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대한 낮은 이해도

오는 20일은 제2회째 맞는 '세계인의 날'이다. 20일부터 1주간은 '세계인 주간'으로 전국 각지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게 된다.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등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이미 몇 년 전에 1백만 명을 넘어섰으며, 2006년 재한외국인 처우개선법이 제정된 후 작년에 처음으로 세계인의 날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로 이민을 떠나는 인구보다 국내로 유입되는 인구가 더 많은 이민국가의 형태로 바뀌었다. 특히 결혼이민자는 2008년 통계에 의하면 124개국 11만6,000여 명이며, 한국인으로 귀화한 결혼이주자 4만 7,000명까지 합치면 16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전ㆍ충청지역의 경우 11,587명으로 9.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 사회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유입되고 있고 국제결혼으로 인하여 단일민족의 전통도 희석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저출산과 고령화시대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전체 인구의 35% 정도를 외국 인력으로 대체해야 현재 수준의 노동력을 2050년에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나 타문화에 대한 뿌리 깊은 배타심도 문제지만,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가정에서의 갈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매매혼의 형태로 맺어진 신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인권침해적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낙후됐다고 하여 상대방의 문화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우리의 문화와 관습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재 농촌 지역에서는 3쌍 중 1쌍이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루고 있어 다문화가정이 새로운 가족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이 성인이 될 때 우리 사회는, 반은 토종 한국인이면서 반은 외국인인,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의 반쪽 모국에 대한 이해와 포용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제결혼을 한 한국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자식에게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전해 주듯이 말이다.

다행히 국가적 차원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법안이 제정되고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다.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맞춤교육, 아동양육지원, 경제활동교육, 국제결혼에 대한 정보제공 및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 여러 정부 부처를 통해 산발적으로 실시되다 보니 상호간의 연계성이 적고 중복되기도 하는 등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등이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면서 다문화가정의 참여를 독려하다 보니, 오히려 귀찮아하며 지원을 거부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세계인의 날'은 다문화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와 관심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각종 기념행사나 문화행사, 심포지움 등이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열릴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세계인의 날'을 따로 지정할 필요 없이 다양한 민족 구성원을 자연스레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위하여 이주민에 대한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정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한편으로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대 국민적 홍보나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 송정란건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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