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규 충북소방본부 화재안전특별조사단 소방장

 

[기고] 허원규 충북소방본부 화재안전특별조사단 소방장

비상구는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난기구를 이용해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한 탈출구를 말한다.우리는 비상구를 '생명의 문'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화재발생시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통로이며 지름길이다. 그래서 평소 비상구의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인지하고, 효용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비상구는 비상시에만 그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평소 때는 찬밥 신세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22일 오후 10시쯤 청주시 사창동 상가건물 2층 노래연습장에서 손님 5명이 비상구에서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비상구 문 입구에 추락위험 문구가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비상구 추락사고는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매해 평균 1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비상구는 영업장이 지하층을 제외하고 4층 이하인 경우 피난시에 유효한 발코니 또는 부속실을 설치하고 그 장소에 알맞은 피난기구를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다. 이번사고가 발생한 노래연습장은 2층 비상구가 부속실 구조로 설치되어 있었지만 부속실 내에 손님들간의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외부로 통하는 문으로 뒤엉켜 추락한 사고다.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시에만 이용하는 문이다. 손님들 중 비상구에 대한 개념 및 구조를 한명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비상구에 대한 안전장치가 법적·제도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비상구 추락사고가 빈번하자 지난 2016년 10월19일 신규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지하층을 제외한 4층 이하 비상구에 추락위험표지, 경보음발생장치 및 안전로프 등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령을 개정했고 이듬해 2017년 12월26일에는 기존 대상을 포함한 모든 다중이용업소에 추락방지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했다. 설치기간은 2019년 12월 25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기한 내 미설치시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번 사고가 설치 유예기간에 발생함에 따라 충북소방본부는 비상구에 대한 안전관리를 최우선의 과제로 선정해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도내 1754개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미설치 대상에 대해서는 설치법령 홍보 등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조기에 설치하도록 계도 중에 있다.

하지만 일부 영업주들은 경기불황 등의 이유로 유예기간까지 설치를 미루고 있어 소방기관의 계도만으로는 설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상구의 안전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규제와 점검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주 및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이 기반 되어야 한다.

영업주는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비상구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조속히 설치해 영업장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며, 이용객 또한 개인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다중이용업소 출입 시 건물구조와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생활화해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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