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쓴소리칼럼] 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0년 집권론’을 자주 언급한다.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석권한 뒤 당 대표로 뽑히면서 이런 집권플랜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20년 집권론’을 말했다. 그랬다가 ‘50년 집권론’으로, 그 후 이를 ‘100년 재집권’으로 고쳤다. 물론 정당은 선거를 치르는 조직이고, 정당의 대표니 꼬집을 일이 아니다. 정당의 존립 목적이 집권이니까 말이다. 하나 이는 내년 4월 있을 제21대 총선을 겨냥한 듯하다.

야당은 한때 이 대표의 ‘100년 집권론’에 반발이 거셌다. 그들은  집권당이 100년 집권을 말하기에 앞서 민생경제, 서민의 삶부터 챙기라고 맞받는다. 일부 언론과 보수 지지층에서도 ‘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꼬집었다. 그는 ‘100년 집권론’의 근거로 ‘보수 궤멸’을 들고 있다. 보수를 궤멸시켜 민주·진보정권이 100년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당 대표가 ‘보수 궤멸’로 폄훼하니 보수 야당은 대여(大輿)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야당들은 100년 집권을 위한 보수 궤멸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적폐청산작업’이 순수하더라도, 보수 지지층 궤멸 작업이자, 보복 정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니, 협치를 팽개친 오만이니 하면서 말이다.

​민주당은 이어 지난 2월 말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 가졌다. 그는 그때, 철도망 구축과 도시건축 박물관 건립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여기에 쓰일 막대한 예산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세종시에 국회 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이 건립되면 사실상 행정수도의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띄웠다. 또 “(세종시는)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 담긴 국가 균형 발전 및 자치분권의 상징 도시”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주엔 “내년 총선 때 240석(확보)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원외 지역위원장 총회에서 “총선에서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속내를 보면 내년 총선에 올인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나아가 “총선 승리에 따라 나라 명운이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덧붙여 “우리가 두 번 정권을 빼앗겼을 때 나라가 역진했다"라고 말했다. 74명이 모인 회의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 대표의 행보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총선을 1년을 앞두고 공천권을 쥔 집권 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총선분위기 과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 당 안팎의 경쟁을 조기에 촉발시킬 수 있다.

벌써부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설이 당지도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 수석의 성남 중원 출사표도 던졌다. 총선에 대비해 대통령 최측근 양정철씨와 백원우씨의 민주연구원장, 부원장 영입도 그렇다. 정부도 이에 가세한다는 야당들의 의혹제기도 있다. 지난주 생활밀착형 SOC 시설에 3년간 모두 48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서관·체육관·휴양림·노인 요양 시설 등을 새로 짓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23개 SOC 사업을 밝힌 지 석 달 만이다.. 이 SOC 3개년 계획은 2020년~22년에 집행된다. 어느 언론은 이를 내년 총선과 다음 대선 일정에 맞물리도록 설계된 의심이 있다고 혹평을 했다.

꼭 필요한 건설 사업이라면 마다해선 안 된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선거 때가 되면 다리, 도로포장으로 표를 얻으려던 권위주의 정권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권위주의 시대 힘깨나 쓰던 충청권 한 정치인은 지역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약속했다. 그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강이 없는데 무슨 다리냐’고 했다. 그 정치인은  ‘그럼 강을 만들어 주겠다’고 공약했던 때다. 지금 나라 경제와 민생경제가 하강곡선이다. 내수부진과 부동산 경기 추락으로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민의 삶은 팍팍한데  여당의 모습이 이러니 유감이다. 수치만 봐도 경제상황은 심각한데 집권 여당 대표의 눈에는 100년 집권, 내년 240석 확보만 보이는 게 아닐까.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새로 뽑은 들 뭐 하나. 선거제 개혁, 탄력근로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 못한 채 문도 못 여는 국회다. 놀고먹는 정치, 타협정치, 협치 정치하나 매듭을 풀지 못하는 여당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데 주력하니 개탄스럽다. 국정 농단으로 온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민심이 달아난 보수정당의 책임이 더 무겁다. 그러나 후반기 ‘찌질한’ 국회의 모습은 집권당의 책임이 더 크다. 여권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야당과 타협과 협치 정치하나 이뤄내지 못해서다.

국회를 봐도 답답하다. 국회는 1, 2월을 고스란히 까먹었다. 3월 임시국회 역시 ‘3.8개각인사청문회’의 공방으로 보냈다. 4.3 재보선을 치른 뒤 4월 국회는 여전히 놀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는 세비는 꼬박 챙기며 해외여행, 골프와 지역구 의정활동이라며 내년 총선이라는 ‘잿밥준비’에 분주하다. 민주당은 선거밖에 보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야당에서 나올 정도다. 당연히 야당도 이에 질세라 총선에 올인할 태세다. 국회도 문을 닫고, 하루에도 많은 소상공인과 기업주들이 한숨만 쉬는 판에 이들은 오직 금배지에만 욕심을 내고 있다.

정치가 선거병에 걸리면 국정 운영이 매우 어렵다. 정치권, 특히 집권당들은 이를 더 잘안다. 그래서 야당이 선거분위기를 띄워도 과거 집권당들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 여당들은 스스로 총선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되지 않으려고 자제했다. 그리고 선거분위기를 띄우려는 야당을 달랬다. 국가예산의 쓰임과 관련해선 더더욱 조심했다. 엉뚱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1년 뒤 총선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다. 안전한 삶, 빈곤과 실의가 없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 먼저다. 말마따나 풀이 죽은 민생경제가 가쁜 숨을 정치판의 노력과 협치로 이기게 해줘야한다. 총선 수치경제에 매달리기 보다, 함께 난국을 헤치는 슬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20년 집권, 50년 집권보다, 100년 집권보다, 100년 국민 먹거리를 찾는 게 정치권의 책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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