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걱정하는 습관과의 싸움에는 약간의 작전을 쓸 필요가 있다. 공포에 대한 공격을 교묘하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공포의 본거지를 향하여 정면공격을 감행하기 보다는 작은 걱정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로서는 몹시 애석한 일이었지만 어느 날 나는 내 집 주위에 있는 큰 나무를 베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자란 큰 나무를 베어낸다는 것은 몹시 서글픈 일이다.

인부들이 전기톱을 가지고 왔다. 나는 그들이 틀림없이 지면에 가까운 굵은 줄기부터 자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 나무에 사다리를 걸쳐 놓더니 작은 가지들부터 자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굵은 가지들을 자른 다음 줄기의 윗부분을 잘라내는 것이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줄기의 굵은 밑 둥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밑 둥을 잘라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하여 적어도 자라는데 40년 이상이나 걸린 거대한 나무들은 순식간에 토막으로 잘려 차곡차곡 쌓이고 말았다. 나무를 자르던 인부 하나가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만일 저희들이 가지를 잘라내지 않고 나무의 밑 둥을 자르면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주변의 나무들이 엉망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나무란 것은 되도록 작게 만들수록 잘라내기가 쉬운 법입니다.” 그야말로 지당한 말이다. 만일 당신에게 고민하는 습관이 있다면 이와 똑같은 요령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선 작은 걱정부터 제거해 나가라. 이를테면 당신의 회화 속에서 걱정을 표현하는 소극적인 말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와 같은 말들은 물론 당신의 고민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당신의 고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오늘은 어째 비가 올 것 같은데 정말 걱정이군.”하고 말하지 말라. 그 대신 이렇게 말하라. “비가 좀 온다면 농부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리고 그날 날씨에 대해서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또 출근시간에 늦을 것을 걱정하지 말고 집에서 일찍 출발하라. 그러면 조바심이나 걱정을 하지 않게 되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여유 있는 태도와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좌우간 이와 같이 하여 웬만한 일에는 걱정하지 않는 습관을 붙이면 이윽고 고민의 충동은 저절로 시들어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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