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 문화에서 절기(節氣)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근대화에 앞장선 일본은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기준을 양력으로 완전하게 전환시켰다. 그러나 한국은 양력을 도입하면서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절기문화를 매우 소중하게 간직해 왔고, 지금도 양력 설 보다 음력 정월 초하루를 구정(舊正)이라 칭하며 조상과 가족친지와의 네트워크를 다지는 명절로 일년 중 가장 크고 성대한 날로 대접한다.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각각의 명칭을 부여한 절기는 입동(立冬)으로 시작한 겨울이 대한(大寒)을 끝으로 입춘(立春)에게 자리를 내 준다. 태양이 춘분점을 기점으로 황도를 움직인 각도를 황경(黃經)이라 부르는데 황경이 0°일때를 춘분으로 해서 15°간격으로 24절기를 표시한 것이다. 우주의 질서정연함을 토대로 이름 붙인 24절기는 농업, 어업, 원예, 종묘 등 자연의 섭리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산업에 밀접하게 관련지어진다. 음력 1월이 되어 입춘이 오고 우수(雨水)가 되면 동풍이 불어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하고, 땅 속에서 잠자던 벌레들이 움직이면 얼음 밑에 고기가 돌아다니고, 초목에서 싹이 튼다.

우주를 의미하는 코스모스(cosmos)는 [질서, 정열]을 뜻하는 κόσμος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질서란 사회가 움직여지는 동력이다. 마땅히 있어야 할 인간관계와 인간행동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한 사회구조, 사회제도, 사회활동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수많은 요소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trust)라고 할 수 있다.

에델만이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신뢰도 지표 조사에 의하면, 4대 기관(정부, 기업, 미디어, NGO)에 대한 여론주도층과 일반 대중 사이의 전년도 대비 글로벌 신뢰도 지표는,각각 NGO(67→64)(53→53), 기업(65→64)(62→62), 정부(53→53)(41→43), 언론(53→53)(43→43)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년도와의 비교에서 NGO(73→51)(58→49), 정부(63→33)(47→33), 미디어(64→42)(47→42)로 NGO는 여론 주도층에서 신뢰지수가 –22나 떨어졌고, 정부도 여론 주도층에서 –30, 일반 대중에서 –14 하락, 미디어 또한 여론 주도층에서 –22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미국의 신뢰도 지수는 심각하게 하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정부에 대한 신뢰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지수는(86→89)(76→84), 한국은 (35→54)(28→45)로 각각 +19, +17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OECD통계에 따르면 89%의 국민이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덴마크에 반해 한국은 겨우 26%만이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노이에서 무너진 북미대화의 신뢰 프로세스가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양국 지도자의 신뢰회복이 관건이다. 타인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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