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광률 낮아져 생육 지장
비닐 부식돼 쉽게 찢어져
피해보상·규제 방법 없어
양봉업자 "벌통 옮기겠다"

▲ 옥천군 동이면에서 시설 포도재배를 하고 있는 한 농민이 꿀벌 배설물을 가리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옥천=이능희기자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서 시설 포도재배를 하고 있는 한 농민이 꿀벌 배설물 피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법상 축산동물에 따른 피해는 축산법 등 관련 규정이 있는 반면, 곤충으로 분류되는 양봉은 제재할 법적 수단이나 피해보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19년째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A씨(65)에 따르면 3966㎡ 규모의 비닐하우스가 좁쌀만 한 노란 꿀벌의 배설물로 뒤덮여 있다.

꿀벌이 알을 까는 봄과 가을에 분비물의 배설이 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꽃이 피는 매년 봄이 되면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양봉업자가 150여 통의 벌통에서 꿀벌을 키우며 꿀을 채취하고 있다.

꿀벌의 행동반경은 약 2㎞여서 비닐하우스 주변에 분비물을 배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사육하는 꿀벌이 꿀을 얻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배설하는 분비물이 비닐하우스에 말라붙어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의 투광률이 낮아져 포도 생육에 지장을 주고, 약산성을 띠고 있어 비닐 부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단백질 성분이어서 비가 내려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A씨는 "수년간 비닐하우스에 촘촘히 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이물질을 봄철에 흩날리는 꽃가루로 인식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하우스비닐이 쉽게 바스라지고 교체 시기가 2년 정도로 짧아지는 원인이 꿀벌 배설물이라는 결론에 다달았다"고 밝혔다.

또 "분비물이 햇빛 투과율을 떨어뜨려 포도 생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봉업자가 인근에서 꿀을 따기 전에는 1년에 포도 5kg 1800박스를 생산했는데, 지금은 1200박스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양봉업자 B씨(65)는 "양봉이 생태계 균형뿐만 아니라 화분 매개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면서도 "농가와 마찰을 피하고,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벌통을 모두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농민의 피해가 있지만 관련 법이나 규제가 없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벌통을 옮기거나 줄여달라는 요구 이외에는 방안이 마땅찮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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