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얼마 전, 나는 전문 유튜버가 된 전직 물리교사를 만났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예비교사를 길러내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었던 나에게 그는 충격이었다. 지난 10년간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희망 직업의 1위는 교사였고, 의사나 법조인도 빠지지 않는다. 특히 현실에 눈을 뜬 고등학생들은 공무원에 대한 희망 순위도 높다. 의사나 변호사는 사회적, 경제적 최상위 계층을, 교사나 공무원은 중산층의 안정성을 대변한다. 그런데 유튜버?

인생이 꼭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 전직 물리교사인 유튜버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수능에서 언어 영역을 망쳤다. 그래서 언어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학과를 갔고, 물리교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과학수업을 진행했고, 학생들은 유튜브에 올려보라고 권했다. 그게 먹힐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는데, 조금씩 팔로워가 생기고 두 직업의 병행이 어려워지자 그는 자신이 더 좋아하는 유튜브를 선택했다. 5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과학 관련 또 다른 유튜브 운영자의 인터뷰도 보았는데, 그 내용도 다르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방송국 PD 시험에 낙방하고, 일반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유튜브를 했다.

그리고 두 직업의 병행이 힘들어지자 직장을 그만 두었다. 두 사람 모두 안정된 직장을 버린 시점은 딱 자기 혼자 먹고 살만큼 벌 수 있게 된 때였다. 월 100만 원. 우리가 아이들에게 불안정한 미래를 걱정시키고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교사, 혹은 최상위 계층인 의사나 법조인을 꿈꾸게 만드는 것이 과연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과학에 관해 조금 안다고 자부하지만, 두 유튜브의 과학 내용은 새롭지 않다. 단지 짧고 재미있게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소개한다는 것이 다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이 유튜버가 될 때 제일 중요하다. 내가 아는 내용은 누구나 알지 않을까 싶어도 그렇지 않다. 그걸 전문 용어로 인성(character)이라 한다. 인성의 다양성이 가지는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의 생각이 가지는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감동하고, 나를 다시 돌아보고, 더욱 가치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 인성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그 가치를 깨달은 유튜버들은 안정된 직장을 버렸다. 드디어 진정한 세상과의 소통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담는 노력은 가치롭다. 예를 들어 “최악의 하루”라는 상황을 “내가 내 마음을 모를 때”라고 소개하는 거다. 단, 콘텐츠 내용에 자신의 고유한 인성보다 돈을 벌고 싶은 사심이 들어가면 망할 수 있다. 유튜브 제작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왜 내 생각에 남들이 관심을 가질까 싶지만, 팔로워는 유튜버를 자신의 친구로 본다.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유튜버가 될 수 있다. 여러분도 유튜버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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