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내일을 열며]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국의 흑인 해방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목사가 쓴 연설문의 한 구절이다. 1963년 8월 28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킹 목사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링컨 기념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앞에 섰다.

“백 년 전, 지금도 우리에게 상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 위대한 미국인이 ‘노예 해방 선언’에 서명했습니다. 이 중대한 선언은 정의를 말살하는 화염에 휩싸여 있었던 수백만 명에 달하는 흑인 노예들에게 희망을 주는 위대한 등불로 다가왔습니다.” 1863년 1월 1일 링컨 대통령에 의한 노예제도 철폐의 업적을 회상하면서 그는 연설을 시작한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떨쳐 일어나 진정한 의미의 국가 이념을 실천하리라는 꿈,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한 마디 또 한 마디, 처음에는 신중하게, 그리고 점점 더 세게, 확신에 찬 어조로 그는 청중을 향해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제 절망의 골짜기에서 헤매지 맙시다. 나는 오늘 나의 벗인 여러분께 이 순간의 고난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여전히 꿈이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2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그 연설이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때리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화, 평등과 같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 실현에 대한 믿음과 염원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 100년 전, 망국(亡國)의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위대한 출발을 고하는 민중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그 뒤 한 세기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투입됐지만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아직 요원하다. 한편에는 한국,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나의 조국 일본이 자리 잡은 채 두 나라 사이를 가르는 절망의 골은 갈수록 깊어져가는 것만 같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원수였던 한일 두 나라의 후손들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형제애를 나누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불신과 갈등의 관계를 청산하고 상호이해와 화합이 실현되는 오아시스로 탈바꿈되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일 두 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국적과 민족이 아니라 그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국과 세계의 모든 나라가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쳐 역사상 가장 심한 고통을 겪어온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순간을 모든 인류가 함께 지켜보리라는 꿈입니다.”

1968년 4월 4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괴한의 흉탄(凶彈)에 맞아 그가 39년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지 반세기가 흘렀다. 킹 목사 서거 51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명 연설문을 가탁(假託)해 나의 꿈을 적어봤다. “We can not turn back.(우리는 후퇴할 수 없습니다.)” 어렵지만 꼭 실현해야 할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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