 잘 알려주고 있다. 공시가격이 급등해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 다주택자인 국토부장관 후보자처럼 종합부동산세를 피해나가는 방법이 잘 소개(?)되고 있다. 지자체의 세수입이 증가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국민들은 분노의 시선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 돈 모아 비싼집 샀는데 ‘팔든지, 아니면 세금이나 왕창 내라’는 막가파식의 정책은 후일 조세저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청문회때마다 위장전입 등의 목적이 부동산정책을 회피하려 했음이 명백함에도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음으로 후보자의 부동산투기가 방어되는 웃지 못할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청문회를 하면 무슨 소용있느냐 하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것도 아닌 만큼 이들의 도덕성이나 위법성을 철저하게 파헤쳐 국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줄 청문회가 되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촌철살인의 기세를 견지하고 1mm초소형몰래카메라로 모텔방을 뒤지듯이 장관후보자 청문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 휘어져 버린 서민경제 등골을 시원하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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