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온갖 봄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도 하느라 꽃길을 걷는 사람들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걷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가치는 폄하되기 쉽다. 그러나 숨을 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걷지 못한다는 것도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사람의 다리는 기계의 엔진과 같고 엔진이 망가지면 자동차가 움직일 수 없듯이, 걷기는 삶의 원동력이고 명상에 접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다쳐서 입원을 하여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다리가 가늘어지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 같았다. 어떤 질환 후의 우울증이 실제 그 질환보다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행동의 제약, 특히 걷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의 후유증이다. 그동안 걷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고, 걷기는 이처럼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해야 맑은 공기의 고마움을 아는 것처럼, 걷지 못할 때 걷기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스트레스는 인체의 리듬을 깨지게 하여 균형을 잃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한다. 교감신경은 즉각적으로 전신에 퍼져있는 호르몬과 혈관, 그리고 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온몸을 긴장시킨다. 걷기는 균형을 맞춰가는 작업이다. 단 몇 분간만이라도 관찰해 보는 것으로 걷기 명상은 시작된다. 걷는 행위를 관찰했다면, 이제는 걸으면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문제를 떠올려 본다. 이 생각 저 생각이 걸으면서 좌충우돌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니체와 루소는 걷기 예찬론자다. 루소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고 말했고, 니체는 우상의 황혼에서 “걷기를 통해 나오는 생각만이 어떤 가치를 지닌다.”라고 했듯이. 어느 전문가는 화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침이나 한약, 상담, 명상 등도 중요하겠지만, 확실하게 효과가 있는 게 걷기라고 하였다. “화가 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밖으로 나가서 걷는 것.”이라면서.

얼마 전, 강원 인제, 고성 등 전국 각지에서 산이 메마르고 강풍이 부는 때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여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우리 몸의 분노 상황 대처도 산불과 같다. 화가 나면 가시처럼 나를 찌르고, 먹은 음식도 체하고 악몽도 꾸니, 일단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그 이후에는 잔불 정리를 해야 한다. 급한 불을 꺼야 불이 다른 데로 번지지 않고, 잔불을 정리해야 재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먼저 안정을 시키고, 점차 이해를 하고, 결국 용서까지 이르러야 분노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

걷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단계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도 되고, 유산소 운동과 사색과 명상에 큰 효과가 있으니 꾸준히 걸어야 하겠다. 살랑살랑 피부에 와 닿는 바람, 지저귀는 새 소리, 코끝을 간지럽히는 들꽃의 향기, 졸졸졸 노래하는 물소리와 벗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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