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다.
청와대는 지난 주부터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에 개각을 마무리 짓는다는 의도에서 야당의 반대해온 두 사람을 그대로 임명했다. 임명장을 받은 신임 장관들은 9일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두 사람의 자진사퇴와 임명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히 반대해온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의 충돌 가능성이 불보듯 뻔한 데도 이를 무릅쓰면서까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의 반대 사유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국민 다수도 공감한다. 지난 3월 8일 실시된 개각에서 장관 후보자에 7명이 지명됐으나 전원이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청와대 민정 라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쇄신론이 거론됐고, 이중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와 임명철회해 낙마하는 인사참사가 연출됐다. 지명철회와 자진사퇴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처음이다.
남은 5명 중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난 2일 가까스로 인청보고서가 채택돼 다음 날 임명장을 받았으나, 박영선·김연철 두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가 끝내 인청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들이 국무위원의 직무를 감당할 만한 최소한의 자질과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우발적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객에게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을 ‘어차피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한 사람이 핵무기를 배경으로 남한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어떤 자세를 보일지 걱정이 앞선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단행된 5·24 조치와 개성공단 폐쇄 조치도 ‘바보같은 제재’, ‘자해행위’라고 규정했던 그가 핵을 가진 북한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지도 우려스럽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공개된 자리인 인터넷에서 했다.
전 정권 법무부 차관의 동영상 CD를 현직 야당대표에게 보여줬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박 중기벤처부 장관은 거짓말 의혹에 황제 진료·남편의 피감기관 수임료 챙기기 의혹 등이 줄줄이 드러나 야당의 사퇴요구가 집중됐다.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에는 점심과 저녁식사 비용으로 수십만원씩 지출한 것으로 선관위에 신고됐다.
사건 당일 진도 세월호 상황실에서 당시 교육부 장관은 제때 식사도 못해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결국 해임됐다. 이러한 기대 이하의 인성과 편향적 사고, 불성실한 자세를 가진 위선자들에게 공직을 맡겨야 되겠는가.
문 대통령이 정국경색 등의 부작용과 반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회의 인사청문회 취지를 무력화하고, 협치를 걷어찬 것이다. 또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물을 기대해왔던 국민을 배신한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문 정권은 국회 인청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10번째 장관급을 임명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심하게 무시했다. 문제 인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