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일반고 동시 선발 합헌
사실상 후기고 … 존폐 자체 위기
올해 재지정 평가로 결론날 듯

[세종=충청일보 장중식기자] 존폐위기로 내몰린 자립형사립학교(자사고)가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일선 시·도교육청 사이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헌재는 지난 11일 자사고의 우선선발과 지원자들의 이중지원을 금지한 교육부 시행령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했다. 자사고와 일반고를 동시에 선발하도록 하는 것은 '합헌' 결정을, 학생들이 자사고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각각 결정했다. 

그동안 자사고는 '전기고'로 분류돼 학생을 미리 선발했고, '후기고'인 일반고는 자사고·특목고가 학생을 선발한 뒤인 12월에 학생을 뽑았다.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 정책의 하나로 2017년 12월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를 일원화하고, 자사고 지원자가 일반고에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자사고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학생 혼란을 막기 위해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를 유예했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을 놓고 자사고 폐지를 추진해 온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교육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해 시행령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짧은 의견문만 내놨다. 

자사고들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면서도 전부 위헌이 나오지 않아 불만스러운 반응이다. 중복 지원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절반의 승리라고 평가하지만 사실상 자사고가 후기고가 됐기 때문에 존폐자체가 위기라는 것이다.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동시에 치르면서 교육감에 따라 자사고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다른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헌재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3단계 로드맵 중 1단계 효과를 약화시키며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일선 학부모와 학교들의 혼란 또한 더욱 가중될 우려가 높다. 

1차적으로 각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 압박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5년마다 운영성과를 평가받는데,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면 자사고로 재지정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각 교육청은 올해 기준 점수를 기존 60점에서 70~80점으로 상향하는 등 엄정한 평가를 예고한 가운데 재지정 결과가 6~7월로 예정되어 있다. 헌재의 부분 위헌 결정과 일선 교육청들의 자사고 평가에 따른 결과에 따라 올해 고입을 치를 중3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출범한 자사고는 한 때 전국적으로 54개교가 출범했지만 지금은 42개교만 남았다. 지난해까지 8년간 12개교가 일반고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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