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상해 임시정부 청사를 본 것은 IMF 직전이었으니 1996년쯤으로 기억한다. 이홍구 총리시절 출입기자단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다. 당시만 해도 수교가 이뤄진지 얼마 안 돼, 중공이란 말이 흔하던 때다. 중공이란 중국 공산당의 줄인 말이었는데 사실상 적성 국가를 뜻했다.중국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 초기여서 기자단 사이에도 긴장감이 돌았는데, 중국 정부 환대는 기대 이상이었다. 상해에선 평일 오전인데도 도시를 관통하는 다리를 막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게 했다. 우리로 치면, 서울 강남북을 잇는 한강대교를 평일 오전 출근시간에 막은 셈이다. 기자단은 국빈 방문 시 개방한다는 북경 조어대에서 오찬을 하기도 했다. 이런 환대의 배경엔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주된 원인이었다.

중국관계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부러워했다. 우리가 아시아 4룡으로 불리던 때다. 서안에서 만난 지방 관리는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될 수 있느냐.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된 나라가 이렇게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중국 사람들의 관심사는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이었다. 그런 시기에 방문한 상해 임시정부 청사는 초라했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었다. 오히려 아담하고 단아한 모습의 사무실을 보면서, 우리가 더욱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하지만 그렇게 세상사가 만만하게 돌아가진 않았다. 그 뒤 IMF를 겪으면서 우리가 겪은 어려움은 컸다. 독립운동과 비교할 순 없겠지만, 나라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지를 직접 체험했다. 상해 임시청사를 그 뒤에 방문한 일은 없는데, 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와 같은 환대를 받지는 못한 것 같다. 4룡으로 승천하던 우리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려 용이 못되고 이무기로 남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지만.

오늘 4월 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3.1운동 백년의 의미와 맥락을 같이 하는 날이다. 오늘의 의미는 독립된 나라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사는데 있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번영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뿌리이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100년 전 임시정부가 세운 이상과 염원을 이어 받아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첫 번째 정부"라고 말했다.

제발, 100년 전, 처음 임시정부를 세웠던 선조들의 마음을 우리 정부가 이어 받았으면 좋겠다. 나태하지 말고, 무능하지 않고, 백성들 살림살이를 생각하며, 공평하고 정직한 정부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해 달라. 며칠 전 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삼배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일배는 이 땅에서 사신 조상들을 위하여, 이배는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을 위하여, 삼배는 이 땅에 사실 후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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