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경 충북지방조달청장

 

[기고] 윤희경 충북지방조달청장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올해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대사다. 경찰 마약단속반이 마약사범 추적을 위해 잠복근무를 하다 뜻하지 않게 운영하게 된 치킨집이 대박난다. 갈비양념에다 통닭을 버무려 지금껏 없던 새로운 맛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현대는 융합의 시대이다. 융합은 둘 이상의 사물을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하는 것. 스마트폰이 그 좋은 예이다. 텔레비전과 전화기, 카메라, 그리고 컴퓨터 등의 기술이 융합되어 세상에 없던 제품이 탄생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이질적인 분야 간의 융합은 오늘날 경제와 산업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더 이상 어느 한쪽 분야나 기술만 고집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조달청은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수요자인 공공조달시장에서 이른바'큰 손'이다. 나라장터와 종합쇼핑몰을 통해 수요기관에게 물품 등을 계약·공급해 주고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공공조달시장은 123조 원 규모이며 나라장터나 종합쇼핑몰을 통한 거래규모는 약 87조 7천억 원으로 71%에 달한다. 조달청은 이 중 37조 9천억 원, 약 31%를 구매했다.

공공조달시장의 전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일반시장에서 이미 성능이 검증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쉽게 구매하는 공공기관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창업·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의 신제품을 만들어도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조달청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공공혁신조달'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에 개설된 '벤처나라'다. 벤처기업과 업력 7년 이내 창업기업 전용의 온라인 상품몰이다. 충청북도 등 관련기관이 추천하고 조달청이 심사를 하여 '벤처창업 혁신조달상품'으로 지정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33개 충북지역 창업·벤처기업들이 225개의 제품들을 벤처나라에서 판매하고 있다.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라면 수의계약이 가능한 추정가격 2천 만 원 이하 소액 구매 시 벤처나라를 우선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와 함께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을 추진한다. 조달청이 예산으로 기업의 상용화 이전 시제품을 구매하여 수요기관에서 직접 사용해 본 다음 그 결과에 따라서 공공판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드론,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에너지 신산업, 핀테크, 스마트시티,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등 8대 선도 산업과 안전·환경·건강·복지 등 국민생활 분야 제품이 그 대상이다.

올해 예산은 총 12억 원이며 1개 제안 당 3억 원 한도로 지원한다. 3월 11일부터 5월 31일까지 관련 기업들의 제안 접수를 받고 있다. 충북지역 해당 분야 기업들은 벤처나라 온라인 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고 적극 지원해 보길 바란다. 갈비양념과 통닭을 버무린 것처럼 혁신조달은 기존 방식과 새로운 방식의 융합이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맛이 되어 창업·벤처기업들의 입맛을 자극할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구매 기법의 융합과 혁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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