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급격한 수험생 수 감소라는 시장쇠퇴의 징후 때문에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고조되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신의 직장인이라는 방종이 대학을 쇠퇴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최근 들어 지방대를 중심으로 이 두 가지 사건이 겹쳐 일어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신지식과 신기술 개발의 샘으로써 위대한 사회 건설의 기반으로 여겨지던 대학은 이제 정부의 종속기관 쯤으로 변질되었고, 정의의 보루로 여겨지던 교수들은 돈을 좇는 비즈니스맨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부 교수들은 학문의 자유라는 방패막이 아래 연구실은 비워놓고 사익을 추구하기에 바쁘다. 교수의 업적평가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연구다운 논문보다는 편수를 채우기 위한 수준이하의 논문들이 양산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부터 세계적인 가짜 학회에서 AI나 제자가 쓴 논문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발표한다. 어떤 기자들은 교수들이 쓴 많은 논문들이 기자가 심층 취재한 기사만도 못하다고 비아냥거린다. 그동안 대학 안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온갖 비윤리적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터져 나오면서 교수들은 이제 수준 높은 연구의 주관자나 사회정의의 마지막 양심이라는 이미지에서 불공정하고 반민주적인 적폐집단 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은 한국에서 교육이 얼마나 악마적인가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 원인 제공자는 철저히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시스템 아닌가? 하지만 교수들은 그런 부조리하고 퇴행적인 제도를 타파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실에 안주하여 명예와 실익을 챙겼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이데올로기의 혼란 속에서 대학은 보수의 이념인 경쟁력 향상을 이끌지도 못했고, 진보의 중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을 사회에 확산시키는데도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몰지각한 폴리페서들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인해 교수는 학문적 신념도 권력과 돈이면 팔아넘긴다는 파렴치한으로 비판받기도 한다.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활동을 지원하는 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어떤가? 이들 역시 상대적 고임금에 안주하며 신의 직장인으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렸다. 방학이면 단축근무를 하면서도 대기업 직원만큼 월급을 받지만 위기에 대해서는 방관자였다. 연구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서 실력을 쌓는데 등록금을 쓰기보다는 노조를 앞세워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나브로 이런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이런 단맛을 볼 날도 앞으로 길어야 3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반해 선진국 대학들은 어떤 자세로 혁신에 나서고 있는가? 일본의 한 지방대학인 긴기(近畿)대학은 참치연구에만 10년 이상에 걸쳐 수백억 원을 투자했다. 교수들이 월급을 보태가며 세계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에 앞장섰고 지금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입시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에서 SKY라고 위세를 떠는 대학들도 세계무대에서는 허접하고, 많은 지방대들은 학생 수 급감으로 수년 안에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사실도 다 알려진 일이다. 고통 정도가 아니라 참혹한 혁신을 통해 대학을 새로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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