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청소년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앉아 있다. 필요한 서류를 들고 그 앞에 앉으면 우울하거나 무표정한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상담을 시작하고 몇 회가 지나면 아이들은 울며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사회와 부모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 순환의 고리에 두려움이 느껴진다.

성장한 어른들도 상담을 시작하면 어느 새 사회와 가정이 준 고통을 거절하지 못하고 쌓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 내가 만나는 현장은 시간이 고통의 겹을 더할 뿐이다. 내가 만난 청소년의 말을 옮긴다.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항상 보고 자랐어요. 조금만 실수해도 부모님들은 저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습니다.", "옷을 빨리 입어라.", "흘리고 먹지 마라." "글씨 똑바로 써라," "학교에 갔는데, 학년이 끝나고 서로 마니또에게 편지를 주는 날 제가 받은 편지에는 너의 말투(외모 등)가 싫어."라고 했습니다. "저를 왕따시키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선생님들이 더 예뻐해요.", "왜냐하면 저는 공부도 못하고 위축되어서 말도 잘 못하는데, 그 아이들은 활발하고 공부도 잘하거든요.", "그 가해자가 자신의 SNS에 왕따는 나쁜 것이라고 올리거나, 또래 상담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요."

내가 만난 사람들의 말을 옮긴다. "반찬을 바로 비우지 않았다고 소리를 지르고 저를 항상 비난해요.", "아이가 우니까 저에게 화를 내고 아이에게도 화를 냅니다.", "직장에서 계속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으며, 괴롭힙니다." 내가 만난 내담자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고립되고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착한 아이나 착한 사람이 되라고 요구한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모두 숨기고 그들을 비난한다. 혹자는 "때린 것도 아니고, 맞는 말도 있는데?" 라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명 '가스라이팅(gas lighting)으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연극에서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한다.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진다.

쉽게 설명하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행위를 계속 지적함으로써 그들을 고립시키고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대내외적으로 퍼뜨린다. 신체적 폭력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더 위험하다. 혹시라도 이러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하며, 당신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행위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당신의 인격은 존중받아야 하며, 당신은 이미 착한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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