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옥천경찰서 순경

 

[기고] 김종훈 옥천경찰서 순경

지구대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다. 대부분 술에 취해 폭언하고 위협을 한다, 폭행하려 한다 등의 신고 내용이다. 현장에 출동해보면 널브러진 옷가지와 가전기구 등과 함께 울고 있는 피해자, 흥분해 있는 가해자를 보게 된다. 그 속에 울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학습되어 악영향을 끼칠가봐 걱정이 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폭력예방교육 실태 및 폭력에 대한 인식' 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부모의 폭력을 목격했으며, 68%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각각 64%, 62.9%가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이렇듯 가정폭력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학교폭력 등 다른 범죄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일선에 근무하는 우리 경찰이 체감하는 바와 같이 나라에서도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느끼고 지난해 가정폭력 방지대책 법이 개정되었다. 특히 정부가 '가정폭력은 집안문제가 아닌 명백한 범죄'임을 분명히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 경찰이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또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법 개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가정폭력을 근절할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이 발생 했을 때 해결방안 또한 알려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자식들을 위해 참거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점점 심각해 질수 있다. 따라서 주변 이웃, 지인들이 도움을 주거나 신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옥천군에는 다문화 가정이 종종 보이곤 한다. 2018년 기준으로 군 전체인구(5만1795명) 대비 다문화인구(1392명)가 살고 있고 다문화가정의 수는 점점 더 늘고 있다.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는 만큼 다문화 가정폭력 문제는 더이상 개인의 일이 아니고, 경찰기관이 개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 경찰의 초기대응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의 예방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범죄피해 신고와 민원 접수를 할 수 있는 외국인 도움센터(Assistance Center for Foreigners)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외국인들과 응대 시 이주여성 긴급 지원센터 (1577-1366) 등을 적극 홍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5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날이 많고 가정의 달로 불린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념일이 많은 달인만큼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함께 하는 추억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가족이란 단어가 삶의 원동력으로 한발 더 다가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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