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것들에 대한 정부방침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앞으로 신규 발급되는 신용카드는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 등 부가서비스가 점차 줄어든다. 통신요금이나 대형마트 상품가격을 할인해주는 '대형가맹점 제휴카드' 신규 발급 또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측 전망이다.

국민 1인당 평균 3장 내외 꼴로 유지했던 소비자들은 카드사용과 신규발급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정부가 중소사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수수료인하를 단행한 이후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카드회사들이 부족한 적자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부여했던 각종 혜택들을 하나 둘 빼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금융위원회는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개선 방안에 초점을 두고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낮춘 뒤 이에 따른 카드사들의 경영난이 우려되자 카드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바 있다.

우선 금융위는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를 내놓을 때 카드의 부가서비스가 과도하지 않도록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지금도 카드의 수익성을 분석한 뒤 신규 카드를 출시하지만 카드사들이 수익성을 지나치게 부풀려 계산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과 법인카드 회원에 제공하는 혜택을 줄이도록 했다. 카드사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법인카드나 대형 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혜택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금융위는 법인회원의 경우 결제 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대형 가맹점은 사내복지기금 출연, 여행경비 제공 등 부당한 보상금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카드사들이 요구해온 핵심 사항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업계반발이 크고 후유증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카드사들의 반발 속에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 실제 카드사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카드사들이 비용 부담을 결국 소비자에게 떠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카드사들은 감독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자들 혜택을 줄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초부터 포인트 적립률이 높거나 할인 혜택이 많은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단종된 신용카드는 40여종에 이른다. 이 카드들은 새로 발급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갱신도 안 된다. 지금 쓰고 있는 사람도 유효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같은 카드를 쓸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며 단행했던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후유증을 미리 살펴야 했다. 한 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정부는 균형의 추를 잡고 필요하다면 공적분야에서 부하를 감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것이 기업이든 소비자든 국민을 위한 정책의 시작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