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내일을 열며]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교육은 역사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역사를 만드는 힘이다.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로서, 1960∼70년대의 경제성장에 교육이 크게 기여하였다. 노벨상을 수상한 대표적 인간자본이론가인 경제학자 슐츠(Schultz)는 교육에 투자하여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로서 한국을 꼽는다. 한 국가의 발전이나 지역사회의 발전의 궁극적인 동력은 교육이다.

국내외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평가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의 교육은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0년의 역사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으로 이 땅에 일제가 침범하고 민족이 분단되어 이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비틀어 놓았다. 모든 부분이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비뚤어진 부분이 교육이다.

최근 충북교육에 대한 개탄의 소리가 높다. 지역사회의 인사들과 학부모들도 교육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한번 무너진 교육을 되살리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성적 분석결과를 보면 충북은 수능 1~2등급 비율이 전국 14위에 있으며, 2011부터 2018년 사이에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상위 3%의 우수학생도 499명이나 된다.

해마다 적지 않은 우수인재들이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타 시·도로 빠져나가는 상황에 있는 충북교육이다. 지난해 서울대 진학자 중 충북 출신은 52명으로 2016년 109명에 비해 48%나 감소했다. 충북의 학생들은 '고교 평준화'라는 미명아래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명문고등학교 설립' 문제가 불거진 것도 이런 이유이다.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이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청주KBS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충북지역에 전국단위 모집이 가능한 '자율형사립고' 형태의 명문고등학교 설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사결과(4.16일) 명문고 설치에 대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질문에 응답한 44.7%의 도민이 찬성한다고 대답한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39.4%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5.9%였다.

충북의 인재유출을 막거나 유입하는 대책으로 충북교육감은 교원대학교 부설고등학교를 오송에 이전하여 명문고를 만들겠다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모면책에 불과하다. 교원대 부설고는 국립학교로서 미래교육에 참여할 중등 예비교사들의 실습을 수행하는 학교이다. 그 설립목적과 체제로 보아 명문고를 만들 수도 없거니와 만들어서도 안된다.

충북에 명문고를 만들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이 무슨 엉뚱한 이야기인가? 충북의 인재가 유출되고 교육력이 떨어지는 현실을 이렇게 왜곡해도 되는가? 명문고라는 명칭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충북의 교육력을 회복하는 방안은 수없이 많다. 교육의 방향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헌법 제31조 ①항을 지키면 된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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