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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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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14: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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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거실 창가에서 내려다보이는 하얀 목련과 노란 개나리꽃이 환한 웃음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이제 봄의 한 복판에 들어선 듯하다. 며칠 전 남쪽 바닷가에 사는 지인이 활짝 핀 벚꽃 사진을 보내왔다. 꽃이 가져다주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가장 강렬한 계절은 봄이라고 한다. 햇살이 창문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 한층 기분이 따뜻해서 편안하다. 가랑비가 바위를 뚫는다는 믿음으로 이 순간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 지금 행복한 순간이 다음 순간에도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하는 아침이다.

지난주 45년 넘게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암 선고를 받은 후 6개월 정도 투병하다가 꽃이 되어 홀연히 세상을 떠나갔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운영하던 사업체가 중단되어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밝은 웃음으로 팔뚝 근육을 보여주며 친구들 건강을 챙겨주곤 하였다. 부부모임에서 한잔하고 흥이 날 때면 특유의 유연한 몸동작으로 엉덩이춤을 춰서 일행들을 배꼽 잡으며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던 친구였다. 불꽃처럼 살다가 청계산 자락에 있는 추모공원에서 한줌의 재가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공원 주변에 병풍처럼 펼쳐진 벚꽃과 개나리꽃이 남은 자들을 위로하며 포근하게 감싸준다.

요즘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아가기가 막막하다는 하소연을 한다. 저녁 아홉시가 조금 넘어 테헤란로를 지나다보면 주변이 점점 컴컴해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그만큼 일상적인 삶의 지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건 사고가 종종 발생하여 사람들을 걱정과 불안에 빠지게 한다. 아주 사소한 말이나 행동이 원인이 되어 결국 큰 사고나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참을성 부족이 아닐까 싶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자신을 신뢰하지 못해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삶의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요즘 부쩍 아내로부터 대화할 때 목소리 톤을 조금 낮춰달라는 지적을 받는다. 원래 작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예전보다 조금 더 목소리가 커졌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부터 대화중에 소리가 높아지는 듯싶으면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 습관이 생겼다. 세월이 지나 신체적 변화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조차 소리가 높아져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의도된 감정이나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은 사실 나이가 들었다는 반증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표현과 감정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스로 격조와 품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선사는 기적은 물위를 걷는 일이 아니라 땅위를 걷는 일이 기적이라고 말하였다. 하루하루 존재하며 살아가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자 기적이다. 꽃을 보고 새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모든 순간이 곧 기적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며 통로이며 공간이다. 불안과 불신은 인간에게 내재한 자기 존재 유지의 본성 때문이라고 한다. 일상의 문제를 자신이 아닌 타인에서 찾으려는 자세로는 불안과 불신을 극복할 수 없다.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며 스스로 존재의 이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선 내 탓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겸손한 신뢰와 정직에서 삶의 용기가 나온다.

주위에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이 유난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이다. 꽃은 나름대로 존재의 의미가 있다. 모든 꽃들이 장미처럼 화려할 필요는 없다. 오직 자신의 색깔과 향기와 모습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벚꽃과 개나리꽃은 항상 곁에 가까이 먼저 찾아와서 더욱 친근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보이지 않다가 사랑하게 되면 보인다고 한다.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사랑하면 어디에 있어도 비로소 보인다. 사랑의 꽃만이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개나리꽃 속에서 불꽃처럼 살다간 친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마음에 차마 그 꽃을 떠나지 못한 채 다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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