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충청시평] 황재훈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어느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준법정신과 단속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참으로 많은 규칙들이 존재하지만 왜 그런 규칙들을 만들어야 하고, 왜 잠깐 동안 지키는 것처럼 하다가 더 이상 지키지 않은지, 그러면서 계속 그런 규칙들을 왜 또 만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주위에는 참으로 그런 것들이 존재 하고 있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단속, 사회적 이슈에 따라 시행하는 성매매 단속, 단속기간이라는 명분하에 진행하는 교통정지선 지키기 그리고 불법광고물 단속, 심지어 노점상 단속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잊어질 때면 한번쯤 단속을 하다 보니, 이때 걸린 사람들은 자기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재수가 없어서 걸린 것이라 생각하면서 단속원과 심한 실랑이를 하며 언성을 높이기 일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권력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반 시민들은 마치 일관성 없는 행정을 통해 시민활동을 귀찮게 하고 있다고 불만스러워 한다. 이는 사회적 공감대 없이 외형상의 실적이나 보이기 위한 편의행정의 일환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러한 사회의 기초질서의식과 규범, 그리고 안전의식에 관한 것들은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그리고 행정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선진외국처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육을 통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것으로 인식되어 그 누구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으로 몸에 배여 있게 한다. 그리고 한번 결정되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또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고 모두 이에 절대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대법관지명자가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교통법규적발 시에도 그의 직분을 나타내지 않고 순순히 일반인과 똑같은 절차를 받은 일화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력은 결코 단속이나 규제를 하기 위한 집단이 아닌 안내나 교육을 통해 시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달리 행정과 시민이 수평이 아닌 수직, 동반의 관계가 아닌 간섭과 통제의 관계로 인식되어 많은 규칙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은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나의 예로 미국의 경우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곳곳에 많은 순찰차가 위험지대, 교차로 그리고 횡단보도 등 교통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곳은 어김없이 나와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잃지 않도록 예방과 교육의 차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날씨가 화창하고 운전시야가 확보되면 이들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준법의식을 믿고 다른 필요한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따뜻한 봄날 오후 야외 나들이라도 갈 때면 어디선가 숨어있는 교통단속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운전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날씨가 궂은 날에는 오히려 이들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적어 오히려 도로의 긴장감이 적어지는 것을 볼 수가 있어 미국은 예방에 그리고 우리는 단속의 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아마도 나른한 날 오후 긴장감이 풀리는 것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날씨 궂은 날은 운전에만 신경을 쓰라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운전자의 입장에서 궂은 날에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그저 보기 좋고 든든하게 느끼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렇듯 규칙은 만들기보다는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는 사회제도에 의한 것이 아닌 각자의 양심과 자율에 맞길 수 있는 사고와 교육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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