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연구된 CRF 세포의 새 역할 규명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대전=이한영 기자] KAIST(총장 신성철)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 연구팀이 '스트레스 세포(CRF 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CRF 세포가 부정적 판단을 유도하는 외부 자극이 발생할 때 활성화되고 반대로 긍정적인 외부자극을 줄 때 억제되는 현상을 초 단위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보다 확대된 CRF 세포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동물의 본능적 감정 판단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결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환경에서 동물은 천적을 만나면 빠르게 도망가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선천적 행동 양식을 보인다.

도망가거나 이끌리는 본능적 행동은 주어진 특정 자극을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두뇌에 의해 결정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us-Pioituitary-Adrenal Axis, 이하 HPA Axis)은 심리적, 물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 몸의 생리학적 반응을 조절하는 영역이다.

이 HPA Axis를 조절하는 것이 흔히 스트레스 조절인자로 알려진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다.

시상하부 영역의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를 방출하는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해 자극돼 혈액의 코티졸 인자를 증가시키는 연쇄반응을 유도하고 동물의 생리학적 신진대사 상태를 유지하는 신경내분비 조절의 중추로, 흔히 스트레스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 CRF 세포가 활성화되면 동물의 부정적 감정이 커진다는 가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약 30분 단위로만 측정할 수 있고, 쥐 등의 실험체를 부검해야만 호르몬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CRF 세포의 활성도가 스트레스성 자극, 특히 좋은 자극에 대해 초 단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뉴욕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생쥐 두뇌의 시상하부 영역의 CRF 세포의 활성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칼슘이미징 기술 중 파이버포토메트리(fiberphotometry)를 도입했다.

연구팀은 부정적, 긍정적 감정의 판단을 유도하는 다양한 자극에 쥐를 노출해 세포의 반응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생쥐를 물에 빠뜨리거나 날아오는 새를 모방한 시각적 자극, 천적의 오줌 냄새 등 위협적 외부 자극에 의해 쥐가 도망할 때 CRF가 빠르게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맛있는 음식, 암컷 쥐 등 긍정적 판단을 유도하는 자극에 노출했을 때 CRF 활성도가 억제되는 양방향성의 특징을 규명했다.

서성배 교수는 "냄새와 시각적 자극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기 이전부터 CRF 세포가 감소하는 부분이 흥미롭다"며 "시상하부의 CRF 세포가 이러한 예측에 의한 기능을 보인다는 것은 그간 알려진 시상하부 영역의 세포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역할이고, 쥐들이 배가 불러도 더 맛있는 음식에 노출되면 CRF 세포 활성도가 감소하는 점도 혁신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우울증, 불안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질환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CRF 세포 활성도를 생쥐를 통해 실시간 측정함으로써 우울증 치료제의 빠른 효과를 시험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진은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4월호 22권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