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이 이번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시끄럽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진은 진행형이다. 일단 합의는 봤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에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합의안 통과를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결정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이 쉽지 않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소속된 정당의 당론과 자신의 소신 사이에 자유로운 의원은 많지 않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번엔 해당 의원의 사보임 문제로 정치권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사보임이란 현재 맡고 있는 상임위를 그만 두고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보임과 관련해 국회법 48조 6항은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4월 임시국회 회기는 5월 7일까지다. 이에 따라 법 규정대로라면 현재 오 의원의 사보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의 특정 상임위원 사보임 요청이 들어오면 해당 사유를 검토해 대부분 허가해왔다는 게 국회 사무처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오 의원의 사보임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엔 자유한국당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사자인 오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사보임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내비쳤고 제1야당은 어떤 이유로라도 국회의장의 권한남용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은 또 다시 정쟁과 대립구도로 치닫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민생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국회의 가장 큰 덕목이자 의무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다. 이번 사안과 같이 중요 법안처리에 제1야당이 배제된다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 실종이라는 말과 2중대라는 말까지 난무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을 깎아내려서라도 자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없다.

국회 스스로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자성해야 한다. 올들어 국회가 제날로 열리지 못한 채 파행과 공전을 거듭한 날이 일하는 날까 중 어느 것이 더 많았을까. 정치권이 사사건건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극한투쟁을 벌이는 바람에 민생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최저임금 개정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법안 처리와 미세먼지, 강원 산불, 포항 지진 관련 추경정예산안 등 민생 처리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선거구 조정이나 국회의원 정수 조정 등 선거법 개정문제는 국민보다 그들의 이해득실이 더 앞서는 사안이다. 필요하다면 민생관련 법률마저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한 가지가 안된다고 해서 나머지를 덤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더 이상 국민에게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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