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전 주민센터에 근무하면서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주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도 했으며, 그중에는 배워보고 싶은 강좌도 많았다. 여유로운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활용하고자 교육 기관 검색을 해보니 상당히 많았다. 우리시에서 운영하는 평생 학습관을 비롯하여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 노인복지회관. 종합사회복지관 금융기관의 문화교실 등 과목도 분야별로 다양하다.

일단 우리시의 평생 학습관에 강좌 두개를 신청 했다. 경쟁이 치열하였지만 다행히 핸드폰활용 교육이 선정되어 등록을 하고, 개강 날 가보니 강의실은 예상대로 어르신들이 많았다. 일일이 자식들에게 물어보기가 싫어서 배우러 오셨다는 어르신 말씀에 공감이 갔다. 직장동료가 아닌 지역의 어르신들과 받아 보는 첫 수업 날, 회장과 총무를 선출해야 한다고 하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다. 이런 분위기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자진해서 총무를 하겠다고 했다.

필자가 무사히 공직을 마치게 된 것도 다 이분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작은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봉사해보고 싶었다. 첫 수업이 끝나고 바로 커피 등을 구입하면서 총무 소임을 시작했다.  총무 소임이래야 크게 할 것은 없지만 남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놓는 등 자잘하게 하는 일들이 뿌듯하면서도 분주하다. 어르신들과 배우다 보니 여기저기서 잘 안 된다는 소리에 수업 진도는 잘 안 나가도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쁨이 크다. 이곳 평생학습관은 114강좌에 삼천여명이 강의를 받고 있다. 신청자가 칠천여명이 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고, 수강 인원이 많다 보니 이런 저런 민원도 많다. 왜 안 그러겠는가. 민원인의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보다 나은 교육여건을 위해 애쓰는 직원들이 있어 새삼 감사할 따름이다.

필자가 새로 배우기 시작한 강좌가 모두 정적인 것이라 신나게 움직이는 것을 배우고 싶어 챠밍댄스를 등록했다. 처음 해보는 운동이라 많이 어색 했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뛰다보면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온몸으로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동작이 좀 틀리면 어떻고 박자가 안 맞으면 어떠랴 이 순간 행복하면 그만이잖은가. 요즘은 집에서 한가하게 노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오죽하면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우스갯말이 나왔겠는가.

언젠가 동생과 통화 하면서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물으니 아파트 통로 아줌마들하고 집에서 부침개를 부쳐 먹고 수다를 떤다고 했다. 그 때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 가 없었다. 나도 퇴직을 하면 그렇게 살아야지 했다. 그 동생도 지금은 제부의 일을 함께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요즘, 우리는 배움의 천국에서 살고 있다. 불과 십 년 전만해도 배움터가 그리 많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참으로 많은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향해 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배움으로 건강한 사회가 조성되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평생 학습관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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