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2억, 사자 150만원, 로랜드 고릴라 10억. 나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주위에 암으로 투병중인 분들이 많다. 그 중 젊은 친척이 사망 값을 물어본다. 본인이 잘못 되었을 때 대학에 들어가는 딸, 초등학생인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염려다. 가장으로서 중대한 수술을 앞두고 남은 가족들이 걱정되었나 보다.

인간의 값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살기 힘든 세상, 돈에 맞추어 살다보니 만약을 대비한 보험료는 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보험금으로 5000만 원, 1억원이면 될 거라 생각하고 가입하지만 막상 큰일이 닥치면 막막해진다.

생명보험에 94%넘게 가입했지만 30·40대 사망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평균 3527만원이라고 한다. 가장의 조기사망으로 남은 가족들의 최소생활비가 필요한데, 월평균 지출 229만원으로 보면 불과 1년 3개월 치에 해당된다.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뛰는 가장들은 고달프다. 구조조정으로 조기퇴직이 많아지고 점점수명은 길어지는데 비해 단 기간에 자녀의 교육, 혼사비용에 본인 노후대책도 세워야 한다. 그것도 건강이 허락할 때의 일이다.

젊은 친척처럼 중대한 병에 걸리게 되면 그나마 벌어놓은 돈을 생활비와 간병비로 다 써 버리게 된다. 2억이 넘는 기린, 고릴라보다도 인간의 가치가 낮다는 말인가. 로랜드 고릴라가 10억이 될지라도 숨 가쁜 삶을 치러내는 가장의 값보다 비싸지는 않을 것이다.

▲ 모임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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