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나는 원남면 보천리에서 태어나 원남초등학교를 1955년에 졸업했다. 6․25전쟁 중에 초등학교를 다닌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며 시간들이었다. 반태용과는 보천리 이웃동네에서 살며 초, 중, 고, 대학을 함께 졸업한 죽마고우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백마산을 바라보며 꿈을 갖고 생활하고, 꽃 피는 봄날이면 친구들과 떼를 지어 병정놀이를 하며 백마령 아래까지 헤매었고, 여름이면 학교 앞 실개천에서 물장구치고, 가을이면 들판에서 메뚜기를 잡고, 달 밝은 밤이면 숨바꼭질을 하면서 보낸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그 후 청주고등학교로 진학 후 기차 통학을 하면서 희망찬 내일을 설계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2018년12월28일자 '김재영칼럼-백마령' 中에서>

필자는 김재영칼럼(충청일보)의 ‘백마령’과 ‘송무백열하는 친구야’ 2편을 지난해 12월 10일에 고향인 음성군 원남면에서 만난 초등학교 동기생들에게 나누어 주며, 초등학교시절로 돌아가는 자리에 반태용 벗이 참석치 못하여 서운한 자리였다.

지란지교(芝蘭之交),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같은 향기로운 사귐으로 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을 의미한다. 지음(知音)은 열자(列子)에 나오는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伯牙)와 그 음악을 옳게 이해하는 친구인 종자기(鐘子期) 사이에서 생긴 말로 자기의 뜻을 알아주는 참다운 벗을 말하고,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함을 송무백열(松茂柏悅)이라 하여 친구가 잘 됨을 기뻐함을 뜻하고, 혜란이 불에 타면 난초가 슬퍼함을 혜분난비(蕙焚蘭悲)라 하여 친구가 불행함을 슬퍼함을 이르고, 비가 오는데도 그 빗발 속에 부추 밭에 들어가 부추를 솎아 친구를 대접하는 우정의 두터움을 보여줌을 모우전구(冒雨翦韭)라고 했다.

그 친구와는 대학시절엔 초파일에 청천 화양동 계곡에서 만나 파안대소하며 보내고, 친구가 초임장교시절 전방에 근무할 때 청주 용화사에서의 결혼식에는 친척들과 군부대에서 많이 참석 했지만 학창시절 친구로는 나 혼자만 연락되어 참석했었다.

금년 겨울에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만나겠지 하며 밖에서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지내고 있는 일산에서 서거했다는 문자를 받고 보니 청천벽력이요, 슬픔으로 가득 찼다. 현역 복무 중에는 중령에 이르기까지 가풍을 이어받아 중후한 성품으로 전 후방 보안부대 책임자와 본부에 근무하며 국방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는데, 이제 사모님과 그 동안 못다한 일을 나누며 보내야 할 텐데 우리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니 가슴 아프다.

회남자(淮南子)에, 생기사귀(生寄死歸), "살아있음은 잠시 머무름이요, 죽는다는 것은 본집으로 돌아감"과 같다고 했고, 열반경에는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 "나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 게 정해진 이치"라고 이르고 있다. 잠시 왔다 나그네와 같이 머물다 가는 인생, 이라고 하지만 이리도 허망하게 떠날 수 있을까, 그 동안 못다한 일들 이루고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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