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일전에 서울대 이혜정 교수의 글에서 우리나라 평가 방법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울대 학생 대부분이 공부가 힘들고 앞으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공부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방법이 바뀌면 공부 방법도 바뀌게 될 것은 틀림이 없다.

대학에서조차 주입식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교육 풍토에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대 평가 또한 강의 시간에 받아쓴 내용을 암기하여 답안지에 그대로 옮겨야 A학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지식은 인터넷에 보관되어 있고 암기는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우수한데 암기식 평가 방법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IB교육과정((International Baccalaureate)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많다. IB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과목별로 깊이 있는 탐구 토론으로 집중 학습을 한다.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관찰하여 돕고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준다. 평가는 학습 내용과 연결되어 있어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신향식은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IB교육과정 도입을 취재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가다 보니 교사가 열강하는 장면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교사는 한가롭게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가끔 질문에 답변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학교의 평가는 객관식이나 주관식으로 이루어진 지필평가는 없고 수시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IB교육과정이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입시험과 유사한 영국의 에이레벨,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독일의 아비투어도 IB와 유사한 논술형 시험이지만 채점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암기 위주의 객관식 시험은 고대 중국의 과거제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IB교육과정 도입으로 객관식 시험을 폐지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만 남는 꼴이 된다.

IB교육과정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사에 따라 가르치는 형태가 다르므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특히 평가가 학생 개인이나 모둠별로 보고서나 소논문 작성이 대부분이라 학원에서 일일이 대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IB교육과정 도입은 우리나라의 교수·학습방법, 교육과정, 교육제도 등을 한꺼번에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2017년 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을 시작으로 여러 교육청에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우리나라에 어떤 형태로 도입·정착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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