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경상수지 흑자감소가 성장 동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번 충격을 받은 성장 동력은 상당한 시일이 경과되어야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7년이 하강추세로 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10억 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달에는 28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된 것은 수출 감소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9월 130억 달러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11월 75억 달러, 12월 65억 달러, 지난 1월에는 56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산업 생산이 7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설비투자는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 부진이 두드러진다. 수요 부진이 재고 증가, 가동률 하락, 생산 감소, 투자 감소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여 지고 있다. 화학제품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재고가 쌓이면서 2월 제조업 재고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9% 늘었다. 출하 대비 재고 비율(재고율)은 114.5%까지 치솟아 2월 기준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니 쉬는 공장이 늘어나 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2%까지 떨어졌다. IMF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은 기계 장비·전자 부품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수요 부진에 비용 증가, 미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는 거의 마비 상태다. 2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 장비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9%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28.9%)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경고가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은 곧바로 반도체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스마트폰 저장장치의 대용량화와 시장의 양적 성장이 지난 10년간 반도체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특수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추락 중인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는 살아난다.'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중국 화웨이 간 시장점유율 격차가 2%포인트대로 바짝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초 호황을 누리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역시 올해 가격 하락이 본격화해 수년간 반등 없이 내리막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한국 경제 전반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0.6%나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침체가 깊어지면서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9% 줄어 2013년 3월 이후 7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빗나간 정부 경기진단에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의 세 측면인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부진한 탓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1개월 연속 떨어졌다. 6~9개월 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개월 내리 하락했다. 두 지수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이와 같은 경상수지 흑자감소와 성장 동력감소를 보면서 우울한 심경을 금할 수가 없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미래의 먹거리인 성장 동력을 잃지 않길 간절히 염원한다. 희망과 미래가 보이는 경제정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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